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기억하기
The–K 인터뷰 1

세상은 묻고,
심리학은 답한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 “너 자신을 알라(gnothi seauton).” 고대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이 말을 통해 인간 내면 탐구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시간이 흘러 오늘날 ‘너 자신을 알라’라고 말해주는 것은 심리학이다. 우리는 심리학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파악하고, 사회 현상이 남긴 물음표에 대한 답을 얻는다. 학교가 안고 있는 물음표에도 심리학이 답을 내릴 수 있을까? 국내 최고의 심리학 권위자인 곽금주 교수에게 답을 구해봤다.
  • 글. 이성미
  • 사진. 한제훈

인간은 왜 이렇게 행동하는가?

심리학(心理學)이라는 단어 안에는 ‘마음(心)’과 ‘이치(理)’, ‘학문(學)’이라는 말이 결합해 있다. ‘마음’은 정신(철학), ‘이치’는 과학, ‘학문’은 이로움을 뜻한다. 풀이하면 심리학은 ‘인간의 본성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이것으로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학문’이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의 전공은 심리학 중에서도 발달심리학, 인간이 태어나 노인이 될 때까지 전 생애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곽금주 교수의 책 <도대체, 사랑>에는 심리학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가장 많이 하게 되는 생각은 바로 ‘왜’입니다. ‘사람들은 이럴 때 왜 이렇게 행동하는 걸까?’, ‘왜 대부분의 사람이 이런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것일까?’, ‘왜 상대방이 상처받는 걸 알면서도 이렇게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걸까?’ 그럴 때마다 ‘왜’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그 결과를 분석하고 연구해 가장 근접한 결론을 얻어내는 것. 그것이 바로 심리학자가 하는 일일 것입니다.”
각종 흉악 범죄에 대한 이슈 뒤로 인간의 본성에 관한 물음이 매일 터져 나오는 현대 사회에서 심리학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심리학자는 더욱 바빠졌다. 곽금주 교수 역시 매일 그를 향해 찾아오는 물음표에 맞서 한시도 쉴 틈이 없다. 그는 그동안 EBS 다큐프라임 <아이의 사생활>을 비롯해 인간의 성장과 발달을 다룬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주요 공중파 뉴스 정보 프로그램과 토크쇼에 출연해 일반인들이 심리학과 가까워질 수 있게 했다.
<습관의 심리학>, <20대 심리학>, <마음에 박힌 못 하나> 등 무수히 많은 저서도 출간했다. 여전히 사건·사고가 일어났을 때마다 신문에는 곽금주 교수의 전문가적 해석이 빠지지 않고 실린다.
“심리학은 현 사회에서 인간이 일으키는 사건이나 행동 패턴을 분석하는 데 요긴하게 사용됩니다. 그래서 심리학자는 늘 사회문제를 냉철하게 관찰해야 하죠. 또 개인적으로 학자로서 심리학의 필요성을 세상에 알리고 대중의 관심을 끌어내는 것이 제 임무라고 생각해요. 학자로서 사회에 할 수 있는 봉사이기도 하고요. 그것이 제가 바쁘게 살아가는 이유입니다.”

심리학은 현 사회에서 인간이 일으키는 사건이나
행동 패턴을 분석하는 데 요긴하게 사용됩니다.
그래서 심리학자는 늘 사회문제를 냉철하게 관찰해야 하죠.
또 개인적으로 학자로서 심리학의 필요성을 세상에 알리고
대중의 관심을 끌어내는 것이 제 임무라고 생각해요.
학자로서 사회에 할 수 있는 봉사이기도 하고요.
그것이 제가 바쁘게 살아가는 이유입니다.
혐오를 해결하는 열린 사고와 소통

