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PED LEARNING
오늘, 생각하기
The–K 스페셜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은 어떻게 진화해야 할까? ⑥

융합적 인재 양성을 위한
‘힘 있는 지식’의 교육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미래 사회의 학생들을 창의·융합 인재로 길러야 한다는 데에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융합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미래 교육을 논의하는 사람들은 종종 전통적인 교과지식 중심의 교육을 폐기되어야 할 과거의 유산으로 폄하하는데, OECD의 「미래 교육 2030」에서는 역량 교육의 핵심 과제로 지식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래 역량을 갖춘 융합인재 양성에서 지식 교육의 방향과 과제는 무엇인가?
  • 글. 황규호(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 학장, 교육학과 교수)
「The–K 스페셜」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큰 흐름에 따른 교육 변화와 다양한 교육방식에 대해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COMPUTATIONAL THINKING
AI 시대를 위한 교육의 변화 과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로의 진입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의 혁신이 중요한 시점이다. 특히 인공지능의 발달은 교육 분야의 변화와 함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한다고 볼 수 있는데, AI 발달에 따른 교육의 변화 양상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논의될 수 있다. 하나는 인공지능이 수업방법 등 교육 환경에 미치게 될 변화이고, 다른 하나는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필요한 능력을 길러주기 위한 교육과정의 변화이다.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AI 기술을 이용한 맞춤형 교육’

AI의 발달에 의한 수업의 변화와 관련해서는, 궁극적으로 AI가 교사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극단적 전망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교수학습의 방법 면에서 다양한 AI 기술이 활용되어 수업의 효율성을 높이게 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전망할 수 있다. 학습자의 개별적인 다양한 질문들에 대해 AI 기기가 맞춤형 학습지도를 해줄 수도 있을 것이고, 학습자의 여러 특성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학습자별 맞춤형 수업 설계가 가능해질 수도 있다. 평가 맥락에서도 자동화된 채점 프로그램을 활용한다면 평가의 효율성과 정확성이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과별로 활용 가능한 AI 기기나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적극 활용하는 것은 앞으로 교사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자질이 될 것이다. 이러한 AI 관련 기술은 부작용도 가져올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모르는 수학 문제를 스마트폰으로 찍어 올리면 바로 풀이 과정까지 설명해주는 앱(QANDA)은 긍정적으로 사용될 수도 있으나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와 노력을 포기하게 하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도 있다.

창의·융합적 사고 능력은 종종 ‘새로운 질문’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으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새로운 질문 능력은 이제까지 각 학문 영역에서 다루어져 온 질문들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전제로 하며, 이는 기존의 지식체제에 대한 충실한 이해를 요구한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개념적 이해의 중요성’

미래 교육에서 더 중요한 의미가 있는 변화의 과제는 AI 시대를 살아가야 할 학생들에게 길러주어야 할 능력과 이를 길러주기 위해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내용이 무엇인지를 올바르게 확인하고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일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의 강화’ 방안으로 이미 강조되었던 컴퓨터를 이용한 문제 해결 능력(Computational Thinking)과 이를 위한 도구적 기술의 하나로 Python(컴퓨터 언어의 일종으로 간결하고 생산성 높은 프로그래밍 언어) 등 컴퓨터 언어를 익히고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코딩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 강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컴퓨터를 이용한 문제 해결의 논리와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데 있어서 기초가 되는 적절한 수준과 범위의 수학적 기초지식, 예컨대 벡터와 행렬의 기본적인 개념에 대한 이해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러나 AI 시대를 위한 교육의 과제가 넓은 의미의 SW 교육(소프트웨어 교육은 컴퓨터적 사고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을 뜻함)에 국한된다고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더욱 근본적으로는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사고 능력을 함양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학교 교육의 핵심과제가 된다고 보아야 한다.
창의·융합적 사고 능력은 종종 ‘새로운 질문’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으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새로운 질문 능력은 이제까지 각 학문 영역에서 다루어져 온 질문들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전제로 하며, 이는 기존의 지식체제에 대한 충실한 이해를 요구한다.
여기서 말하는 기존 지식의 이해는 단편적 지식의 기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지식이 어떤 질문에 대한 대답인지, 그러한 질문이 어째서 중요한 질문인지,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사용되는 개념이나 원리, 탐구 방법과 사유방식의 특징은 무엇인지에 대한 종합적이고 총체적인 이해를 뜻한다. 이러한 이해는 각 학문 영역의 핵심 지식과 원리에 대한 ‘개념적 이해’로 부를 수 있는데, 2015 교육과정에서 강조했던 각 교과의 핵심 개념과 원리에 대한 이해와 맥을 같이 한다.

역량 교육을 위한 ‘힘 있는 지식’의 교육

미래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길러주어야 할 능력과 관련하여 OECD는 「미래 교육 2030」을 통해 새로운 가치 창출, 긴장과 딜레마 조정, 책임감 등을 포함하는 ‘변혁 역량(Transformative Competencies)’을 미래 교육의 과제로 제안하고 있다. 「미래 교육 2030」에서는 역량의 특징과 구성요소에 대하여 역량이 ‘지식’과 ‘기술’, ‘태도’ 및 ‘가치’의 총체적 결합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며 특히 역량 교육이 지식교육을 부정하거나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혀주고 있다.
역량의 함양을 위해서는 오히려 지식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데, 역량의 구성요인으로서 지식의 성격을 분석한 보고서의 저자인 영국의 교육사회학자 마이클 영(Michael Young)은 ‘힘 있는 지식(Powerful Knowledge)’과 ‘힘 있는 자의 지식(Knowledge Of The Powerful)’을 구분하면서 교육을 통해 역량을 함양하기 위해서는 힘 있는 지식의 학습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특히 힘 있는 지식의 특징으로서 전문성과 차별성을 강조하는데, 전문성은 각각의 학문적 지식의 전문가 공동체가 공유하는 고유한 정체성을 지칭하며, 차별성은 그것이 일상생활 속의 지식과 차별화된 개념체제를 갖는다는 점을 의미한다.

TRANSFORMATIVE COMPETENCIES
미래 교육을 위한 교육과정 개정의 과제

개념적 이해와 힘 있는 지식의 교육을 위한 교육과정 개정의 일차적인 과제는 교과별 핵심개념과 원리 및 교과 고유의 사유 방식과 탐구 능력을 명료하게 드러내고 이를 체계적으로 구조화하는 일이다.
이와 함께 AI 시대에서 야기되는 다양한 윤리적 문제들, 예컨대 AI의 발달에 따른 감시의 문제, 가짜의 위조 문제, 편향성의 문제 등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성찰 능력의 함양도 중요한 과제가 된다.
또한 AI의 발달과 디지털기기의 일상화가 가져오고 있는 사고방식의 변화와 의식의 자동화 및 감정 통제 문제 등은 인간의 존재 방식이나 사유 방식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하며, 인식과 사유의 본질에 대한 메타인지적(자신의 인지적 활동에 대한 지식과 조절)인 분석도 앞으로의 교육 방향을 검토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탐구 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services s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