글 이경희 l 사진 김단아
글 이경희 l 사진 김단아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아버지는 인도인, 어머니가 한국인인 교사 바수데비입니다. 올해로 6년 차
초등교사예요.” 성이 ‘바수’, 이름이 ‘데비’라고 부연 설명을 해준 바수데비 교사는 구김살 없는
시원시원한 웃음과 유창한 한국어로 인사를 건넨다.
겉모습은 전형적인 한국인의 모습에서 조금 비켜나 있지만 그는 다문화가정에서 자란 한국인이다.
“저는 한국에서 태어나 유치원까지 다니고, 잠시 인도에서 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다시 돌아와
지금까지 한국에 살고 있습니다. 바수데비라는 제 이름 때문에 친구들이 한국어를 잘못할 것이라고
오해한 적도 있지만 여느 아이들과 다름없이 친구들과 어울리며 신나게 학창 시절을 보냈습니다.”
외향적인 성격에 공부까지 잘했던 바수데비 교사는 어린 시절 친구들과 선생님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학교생활을 했다. 덕분에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한다.
학교생활이 어찌나 재미있었던지, 교사가 되고자 하는 꿈도 바로 이때 가졌다.
그러다 10대에 접어들면서 바수데비 교사는 사회적 시선에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언론이나 매체에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학습 부진, 왕따, 정서 불안, 경제적 빈곤 등 부정적 측면이 자주 부각되면서부터다.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편견이 싫었다는 바수데비 교사는 중학생 때 ‘LG와
함께하는 사랑의 다문화학교’의 언어와 과학과정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이렇게 똑똑하고 성실하게
사는 친구들이 많은데 왜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부정적 시선으로 볼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다.
바수데비 교사가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어려움을 본격적으로 실감한 건 교대에 입학하면서부터다.
“다문화 멘토링을 하면서 제가 몰랐던 어려운 상황에 놓인 아이들을 처음 접했어요. 엄마가 베트남인이고 아빠가
한국인인 아이였는데 두 언어가 다 서툴고, 영화관이나 서점 방문 등 일상적으로 누리는 경험을 거의 해보지 못한
아이였습니다. 그 아이를 보면서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치고 교육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바수데비 교사는 다문화가 아이들의 성장에 문제를 일으키는 요소는 아니라고 말한다. 아이들의 성장에는 경제 상황, 부모의
양육 태도, 부모의 시간 투자 등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민자의 삶’을 살아야 하는 다문화가정 부모들로서는 경제활동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만큼 이로 인해 불가피한 한계나 장벽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반 아이가 다문화가정 아이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아이인지를 꼼꼼히 살피고 그에 맞는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교사로서 저의 사명이기도 하죠.”
바수데비 교사는 중도 입국한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한국어 교육에도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아이들이 언어 학습을 가장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각자 수준에 맞춰 제가 직접 한국어를 가르치기도 하고, 관련 지원 프로그램을 찾거나 다문화가족센터 실무자들에게
연락해 정책이나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아이들이 없도록 챙깁니다. 아이들마다 학습 능력 발달이 다르기 때문에
언어가 부족한 아이들의 경우 신체 활동 비중을 높여주고,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자기한테 익숙한 문화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해주지요.”
바수데비 교사는 다문화가정의 경우 학부모와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한국어가 서툰 학부모를 위해 번역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간에 영어를 거치면 제3국어 번역이나 통역이 훨씬 정확해진다”는 조언도 전해 준다.
“다문화가정 아이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아이인지 꼼꼼히 살피고 그에 맞는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교사로서 저의 사명이기도 하죠.”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남과는 다른 자신에 대해 위축되거나 자존감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는 교육 현장에 있는
바수데비 교사 역시 느끼는 지점이다.
“교과서에서 다문화 관련 내용은 종종 다문화 배경을 가진 학생들을 타자화하는 방식으로 소개됩니다. ‘이들은 이런
사람들이고, 우리와 다르니 차별하면 안 된다’는 식이죠. 제가 다문화 교사라는 점 때문에 주변에서 특별한 수업을
기대하곤 하지만, 저와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다문화’라는 테두리 안에서 다른 존재로 인식되는 상황이 힘들 때가 많아요.
그런 시선이 불편해 한 때는 다문화 수업 자체를 회피하기도 했죠. ‘다름’이 아닌 ‘하나’로 존중받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저와 같은 다문화가정에서 자란 사람들도 이 사회에서 진정한 소속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현재 대학원에서 ‘다문화교육’ 전공으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아이들이 하나로 어우러질 수 있는 수업을 연구하고
있다.
“저는 불편한 부분이나 경험을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설명합니다. 불편한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다문화가정 친구들도 용기를 내 자기 경험을 이야기해요. 석사과정을 밟으며 다문화와 저 자신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고 교사로서, 인간으로서 성장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바수데비 교사는 자신이 큰 차별을 겪지 않고 평탄하게 살아온 것에는 분명 운도 작용했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대학원에서 저도 제 삶을 돌아보며 ‘나는 왜 차별과 소외를 겪지 않았나. 나는 운이 좋았기 때문일까?’를
주제로 과제물을 낸 적이 있어요. 거기에 대해 교수님께서 달아주신 코멘트는 이러했습니다. ‘단지 운이 좋았기 때문이
아니라 이주민을 포함한 다문화라는 큰 테두리 안에는 촘촘하게 배제와 포섭의 경계들이 있고 선생님은 그중에서
포섭되고 또 인정받는 위치에 놓였던 것은 아닐까요?’라고요.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말이었습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지금, 바수데비 교사는 조심스러운 메시지를 전한다.
“한국 사회의 ‘다문화’에 대한 편견이 많이 불편했지만, 돌아보면 저도 세상을 살아가며 다양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편견이 있음을 인정하고 자기가 가진 편견을 돌아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인을 바라보는
데 자신의 편견을 인식하고 그것을 넘어서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거기서부터 새로운 시작점이 생기지 않을까요.”
봄날 같은 미소와 따스함으로 공교육 현장을 사랑으로 채우고 있는 바수데비 교사. 우리 시대의 다문화 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그의 교실이 좋은 나침반이 되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