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쉬어가기
더–쉼
베트남 호찌민 한 달 살기, 그 4주간의 기록

“매력적인 베트남,
한 달 살기 어때요?”

해외 한 달 살기에 대한 열풍이 고조되던 지난 1월, 직장에서 한 달이라는 귀한 휴가를 얻었다. 평소 외국에서의 한 달 살기 마음이 있었지만 실행하기 힘들었기에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여행은 살아보는 것이기에, 아이 둘을 데리고 베트남 호찌민행에 몸을 실었다. 저렴한 생활 물가, 편리한 교통 인프라, 아름다운 휴양지에 예쁜 카페들이 즐비한 베트남! 그 매력에 빠져 진정한 쉼을 맛볼 수 있는 한 달살 기가 시작됐다.
  • 글_사진 최은경(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짬짬이 육아> 저자)

  • 역사 박물관 가는 길
  • 오토바이 가득한 베트남 시내
교통 택시 탈 땐 “비나선, 마일린!”

베트남 공항 택시의 바가지요금은 유명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베트남 택시는 ‘마일린’과 ‘비나선’, 이것만 기억하자. 공항을 막 나오면 호객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가볍게 무시하고 누가 “어디 가냐?”라고 묻거든 “비나선, 마일린”을 외치자.
해당 택시회사 직원들이 손짓으로 택시 정거장을 안내해준다. 단, 택시 외관이 비슷해 헷갈리는 사설 택시가 있으니 조심하자. 그리고 다른 추천 교통수단은 단연코 ‘그랩’이다. 우리나라 카카오택시와 비슷하다. 미리 그랩 앱을 깔고 출발지와 도착지를 설정하면 예상 요금도 알 수 있어 요금 사기를 당할 일이 없다. 택시 기사와 말 한마디 안 해도 편안히 목적지까지 데려다준다(이동 중에도 그랩을 켜면 실시간으로 내 위치 확인이 가능하다). 그랩이 택시비보다 싸다는 말이 있는데 꼭 그런 건 아니다. 교통 상황이나 거리에 따라 차이가 있다(더 비쌀 때도 있다). 다만 간혹 잔돈이 없다는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니 요금은 미리 준비하는 게 좋다. 물론 버스도 있다. 1군에서 7군(호찌민시 행정구역을 뜻함)까지 가는데 요금은 5000동. 한국 돈으로 250원이다. 택시 요금은 20만 동(한국 돈으로 만원) 내외라 편차가 심하니 시간 여유가 많다면 버스를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택시보다 정신없긴 하지만 시내 곳곳을 누비며 베트남 사람들이 사는 모습도 볼 수 있어 소소한 재미가 있다.
베트남의 생활수준이 우리나라 1960~70년대라고 하지만, 서비스면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아 보였다. 구글 맵으로 인근 버스 정거장 조회 및 버스 정차 시간 확인도 가능하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걷기가 있는데, 걷는 사람은 드물다. 현지인들은 대부분 오토바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인도 사정이 아주 좋지 않으니, 아이들과 보행 시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 7군에 있는 한 달 살기 숙소
숙소 안전한 환경과 여가 활용 프로그램 고려

숙소는 에어비앤비를 선택했다. 호텔은 아무리 싸도 한 달이면 100만원을 훌쩍 넘는다. 게다가 취사도 안 된다. 특히 싼 호텔은 다 이유(벌레, 보안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아이들과 한 달 살기 숙소로는 적합하지 않다. 여유로운 한 달 살기를 원해 취사를 하지 않을 계획이거나 좋은 호텔과 리조트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2군이나 7군에 있는 아파트 에어비앤비를 추천한다.
호찌민의 다른 곳보다 주변 환경이 깔끔하고 안전하다. 취사가 가능하고 특히 수영장 딸린 아파트가 많아서 여가를 활용할 수 있는데다, 한 달 속성으로 아이들과 수영 배우기에도 좋다.
한국보다 저렴해서 1대1 레슨도 부담이 없다. 장담하건데 한 달 살기에서 가장 특별한 추억이 될 것이다. 열세 살, 아홉 살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기에 워킹맘인 나의 한 달 살기는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마지막으로 숙소 팁 하나 더하자면, 아파트 헬스장에서는 아이들 발레나 요가, 방송 댄스 같은 프로그램(영어사용)을 운영하니 관심 있으면 알아보자.

