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백은하 여행 칼럼니스트
글·사진 백은하 여행 칼럼니스트
우리나라의 대표적 세계기록유산인 『불조직지심체요절(佛祖直指心體要節)』(이하 직지)*은 금속활자로
인쇄된 책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었다. 고려 우왕(禑王) 때인 1377년 인쇄된 불교 경전으로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단 한 권만 남아 있는데, 이는 독일의 『구텐베르크 42행 성경』보다 78년 앞서는
금속활자본으로, 2001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직지가 간행된 곳은 흥덕사다. 지금은 청주시 흥덕구 운천동에 절터만 남아 있는 통일신라 시대의 사찰로,
1985년 발굴 조사 결과 금당 터와 강당 터, 탑 터 그리고 회랑 터 일부가 발견되었고, ‘흥덕사’라고 새겨진
청동 금구 조각이 출토되어 사찰의 이름이 문헌으로만 전해지던 흥덕사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발굴 결과를
바탕으로 금당과 삼층석탑을 복원해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1992년에 개관한 고인쇄박물관은 직지대로에 자리한다. 2001년 문화관광부에서 선정한 전국 최우수 박물관으로
꼽힌 고인쇄박물관은 3개의 원형 건물과 흥덕사지, 입구 쪽 기와지붕 건물인 금속활자전수교육관, 그 옆의
근현대인쇄전시관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4개의 건물이 사방 100m 안쪽에 모여 있다. 중심 건물인 고인쇄
박물관은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시실에는 신라·고려·조선 시대의 목판본, 금속활자본,
목활자본 등 고서와 흥덕사지 출토 유물, 인쇄 기구 등 650여 점의 유물이 보존·전시되어 있어 흥미롭게
둘러볼 수 있다.
* 불조직지심체요절: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의 간략 서명
고인쇄박물관 맞은편에 있는 금속활자전수교육관 2층에는 금속활자 전시장이 있고, 1층은 금속활자 주조
시연장과 체험실로 운영된다. 이곳에서는 금속활자 주조 시연을 관람하는 것은 물론 옛 책 만들기, 북 아트,
죽간 만들기 등 각종 체험을 할 수 있다. 특히 명장이 선보이는 금속활자 주조 시연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데, 1,200℃의 쇳물을 부어 금속활자를 만드는 과정이 눈앞에서 생생히 펼쳐진다.
옛 책 만들기는 금속활자 인출, 한지 뜨기, 능화판 문양 찍기, 책 꿰매기, 금속활자로 단어 찍기가 포함되어
있으며, 기념품 판매점에서 재료를 구입하면 무료 체험도 가능해 특히 인기다.
2014년 개관한 근현대인쇄전시관은 납활자와 관련한 기계 등을 보존하기 위해 청주시에서 추진한
문화사업의 일환으로 세워진 고인쇄박물관의 분관이다. 이 전시관은 개화기인 19세기 말 서양의 납활자
인쇄 기술 도입부터 한국 근대 인쇄술의 발전사 그리고 미래 인쇄 기술의 발전 방향까지 소개해 우리나라
근현대 인쇄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근현대인쇄전시관을 나오면 운리단길로 이어진다. 운리단길은 고인쇄박물관에서 운천신봉동행정복지센터로
이어지는 거리와 골목길을 가리키는데 학교 담장, 골목길 벽화와 함께 소품 매장, 맛집, 카페 거리 등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많다.
산책을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청주 무심천(無心川)도 걸어볼 만하다. 무심천은 추정리 부근에서 물줄기가
시작되어 청주를 동과 서로 가르며 남에서 북으로 흐르는 하천으로, 무심천 동쪽에 우뚝 선 우암산과
함께 청주를 대표하는 자연물이다. 가을의 무심천은 억새꽃이 가득 피어 낭만이 가득한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무심천과 함께 상당산성을 걷는 기분도 남다르다. 청주시 상당구 산성동에 자리한 상당산성은 1970년에
대한민국 사적으로 지정되었으며, 한국 산성 중에서도 보존 및 복구 상태가 매우 양호해 가볍게 걷기에
좋다. 산성 이름에 붙은 ‘상당(上黨)’은 백제가 이 지역을 통치하던 시절에 붙은 청주의 옛 지명이다.
남문인 공남문 앞에 펼쳐지는 고르고 넓은 잔디 공원은 상당산성의 자랑거리로 청주 시민뿐 아니라
사계절 관광객이 꾸준히 찾는 곳이다. 특히 가을이면 황금빛 잔디와 함께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청주 여행길에 여유가 있다면 미동산수목원으로 가보자. 충북 대표 수목원인 이곳은 울창한 숲과 각종
시설을 기반으로 사람과 문화, 자연이 어우러지는 복합 산림 문화 공간을 지향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가볍게 산책할 수 있는 행복나눔길, 꽃과 나무를 관찰할 수 있는 숲탐방길, 임도를 걸으며 무성한
나뭇잎으로 우거진 그늘에서 산책을 즐길 수 있는 해아람길, 능선을 따라 미동산 정상까지 오르는
해오름길 등 취향에 따라 걸으며 숲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청주를 여행지로 꼽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여행은 스토리가 있을 때 더욱 특별해진다. 그런 점에서
직지의 고장 청주는 최고의 여행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