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각하기
[+25] 그 쌤의 이중생활

공유하다
나의 지식, 우리의 지혜

배곧초등학교 김차명 교사

일을 한다는 것, 어느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간다는 것만큼 멋진 성취감이 또 있을까. 일생에서 대체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그 시간을, 그 과정을 우리는 사랑해야 한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손수 교육 콘텐츠를 만들고, 자유로운 공유 문화를 정착시키려 발 벗고 나선 김차명 교사처럼 말이다.
  • 글. 정은주
  • 사진. 김도형

Teacher & Contents Creator
콘텐츠, 재능 많은 교사들과 함께 만들다

교육에 관한 담론은 무수히 많다. 그리고 그 수만큼의 정답이 존재한다. ‘틀렸다’가 아닌 ‘다르다’가 인정되어야 하는 분야. 시야를 넓히고 공유를 활성화할 때 가르침과 배움의 깊이는 곱절이 될 테다. 그래서 제안했다. 교사 개인의 콘텐츠를 함께 나누자고. 김차명 교사가 전국 교사 모임인 ‘참쌤스쿨’을 만들어 운영하고, 또 초등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의 미디어콘텐츠 팀장으로 수년째 참여하고 있는 진짜 이유다. 이름부터 흥미로운 참쌤스쿨은 전문적으로 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교사 모임이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교실에서 즐겁게 공부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자나 깨나 달고 사는. 2015년 1기를 시작으로 올해는 6기가 활동 중인데, 전 기수 총 124명의 교사가 매달 모여 스터디를 하고 콘텐츠 제작에 참여한다.
“학교 현장을 잘 아는 교사야말로 최고의 전문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교사가 직접 만든 교육 콘텐츠의 효과가 높은 건 당연하겠죠. 그걸 증명해보고 싶어서 참쌤스쿨을 만들었어요. 저희의 모토가 ‘교사가 최고의 콘텐츠다’입니다. 교육에 관심이 있고, 교사이면서, 직접 제작까지 한다는 게 특징이죠.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고요. 사실 아이디어보다 더 중요한 건 구현이거든요.”
정말이지 김차명 교사를 비롯한 참쌤스쿨 교사들이 지금까지 구현해낸 일들을 나열하자면 지면이 모자랄 정도다. 국정교과서인 1·2학년 안전한 생활과 5·6학년 수학 교과서의 삽화를 그렸고, 책도 여러 권 출간했다. 또한 선생님을 위한 다이어리와 학급 게시판 현수막 같은 굿즈도 만들었다. 교육 자료도 꾸준히 제작해 제약 없이 공유 중이다. 그 덕분인지 SNS 팔로워가 약 10만 명, 블로그 방문객도 하루 1만 명을 거뜬히 넘어선다.

교육에 관한 담론은 무수히 많다. 그리고 그 수만큼의 정답이 존재한다.
‘틀렸다’가 아닌 ‘다르다’가 인정되어야 하는 분야. 시야를 넓히고
공유를 활성화할 때 가르침과 배움의 깊이는 곱절이 될 테다.
그래서 제안했다. 교사 개인의 콘텐츠를 함께 나누자고.
공유 문화, 퍼질수록 교실이 행복해졌다

문화를 만드는 건 중요하다. 비일상적이고 특별하게 여겨지던 일들이 숨 쉬듯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하려면 적잖은 시간이 들지만, 변화는 분명 세상을 더 이롭게 할 터. 물론 진정성이라는 요소가 전제되었을 때 얘기다.
김차명 교사의 경우 학생들을 향한 마음에서 진정성을 찾을 수 있다. 기왕이면 재밌게, 가능한 한 쉽게 배우고 가르쳤으면 하는 마음이 출발점이다. 역량 있는 교사들이 모여 머리를 맞댈수록 그 방법이 다양해질 테니 교육 콘텐츠 공유로까지 생각이 이어졌고, 크고 작은 시도들이 햇수를 더하면서 어느덧 문화로 뿌리내렸다.
“옛날에는 똑같이 가르쳐서 누가 목표점에 빨리 도달하느냐를 측정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교육이 개별화·다양화되었어요. 따라서 선생님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또 공유함으로써 시너지를 발생시키기도 하죠. 이 같은 문화를 만든 게 참쌤스쿨과 인디스쿨이에요.”
참고로 인디스쿨은 참쌤스쿨이 속한 초등교사 커뮤니티로, 보다 큰 개념. 사람들의 연결을 돕고, 경험과 앎을 나누며, 현장의 변화를 반영해 새로운 시도를 제안한다는 점에서 참쌤스쿨과의 교집합이 있다. 만들어진 지 올해로 20년인데,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탄탄한 공유 토양이 되었다는 게 김차명 교사의 설명이다.
“현재 3세대까지 왔다고 생각해요. 처음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든 1세대의 토양으로 저 같은 2세대가 자랐죠. 1세대의 콘텐츠를 집대성하고, 교사 모임을 만들어 스타트업처럼 운영한 사람들이요. 지금은 교육계를 벗어난 곳에서 콘텐츠를 창조하는 3세대가 중심이에요. 굉장히 다양하고 참신하죠. 젊기도 하고요.”

