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
지상 강의

디지털 네이티브의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

준비 없이 다가온 온라인 개학은 ‘디지털 네이티브’인 우리 학생들에게는 당면한 과제이고, 학부모나 교사들에게는 큰 도전이었다. 이제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한 만큼, 앞으로 모든 패러다임은 컴퓨터 기반(Computer–based)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디지털 네이티브인 우리 학생들의 시대에는 전통적인 교육 환경을 탈피해야 할 큰 임무가 주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기반의 학습 방법과 우리가 적용할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 글. 이민영(현대경제연구원 전문교수)

디지털 네이티브에 걸맞는 학습 방법의 필요성

‘디지털 네이티브’란 어린 시절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세대를 뜻하는 말이다. 다양한 디지털 기기를 원어민처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세대라는 의미를 지닌 이 용어는 2001년 미국 교육학자 마크 프렌스키가 「디지털 원주민, 디지털 이민자」라는 논문에서 처음 사용했다. 1980년에서 2000년대에 태어난 세대를 말하며, 그 이전 세대는 디지털화된 생활을 하지만, 적응력이 원주민과는 다르다 하여 ‘디지털 이민자’이라고도 한다. 디지털 원주민인 오늘날 학생들은 기존의 교과서보다 모바일 앱에서 더 많은 걸 발견하고 학습할 수 있다.
프렌스키는 교육이 맞닥뜨린 가장 큰 문제를 ‘교사가 시대에 뒤처진 디지털 이전의 언어를 갖고서 거의 완전한 디지털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을 가르치려 한다는 점’이라고 보았다. 무엇보다 교육에서 이 두 세대 간 가장 큰 차이는 바로 ‘교육 콘텐츠의 접근 방법’이다. 다시 말하면 학습 방법이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학습’의 사전적 의미는 ‘과거의 경험을 통해서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을 배워서 익힘’이다. 이제는 학습의 의미가 달라져야 한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에 접근하기가 매우 쉬워졌다. 과거 평가의 기준은 얼마나 많은 것을 ‘암기’하고 있느냐였다. 「교실 없는 시대가 온다」의 저자 존 카우치는 오늘날 기술의 발달로 암기를 통해 익히는 것은 거의 쓸모없게 되었으며 진정한 학습이란 다양한 맥락 속에서 무언가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효과적인 수업 방식, ‘블렌디드 러닝’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은 두 가지 이상의 학습 방법을 결합하여 이루어지는 학습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온라인 학습과 오프라인 학습이 혼합된 학습을 뜻하나, 다양한 학습 방법이 혼합되면 모두 블렌디드 러닝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미국 교육부에서 실시한 블렌디드 러닝의 메타 분석(수년 간에 걸쳐 축적된 연구 논문들을 요약하고 분석하는 방법)에 의하면, 100% 오프라인 혹은 온라인 강의보다 블렌디드 러닝이 더욱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온라인 개학을 하면서 원격 수업과 등교 수업을 병행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해주는 연구 결과다. 그러나 온라인 수업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좀 더 다양한 교수법이나 다양한 채널의 활용, 그리고 온라인 기반 과제 등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EBS를 활용하거나, ‘닥줌(DocZoom, 1인 콘텐츠 저작 도구)’ 등을 수업에 활용하는 방법이 있는데, 사실상 이러한 방법들을 쌍방향 블렌디드 러닝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교사의 강의 내용을 듣는다는 맥락에서 등교 수업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활용되는 EBS 수업 역시 교과서의 내용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그 또한 암기형 학습이다. 기술의 발달로 지식에 대한 접근이 다양하고 쉬워졌기에 교사는 지식의 전달을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학생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수법을 활용해야 한다.

도전하면서 배우는 ‘도전기반학습법’에 집중하자

가령, 국어 시간에 ‘서평 쓰기’에 대해 다룬다고 가정해보자. 서평과 관련하여 진도를 나가기 전에 인터넷을 활용하여 과제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좋은 서평을 찾고, 본인이 좋은 서평이라고 생각한 이유를 작성하시오’라는 과제가 주어진다면, 누군가는 서평의 의미를 포털사이트의 국어사전에서 찾아볼 것이다. 이를 통해 ‘책의 내용과 특징을 소개하거나 책의 가치를 평가한 글’, ‘책에 대한 평가를 담고 있어서 다른 사람이 그 책을 선택하는 데에 도움을 주고자 쓰는 글’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는 서평을 어디서 찾아볼 것인가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인터넷 서점 사이트가 될 수도 있고, 북튜버의 영상을 찾아볼 수도 있다. 혹자는 책에 대한 평가를 담고 있는 글을 열심히 찾아볼 수도 있다. 많은 서평을 읽어보다가, 내가 그 책을 읽고 싶다고 느끼게 된다면 바로 내 입장에서 좋은 서평이 된다. 이런 과제를 제출한 후, 서평에 대한 선생님의 강의를 듣게 되면 교과 내용이 더욱 쉽게 이해가 될 것이고, 책을 구매할 때 서평을 적극 활용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교수법이 바로 블렌디드 러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학습 안에는 컴퓨터 이용학습(Computer–based Learning)뿐만 아니라, 플립러닝(Flipped Learning, 수업 내용을 온라인으로 먼저 학습한 뒤 수업을 진행하는 학습 방식), 문제중심학습(Project–based Learning), 경험학습(Experiential Learning) 등이 활용된다.
영어 시간에 수동태에 대해서 배웠다고 가정해보자. 필자의 학창 시절에는 ‘be 동사 + P.P’라는 문법의 틀을 배우고, 수동태 문장을 외웠었다. 그런데 ‘수동태가 나오는 팝송이나 랩의 가사 찾기’ 같은 과제는 어떨까? 디지털 네이티브의 음악 듣기 스케일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또는 본문을 외우는 시험보다는 본문과 관련된 이슈를 주제로 에세이를 써보게 하는 것도 디지털 네이티브들에게 좋은 방법이다. 인터넷 번역기를 활용해도 좋다.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 안에서 새로운 단어들과 문장의 형태뿐만 아니라, 아이디어의 확장까지 경험하기 때문이다. 결국, 지식의 암기보다는 지식 접근 방식의 다양화에 집중해야 함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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