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PED LEARNING
오늘, 생각하기
The–K 스페셜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은 어떻게 진화해야 할까? ➒

코로나19가 가져온 원격 수업 시대,
인간 친화적 ‘에듀테크’가
미래형 교육을 이끈다

글. 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수(전 총장), 한국교육행정학회 회장)
지식 전달 위주의 교육, 수업시간에 잠을 자거나 학습 흥미를 갖지 못하는 학생 문제, 그리고 기초학력 미달 학생증가 문제 등이 심화되면서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우리가 꿈꾸는 미래 교육은 온라인 사전 학습을 통한 오프라인 수업의 효과가 높아지는 교육,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사물인터넷 등을 활용함으로써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는 교육, 인공지능 학습 조교나 멘토가 학생들의 학습을 지원하고 학생들의 자기 학습력을 키워줌으로써 개인 맞춤형 개별화 학습이 가능한 교육 등이다. 이러한 도움을 받으면 모두가 미래역량을 충분히 기를 수 있을 것이다. 「The–K 스페셜」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큰 흐름에 따른 교육 변화와 다양한 교육방식에 대해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미래형 교육의 사례

호주 사립학교인 ‘캔버라 그래머 스쿨(Canberra Grammar School)’에서는 ‘혼합현실(MR)’과 ‘홀로렌즈(현실 공간에 홀로그램을 투사하고 손동작이나 음성으로 그래픽을 제어할 수 있는 기기)’를 활용하여 생물·화학·물리·수학 수업에 적용하고 있다.
이 외에도 세계 유수 학교에서는 2차원인 칠판 속의 평면적 그림이 3차원의 홀로그램으로 바뀌는, 이른바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을 활용한 실감형 교육이 진행 중이다. 2013년, 스웨덴의 한 학교에서는 컴퓨터 게임을 정규 교과목으로 채택했는데, 마인크래프트(Minecraft)라는 게임을 활용하여 도시설계, 환경문제 처리방법, 미래 설계 방법 등을 배우도록 하고 있다.
학생들은 게임을 즐기는 사이에 자신도 모르게 원하는 학습역량을 키울 수 있고, 학습 효과가 아주 큰 편이어서 스웨덴에는 이를 활용하는 학교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튜브를 활용한 교육도 크게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인천운남초등학교의 박경현 교사는 학생들과 함께 ‘꼬마 TV’ 채널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데 총 조회수 1,000만 뷰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호응과 관심이 크다. 금연교육을 비롯한 다양한 교육영상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즐겁게 깨달으며 바른 습관을 형성해가는 셈이다.
교육시스템 자체의 변화에 대한 사례도 많이 소개되고 있다. ‘무크(MOOC, 인터넷을 활용한 대규모 온라인 강좌)’를 통한 온라인 대학의 가능성, 7개 국가를 돌며 글로벌 IT 기업에서 인턴십을 할 수 있는 미래형 대학 ‘미네르바 스쿨’, 기존 교육제도의 틀을 깨는 소프트웨어 혁신 기관인 ‘이노베이션 아카데미(Innovation Academy)’와 ‘IBM P–TECH(Pathways in Technology Early College High school, IBM이 만든 세계적인 공교육 혁신 모델로 산업계, 교육계, 정부가 힘을 합쳐 미래형 인재를 양성하는 학교)’ 등이 그 예다.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교육기관은 모두 에듀테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 이외에도 사례는 아주 많다. 그런데 이러한 사례를 접할 때 아직도 뭔가 채워지지 않는 느낌이 든다. 엄청난 미래가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는데 왜 이러한 모습이 교실에서는 아직 잘 구현되지 않는 것일까? 많은 학생과 교사들은 왜 에듀테크 활용을 어려워하는 것일까? 그 이유와 대안, 그리고 나아갈 방향을 함께 고민해볼 때다.

인간 뇌의 시놉시스 형성을 외부에서 조작할 수 있기 전까지
즉, 학습할 내용을 뇌에 직접 다운로드를 할 수 있기 전까지
에듀테크의 핵심 역할은 인간의 본성과 뇌 학습원리를 바탕으로
학습자와 교육자를 돕는 것이어야 한다. 게임 프로그램이
인간 뇌의 중독적 특성을 활용하여 학생을 사로잡듯이,
학습 프로그램을 비롯한 AI 튜터도 인간에 내재되어 있는 호기심과
배움의 기쁨을 자극할 수 있어야 한다. 배움을 기피하는 학생들이
배움의 기쁨에 중독되도록 이끄는 방향으로 에듀테크가 발전해야 한다.
에듀테크 기반 교육의 방향

