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행복찾기
The–K 은빛동행

미디어로 내 삶을 돌아보다,
새로운 삶을 만나다

세상이 변했다. 퇴직을 하면 집에서 손자·손녀를 보거나 소일거리로 시간을 보내던 시절은 이제 옛말. 실버세대를 넘어 뉴실버세대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2의 삶을 살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한국교직원공제회에서 주관하는 The–K 은빛동행 ‘청춘 미디어 아카데미’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신청자가 몰린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현대를 이야기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미디어. 이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자 나선 공제회 회원들의 뜨거운 배움의 현장을 공개한다.
  • 글. 이경희
  • 사진. 김도형

미디어로 소통하는 시대

미니홈피 시절을 지나 유튜브까지 왔다. 글과 사진으로 만족하던 사람들은 이제 훨씬 직관적인 영상으로 세상과 소통하길 원하고 유튜브는 이 같은 시류를 타며 거대한 수익 창출과 함께 세대와 국경을 넘어 모두가 하나 되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교직원공제회가 청춘 미디어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개설한 것도 이 같은 사회 분위기에 편승한 것이다. 퇴직 회원들이 미디어를 자연스럽게 다루면서 자유롭게 세대 간 소통을 영위할 수 있다면 인생 제2막은 훨씬 풍요롭고 행복할 터. 과연 그들의 새로운 도전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지난 9월 25일, 퇴직회원들이 한창 ‘열공’ 중인 부산시청자미디어재단으로 향했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은 미디어를 통해 전 국민의 소통과 인재 육성을 이루어 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 한국교직원공제회와 MOU를 맺고 이번 미디어 교육을 주관하는 단체다.
<3분 다큐 ‘나와 나의 이야기’> 수업이 시작되는 시간은 오전 9시 30분. 그러나 일찌감치 도착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 삼매경에 빠진 회원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번 교육을 통해 꽤 친해진 듯 보인다. 보조교사들도 속속 도착했다. 18명 수업에 보조교사 숫자가 무려 3명, 강사까지 포함하면 총 4명의 교사가 수업에 투입되는 셈인데 이 같은 전폭적인 지원은 이곳 센터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라고 강사가 나중에 슬쩍 귀띔해주기도 했다.
9월 18일부터 시작한 수업이 오늘로 6번째. 그동안 ‘미디어 환경변화와 미디어리터러시’, ‘영상제작과정의 이해’ 등의 수업을 통해 이론과 실기를 공부해 온 회원들이 오늘은 지난 시간에 직접 촬영해온 영상을 가지고 편집해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내 삶을 내가 찍는다

오늘 강의를 맡은 김진희 강사가 먼저 회원들에게 직접 카메라 장비를 들고 촬영해본 소감을 물었다. 지난 수업시간 동안 팀을 나누고 팀별로 어떤 내용의 영상을 찍을 것인지 영상기획안과 구성안까지 직접 작성한 회원들의 표정이 환해진다.
‘오늘을 걷다’ 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팀, ‘인생 2막 텃밭에서’ 팀, ‘헬스가 답이었다’ 팀 모두가 실제 촬영에 나가서 겪은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동선을 잘못 잡아 이동거리가 너무 길어서 힘들었다는 이야기, 텃밭 장소까지 찾아가는데 너무 오래 걸려서 고생했지만, 막상 도착하니 너무 아름다운 텃밭에 힐링이 됐다는 이야기, 특별히 어떤 회원이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셨다는 칭찬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회원들의 표정에서는 직접 촬영을 해본 경험에 대한 설렘과 자신감이 묻어난다. 내친김에 회원들이 작성한 영상구성안을 슬쩍 들여다보았다. 장면 넘버, 비디오, 오디오, 시간 등이 디테일하게 나눠진 항목 밑에 꼼꼼하게 작성된 텍스트들이 보인다. 담담하게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내레이션 문장 속에는 자신들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대로’ 만들어보겠다는 진지함과 고민이 엿보인다. 이어서 본격적으로 편집 강의가 시작됐다. 지난 시간에 회원들이 촬영해온 영상을 ‘프리미어’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편집해보는 것이다. 대부분의 회원이 처음 접하는 프로그램이기에 다들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못 알아들을 것 같다고 지레 걱정하는 회원에게 보조교사들이 “저희가 대기 중이니 언제든지 불러 달라”고 독려한다. 먼저 편집에 대한 정의, 영상의 구성요소, 편집의 단계, 주의사항에 관한 강의를 들은 뒤 프리미어 프로그램을 열었다. 확실히 이번 미디어 교육 일정 중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시간이다. 프로그램을 열어 파일을 불러오고, 영상 중에서 어느 부분을 잘라 쓸 것인지 선택하는 등 다양한 전문 기술들이 만만치 않았던 것. 보조교사들은 물론 강사도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따라오지 못하는 회원들을 챙기고, 그 와중에 영상 쪽에 작게라도 경험이 있는 회원들은 처음 도전하는 회원들을 돕는다. “오늘 아무래도 만족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날이에요. 선생님들이 기획하고 구성할 때는 굉장히 즐겁게 잘하셨거든요. 자기 얘기를 풀어내는 것, 논리적으로 펼치는 것, 모두 뛰어나셨어요. 하지만 오늘은 아무래도 테크닉 부분을 배우는 것이어서 쉽지 않으실 거예요.”
김진희 강사가 미소를 짓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진희 강사는 이번 수강생들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선생님들의 수업 태도가 매우 좋습니다. 사실 교육계에서 퇴직하신 분들이니까 조금은 고집스러운 면이 있지 않을까 했는데 생각이 유연하고 흥미도와 참여도가 매우 높아 놀랐어요. 무엇보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다른 선생님께 미루는 게 실례인 걸 알기에 강한 책임감을 보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즐거운 매개체로 풍요로운 노후를