  • 베트남식 샌드위치 ‘반미’에 들어갈 재료를 고르다.
  • 1군 시내 식당에서 쌀국수를 먹다.
물가 밥해 먹을 걱정 없는 저렴한 생활 물가

베트남 한 달 살기의 최대 강점은 싼 물가다. 베트남 현지 물가는 우리나라의 약 3분의 1 정도. 뭐든 싼 나라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한 달 살기라면 조금 다를 수 있다. 숙소 부분에서도 언급했지만, 무조건 ‘싸게만’을 외칠 수 없다는 말이다. 현지인들이 주식처럼 먹는 길거리 음식은 우리 돈으로 천원 내외지만 먹기는 좀 힘들다. 생각보다 비위생적이므로 식당에서 먹을 것을 추천한다.
쌀국수, 분짜, 반미, 반콧, 반세오 등 베트남 음식을 한국에서의 반 가격(혹은 그보다 싸게)으로 식당에서 실컷 먹을 수 있다.
사실, 베트남에 오기 전에 가장 큰 걱정은 식중독, 장염 등으로 인한 건강 문제였다. 물이 더러운데 정수기 쓰는 데가 거의 없고(물은 생수를 사 먹어야 한다), 아직 냉장고를 쓰는 곳도 드물어서다. 생활하면서 이런 점을 특히 조심해서 그랬는지 아픈 데 없이 한달을 보냈다. 아파도 2군이나, 7군 등 한인이 많이 사는 곳에는 한인이 직접 운영하는 병원도 많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베트남은 용과, 용안, 망고스틴 등 한국에서 맛보기 힘든 열대과일도 싸게 먹어볼 수 있으니 전부 도전해보자.
특히 베트남은 진정한 ‘배달의 민족’이다. 온갖 음식부터 반찬, 과일, 해산물, 커피 한 잔, 슈퍼에 있는 생수 하나까지 배달이 가능하다(심지어 배달료도 없다). 인건비가 저렴해서인데, 베트남에서 ‘밥해 먹고’ 살 걱정은 넣어두자. 다만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2군, 7군의 식비는 베트남 현지 물가와 비교해서는 곤란하다. 베트남 음식을 제외하고는 한국 물가에서 조금 싼 정도다. 그리고 진정한 쌀국수 맛집은 공항에 있다. 떠나기 직전, 남은 베트남 돈을 싹싹 모아 쌀국수 한 그릇 먹고 가길 추천한다.

메콩강 투어를 하는 전통배 ‘투앵더’를 타다. (왼쪽)숙소에서 여유로운 커피 타임 (오른쪽)푸꾸옥의 해상 케이블카
여가 다양한 카페, 아름다운 휴양지에서의 힐링

한 달 살기는 아이들과 24시간 붙어 있어야 하지만 엄마인 내 시간도 포기할 수 없어 카페 투어를 많이 했다. 베트남은 맛있는 커피로도 유명한데 이 역시 저렴하다. 베트남 연유커피 ‘쓰어다’부터, 콩다방의 코코넛커피나 베트남 프랜차이즈 카페 ‘푹롱’의 밀크티, 7군 ‘wimi’ 카페의 라떼, 1군 ‘workshop cafe’의 커피 등 맛있는 커피가 많다. 또 ‘엄마표 반짝 투어’를 계획하여 아이들과 관광을 했다. 주로 1군 시내 관광이었는데 방송에 나온 곳을 찾아다니는 재미도 쏠쏠했다. 여행 다닐 때는 ‘지금 아니면 또 언제’라는 마음으로 무리하기보다 컨디션을 고려하자. 아이들과 함께 꼭 갈 가볼 만한 곳은 전쟁박물관. 역사박물관이나 미술관은 전시에 비해 시설은 낙후한 편이니 큰 기대는 하지 말고 가자. 또한 리무진을 대여해서 이동하는 메콩강 투어도 좋다. ‘여행이 교육이다’라는 말은 괜한 소리가 아니다. 마침 1월은 베트남의 설날인 ‘뗏(Tet)’ 기간이라 자연스레 베트남 명절 문화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특히 볼거리가 많아 일정을 맞추면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다만, 뗏 기간에는 관광지나 상점이 거의 문을 닫으므로 자칫 정말 할 일이 없어지는 난감한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 참고하자.
귀국 일주일 전, 휴가를 내고 온 남편과 핫한 여행지 ‘푸꾸옥’에 갔다. 아파트 생활도 좋았지만 역시 휴양지가 진리다. 호찌민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1시간여 정도면 갈 수 있는 푸꾸옥은 제주도와 비슷한 느낌이다. 베트남 최대 리조트 빈펄, 가성비갑 리조트 노보텔이 단연 인기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선셋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특히 리조트 해변에서 패들보드 타는 재미도 엄청나다. 게다가 이곳에는 세계 최장 길이 7.9km를 자랑하는 케이블카도 있다. 장장 20분을 타고 혼똔섬으로 가는데 기막힌 절경을 자랑한다. 셔틀버스를 타고 쯔엉동 야시장에서 들어간 식당은 ‘크랩하우스’. 베트남 물가를 생각하면 비싸지만, 인생 맛집이었다. 아이들이 지금도 생각난다는 ‘게’ 맛, 독자 여러분도 베트남에서 한번 느꼈으면 한다.

푸꾸옥 노보텔 인근 해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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