현재의 교육 시스템에 에듀테크가 결합하면 학생들은 자기 주도적으로 즐겁게 배우며, 행복한 개인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가르치는 사람들도 보람과 기쁨을 더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그러한 기대와 달리 신기술이 교육에 널리 접목되지는 못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에듀테크가 보조 교육수단에서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갑자기 온라인 개학이 도입되면서 신기술이 널리 접목되지 못하는 이유와 신기술의 가능성과 한계, 그리고 신기술을 교육과 접목시키기 위한 에듀테크(Edu–Tech)가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우리 사회와 교육계가 새롭게 고민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본격적으로 에듀테크 콘텐츠가 꽃피는 계기가 다가온 것이다. 그동안에는 학생들이 학습 동기를 상실하거나, 수업 시간에 잠을 자는 것을 신기술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온라인 학습을 시행하게 되니, 또다른 측면이 드러났다. 에듀테크를 활용하더라도 학생들을 배움의 세계로 이끌어주려면 교사가 곁에 있어야 함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 예가 보여주는 것처럼, 에듀테크 기반의 미래형 교육을 주도하려면 다음과 같이 몇 가지의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섬세한 ‘인간 친화적’ 에듀테크

에듀테크를 발전시켜갈 때 먼저 고민할 것이 있다. 학습활동차원에서는 학생 특성에 대한 것, 교육활동 차원에서는 교육자의 역할과 특성에 대한 것이다. 강한 학습 동기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은 어떠한 학습 장애 요인과 마주하더라도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오히려 이를 디딤돌 삼아 자신을 발전시켜 갈 수 있다.
학생들이 오감을 활용하여 학습하도록 도와주는 에듀테크는 강한 학습 동기를 가진 학생들이 더 높은 배움의 세계로 날아오르도록 도와주는 날개의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배워야 함에도 불구하고, 배움에 대한 열의가 전혀 없거나 기피하는 학생들이다. 이들을 위해서 에듀테크가 해야 할 역할과 에듀테크 프로그램의 방향은 새롭게 모색되어야 한다.
AI가 학습에 무관심하거나 학습을 거부하는 학생들이 배움에 관심을 갖고, 궁극적으로 배움의 열정을 갖도록 이끌어 가는 역할을 할 수 있으려면 아직 오랜 세월이 필요하다. 그때까지 AI를 비롯한 다양한 에듀테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교사가 이러한 역할을 할 때 어떠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에 관심을 갖고, 교사와 협업하며 그들을 돕는 방향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교사의 문제라고 생각하며 접근한다면 교사들은 굳이 이를 사용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인간 뇌의 시놉시스(Synopsis, 간단한 줄거리 또는 개요를 이르는 말) 형성을 외부에서 조작할 수 있기 전까지 즉, 학습할 내용을 뇌에 직접 다운로드를 할 수 있기 전까지 에듀테크의 핵심 역할은 인간의 본성과 뇌 학습 원리를 바탕으로 학습자와 교육자를 돕는 것이어야 한다. 게임 프로그램이 인간 뇌의 중독적 특성을 활용하여 학생을 사로잡듯이, 학습 프로그램을 비롯한 AI 튜터도 인간에 내재되어 있는 호기심과 배움의 기쁨을 자극할 수 있어야 한다. 배움을 기피하는 학생들이 배움의 기쁨에 중독되도록 이끄는 방향으로 에듀테크가 발전해야 한다.
에듀테크는 학습자가 즐거움 속에서 학습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고, 교육자가 학습자를 배움의 세계로 이끌 때 느끼는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학습자와 교육자에게 친화적이고, 배움과 가르침의 수고를 덜어주고, 나아가 그 과정에서 기쁨까지 느끼도록 할 때 우리가 꿈꾸는 미래는 한 발 더 다가올 것이다.

현실의 필요에 부응하는 에듀테크

에듀테크를 활용한 환상적인 미래를 만들려면 우선 현실의 필요에 부응해야 한다. 가령, 고급역량 평가를 위해서는 구술이나 논술형 시험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비용과 더불어 평가 결과의 객관성·타당성·신뢰성 확보 때문에 모두가 민감한 고부담 시험(예: 대입 관련 시험)에서는 이를 제대로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만일 AI가 자연언어를 제대로 처리하고 평가할 역량을 갖춘다면 평가 관련 문제는 쉽게 해결되겠지만, 앞으로도 한동안을 기다려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듀테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딥 러닝과 자연어 처리 등의 기술을 활용하여 학습 성과를 분석하는 것 뿐만 아니라 학습자의 행위 자체도 분석하고, 관련 빅 데이터를 축적·활용하여 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보 검색 및 상호 작용 지원 프로그램, 학습동기 유발을 비롯한 학습 원리에 부합하는 개인 맞춤형 교육용 소프트웨어, 학습자와 교수자를 돕는 정교화된 피드백 시스템, 인공지능 튜터 개발도 필요하다. 에듀테크가 잘 발달한다면 학습자의 수준과 진도에 맞는 내용 제공, 데이터 분석기반 개인 맞춤형 학습 지원 등이 가능해질 것이다.
에듀테크가 열정적인 학생뿐만이 아니라 학습 흥미가 부족한 학생이나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도 도울 수 있으려면 에듀테크 전문가들이 교육학·심리학·철학·뇌과학·뇌 기반 학습 전문가들과 함께 융복합적 접근을 해야 한다.
결국, 에듀테크가 펼칠 환상적인 가르침과 배움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가 꿈꾸는 교육과 학습의 모습을 구체화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교육의 미래는 오늘의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임을 항상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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