비주얼 씽킹, 그림으로 생각을 확장시키다

세대가 바뀐 속도보다 더 빠르게 시대가 변화했다. 교실의 모습이 바뀌었고, 학생들의 생각도 어른들의 그때와 견주는 게 무의미할 정도다. 하지만 교실에 주로 머물다 보면 변화에 둔감하기 십상. 그는 학생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둘러싼 미디어와 콘텐츠부터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게 텍스트 중심에서 이미지 중심으로 넘어가고 있어요. 디지털 네이티브인 학생들은 이미지를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요. 읽기와 독해 능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오히려 저는 당연하다고 봐요. 과거에는 텍스트를 알아야만 공부를 했지만 이제는 대부분 영상인걸요. 학생들이 타자는 잘 못 쳐도 동영상은 잘 만들죠.”
그러므로 이미지의 특성인 직관성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 그가 10여 년 전부터 교실에 비주얼 씽킹을 불러들인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비주얼 씽킹이란 쉽게 말해 ‘이미지로 생각하는 습관’이다. 예를 들면, 역사를 가르칠 때 그림을 그려 이해도를 높이고, 중간중간 지워진 부분을 학생들이 채우도록 하는 식. 텍스트 위주의 설명이라면 지루해했을 내용도 비주얼 씽킹이 적용되면 집중도가 확 올라간다.
물론 쉬운 과정은 아니다. 한 컷의 그림에 이야기와 정보를 꾹꾹 눌러 담아야 하는 까닭. 핵심은 ‘비주얼’보다 ‘씽킹’이기에 교사 입장에서는 전하려는 ‘무엇’과 더불어 ‘어떻게’라는 표현에 관한 질문을 거듭 품어야 한다. 다행히 연습한 만큼 실력도 는다고. 책을 읽은 후 한 권의 내용을 한 장의 그림으로 요약하는 게 그의 오랜 연습 방식이다.

전문가, 경험과 지식까지 두루 쌓았다

교사이지만 그는 최근까지 학교가 아닌 경기도교육청에 파견되어 근무했다. 현장과 콘텐츠, 두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이례적으로 대변인실에서 청소년미디어를 담당하게 됐다. 올해 3월부터는 2년간의 교육청 업무를 마무리하고 다시 학생들과 마주 섰다.
“감사하게도 경기도교육청 근무기간 동안 값진 경험을 많이 했고, 저의 전문성을 인정해주셔서 일도 신나게 했습니다. 하지만 학교와 너무 오래 떨어져 있으면 현실적인 게 안 보인다고 판단해 결정을 내렸어요. 그것 말고도 개인적인 변화들이 생겼는데요. 경기교육연구소장과 EBS시청자위원회라는 타이틀이 더해졌어요. 그래서 올해는 정책과 전문적학습공동체지원방안 등에 관한 고민에 집중할 것 같아요.”
물론 초등학교 교사로서 학생들을 가르칠 준비도 꼼꼼하게 마쳤다. 색다른 모임도 준비 중인데, 학부모들과의 독서 모임이 바로 그것이다. 책을 한 권 정해 반 학부모들과 다양한 의견을 나눌 계획이다. 소통과 초연결의 시대, 교사들 간의 커뮤니티처럼 교실의 문도 활짝 열려야 하기에.
“외부 활동이 잦은 만큼 학교에서 더 잘해야죠.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워낙 성취를 지향하는 성향이라 잠을 줄이고 시간을 쪼개는 쪽을 택했습니다. 저의 다양한 경험이 학생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해요.”
경험은 분명 교사로서의 지혜를 길러줄 테다. 더불어 그의 바람대로 ‘교사가 최고의 교육 콘텐츠로 인정받는 문화’를 만드는 촉매제 역할도 할 테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이로운 일. 교실을 바꿀 선순환의 발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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