열심히 배우는 회원들 사이를 누비다가 ‘인생 2막 텃밭에서’ 팀의 작업에 잠시 합류해 보았다. 이곳에서 처음 만난 회원이라기보단 오래 알고 지낸 듯한 살뜰한 정이 넘치는 팀이다. 모두 70대로 연배도 비슷하고 이번 작업도 장소 제공부터 운전, 촬영, 편집까지 각자가 가진 재능들이 있어 수월하고 즐겁게 이번 미디어교육을 진행하는 중이다.
“대학 친구들을 만나는 느낌입니다. 같은 교육계에 종사해서 그런지 금세 친해졌는데 영상 촬영을 하러 다니면서 더욱 가까워졌어요. 공유할 수 있는 추억도 많고 무엇보다 삶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를 기획하면서 공감대가 많아 행복하게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 남녀공학 고교생 동아리에서 만난 양 4명의 회원이 웃음을 감추지 못한다. 현대에서 미디어의 영향력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특히나 미디어를 통한 소통이 일상화된 지금, 미디어의 활용은 개개인의 삶의 질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60대를 노인이라고 부르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60대가 되면 트렌드에서 벗어나 소외되는 현실. 이번 한국교직원공제회의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은 자신의 이야기를 영상언어로 표현해서 다른 사람, 다른 세대와 소통하는 방법을 터득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요즘 60대에 퇴직해서 노인정을 가는 분들은 아무도 없습니다. 할아버지가 드론, 레이싱카를 배우는 이유는 손자·손녀와 함께 취미활동을 즐기기 위해서죠. 이번 미디어 교육을 통해 다음 세대와 소통하는 계기의 첫발을 떼었다고 생각하시고 꾸준한 배움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높이는 것은 물론, 새로운 표현 방법, 소통 방법을 찾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의 시청자사업팀 곽형근 선임이 잊지 않고 당부했다. 미디어 교육이 후반부로 향해 갈수록 아쉽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회원들. 교육을 통해 젊은 사람들이나 기술에 특화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닌, 이 사회를 같이 살아가는 즐거운 매개체로써 미디어가 오래오래 회원들과 함께하길 바라본다.

tip 시청자미디어재단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미디어전문기관으로 시청자미디어센터 총괄, 시청자 지원, 방송시장분석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일반 국민의 미디어에 대한 접근성, 활용능력, 미디어를 통한 소통능력 증진에 기여한다.

Mini Interview

  • 미디어와 함께
    더 즐거운 인생을
    하운종 회원

    한국교직원공제회 홈페이지를 보고 청춘 미디어 아카데미에 응모했습니다. 평소 자식들이 보내주는 사진을 모아서 동영상도 만들고 유튜브에도 올리고 있는데 교육 내용이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고급스럽네요. 촬영 카메라도 처음 만져보고 다양한 미디어 교육 기회가 주어지니 이 분야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육 내용이 조금 어려워서 기초과정이나 총 수강 시간을 늘려주면 더 좋겠어요. 미디어를 통해 인생을 더 즐겁게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배움으로
    다시 찾은 젊음
    김혜경 회원

    교사로 퇴직한 지 1년이 채 안 된 상황에서 이번 아카데미에 신청하게 됐습니다. 평소 걷기 운동을 하면서 사진을 많이 찍는데 사진을 나열만 하는 것보다는 테마를 잡고 음악과 자막이 들어간 영상을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기계치라 새로운 프로그램을 배우는 게 어렵긴 했지만, 확실히 재미는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면 늘 젊은이들의 뒷전에 있는 게 아쉬웠었는데 공제회 측에서 이렇게 좋은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퇴직회원들을 위한 좋은 프로그램을 부탁드려요.

  • 영상미디어를 통해
    달라질 삶에 대한 기대
    이영순 회원

    매우 보람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블로그를 하고 있는데 이제는 사진보다는 영상으로 저와 제자들의 이야기를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유튜브에 올리면 구글에 오래도록 영상이 남는다는데 이 시대의 스승과 제자는 어떻게 지냈는지 기록한다면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이 수업이 제 미래를 더 즐겁게 바꿔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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