심리학은 수많은 가지로 나뉘어 사람들의 본성을 어루만진다. 진화심리학, 인지심리학, 소비심리학, 범죄심리학 등 인간이 있는 곳에 어김없이 심리학이 있다. 이러한 심리학의 출발점이자 뿌리는 하나, ‘인간에 대한 사랑’이다. 그렇기에 심리학자인 곽금주 교수는 혐오로 물들어 있는 지금의 사회가 안타깝기만 하다.
‘네 편’과 ‘내 편’을 만드는 것은 원시시대부터 이어져 오는 자연스러운 본능이지만, ‘우리 편은 착한 편, 너희 편은 나쁜 편’이라는 극단적인 대립은 사회가 만들어냈다는 것. 이러한 양극화 현상은 그 무엇이기 이전에 부모로서도 우려가 될 수밖에 없다.
“지금의 세대는 어릴 때부터 양극화를 습득하며 자랐어요. 남과 북이 갈라진 대한민국에 태어나 동서가 갈라진 사회에서 자랐죠. 남성과 여성으로 갈려 역할을 부여받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분리한 교실에서 교육을 받았습니다. 자연스레 양극화가 주입되었죠. 더욱 우려가 되는 것은 이러한 양극화가 다음 세대로 계속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가 나서서 양극화 해소를 위해 노력해야 하고요.”
눈덩이처럼 부풀어 오르는 혐오를 해소하는 데에는 교육이 답이 될 수 있다. 학교 안에서부터 특정 기준에 따라 만들어진 집단 개념을 해체시키고 개인을 독립된 개념으로 생각하게 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과제에 따라 계속 새로운 팀을 만들어내고 서로 협력하는 연습을 통해 “너와 나는 언제든 한 편이 될 수 있다”라는 열린 사고를 갖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연습이 이루어지는 것만으로도 혐오의 불씨를 꺼뜨릴 수 있다. 또한 그는 가정과 학교 안에서 학생들이 진정한 소통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소통은 감정으로 하는 것이에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감에서 비롯되는 것이죠. 부모가 자녀에게 ‘오늘 뭐 했니?’,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니?’라고 백 번 질문하는 것보다 자녀가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에 한 번 같이 가는 것이 더 진실한 관계를 만들어내요.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의 관계도 마찬가지예요. 학생들 속으로 교사가 직접 들어가야 해요. 함께 움직이고 감정을 공유해야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집니다. 이러한 기성세대의 노력이 있어야 자연스레 다음 세대가 진정한 소통의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학문을 맛있게 만드는 교육이 필요하다

대학 강의실 안에서 곽금주 교수의 역할도 마찬가지다. 평소 그는 학생들이 딱딱한 이론에 부딪혀 튕겨 나가게 두지 않는다. 이론이 하나의 재료라면, 그의 수업은 잘 만들어진 요리다. 학생들의 입장에 서서 그는 학생들이 심리학을 맛있게 공부할 수 있도록 요리 방법을 연구한다.
“선생님들도 경험한 적 있으실 거예요. 분명 대학에서 배운 이론인데 막상 교육 현장에 나가보니 적용하기가 어려웠던 경험을요. 왜 그럴까요? 비유하자면, 학교에서는 이론을 ‘가로’로 가르치는데, 현장에서는 이론을 ‘세로’로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연히 학교 수업이 먼저 바뀌어야 해요. 딱딱한 주입이 아닌 말랑하게 스며드는 공감 교육, 현장 친화적인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죠.”
토론이 있는 수업, 정과 반이 만나 함께 이상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 이것이 곽금주 교수가 바라는 교육 현장과 사회의 모습이다. 교육은 따뜻해져야 한다. 그래야 차가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 비단 어린 학생들뿐만 아니라 자신의 강의실에 찾아오는 2030 세대도 그는 따뜻한 시선으로 어루만진다. 특히 <흔들리는 20대> 강좌를 통해 2005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학생들의 답답한 속내를 어루만지고 있다.
“학생들이 위로 올라가는 것만을 목표로 삼고 살아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대신 사랑, 행복 같은 내 안의 감정에 조금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해요.”
심리학의 역할 또한 사건이 터진 후 출동하는 치료제보다는 사건의 발생을 막을 수 있게 돕는 예방책으로서의 학문이 되길 바란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심리학자들이 사회문제를 막기 위해 법안을 건의하기도 한다고. 심리학을 통해 특정 세대에서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는 범죄와 사회문제를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심리학자로서 그의 설명이다. 심리학이 인간에게 더욱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그리하여 더 많은 사람들의 아픈 속내를 어루만질 수 있도록 그는 오늘도 연구하고, 세상에 목소리를 낸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사람’에 관해 물을 때, 그는 ‘사랑’을 답한다.

services s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