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각하기
The–K 리포트

배움의 주체는 학생임을 일깨우는
미국의 ‘브라이트웍스 학교’

‘브라이트웍스(Brightworks) 학교’에선 망설임이 필요 없다. 소설을 쓰고 싶거나, 동물보호소에 기부할 돈을 벌기 위해 조그만 사업을 시작하고 싶거나, 버려진 철길 따라 여행을 하고 싶다면 당장 실행하면 된다. 든든한 협력자인 교사들이 언제든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학교’로 선정되기도 했던 브라이트웍스 학교에는 매년 전 세계의 수많은 교육자가 방문하거나 학교 관계자를 초대해 교육 노하우를 배우고자 안간힘을 쏟는다.
  • 글. 김재춘(영남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The–K 리포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교육 혁신에 앞장서고 있는 세계의 혁신학교 사례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학생들의 ‘배움 본능’을 믿는 학교

2011년 가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개교한 브라이트웍스 학교는 기존 학교와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교육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학교’라는 자부심이 강하다. 브라이트웍스 학교는 K–12(유치원에서 고등학교 3학년에 이르는 13년간의 교육) 사립학교로서 프로젝트 학습, 융합교육 또는 메이커 교육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학교에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겉으로 드러난 교육 활동의 유형이 아니라, 학생들에 대한 학교의 무한한 믿음이다. 브라이트웍스 학교는 ‘학생들은 누구나 본능적으로 배우고 싶어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학생의 학습 주도성을 적극 존중하고, 배우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도록 협력·지원해준다. 이런 연유로 브라이트웍스 학교에서는 교사를 ‘협력자’라 부른다.
브라이트웍스 학교는 연간 학비가 약 4천만 원에 이른다는 점에서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교사와 학생의 비율이 미국 평균인 13:1보다 훨씬 낮은 6:1에 불과하고, 평균 학습 집단이 10명 내외라는 점에서 상당히 이상적인 교육 환경을 갖추고 있다.

‘브라이트웍스 아크(Arc)’로 높여가는 창의성과 자율성

브라이트웍스 학교에서 학생들은 잘게 쪼개진 시간표에 따라 진행되는 교과별 수업을 받지 않는다. 대신 ‘브라이트웍스 아크(Brightworks Arc)’라 불리는 시스템 구조에 따른 교육을 받는다. 이는 탐색(Exploration), 표현(Expression), 전시(Exposition)라는 3단계로 이뤄진다.
아크 교육의 주제가 선정되면 그 주제에 대해 2~3주에서 두 달 정도에 걸친 수업이 진행된다. 각 아크 수업 기간을 3등분해 각각 탐색·표현·전시 활동을 진행한다. 몇 차례에 걸친 이 아크 교육을 경험하다 보면 한 해가 훌쩍 지나간다. 이제 각각 활동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 학습의 주도성이 돋보이는 ‘탐색 활동’

    공부할 주제가 정해지면 학생들은 아크 교육의 첫 단계인 탐색 활동을 시작한다. 예컨대, ‘바람(wind)’이 주제로 정해지면, 학생들은 다양한 관점에서 바람에 대한 아이디어를 탐색한다. 즉 풍력발전, 기상학, 비행, 항해의 역사, 예술 분야 등에서 학생들은 이와 관련된 경험을 가진 사람이나 전문가 등을 초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관심의 폭을 넓힌다. 더 나아가 연날리기, 비행기 만들기 등 바람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통해 학생들은 바람에 더 친숙해지며 바람의 물리학과 미학을 통해 영감을 받고, 우리 주변의 세계와 바람의 관계를 파악하면서 바람이라는 주제에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두게 되는 것이다. 학생들은 탐색 활동의 마지막 단계에서 자신이 얻은 영감을 표현하는 프로젝트 제안서의 일종인 ‘선언문(declaration)’을 작성한다.

  • 프로젝트 기반의 융합 교육으로 나아가는 ‘표현 활동’

    학생들은 자신의 선언문을 학교에 제출하여 이를 실행하는 데 필요한 도구와 재료, 지원과 도움을 요청한다. 예컨대, 학생들은 배를 만들어 항해할 수도 있고, 토네이도를 형상화한 예술작품을 만들거나 바람과 관련된 오페라를 만들어 공연할 수도 있다. 필요할 때는 전문가의 체계적인 도움을 받기도 하고, 친구들과의 작업을 통해 협력에 익숙해지며, 창의적인 생각에 영감을 받기도 한다. 또한 과제 수행 중 만나는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인내심을 기를 수도 있다. 대부분 정해진 기한 내에 선언문에 제시된 대로 작품을 완성하는데, 만일 실패하더라도 그 과정의 경험이 더 값지므로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 학습 내용을 심화하는 메이커 교육의 ‘전시 활동’

    브라이트웍스 학교 학생들은 완성된 작품을 공공전시장에서 전시·발표한다. 자신들이 획득하여 활용한 기술을 선보이고, 이해한 바를 표현하며, 직접 만든 창작물을 설명하면서 청중들로부터 피드백과 비평을 받는다. 더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작품의 시작부터 완성에 이르는 작업 과정을 보여주는 매우 상세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이것을 교과 성적과 경력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아크 교육을 통해 배운 것을 점검하고, 다시 새로운 아크 교육을 시작한다. 학교 공동설립자인 ‘튤리(Gever Tulley)’와 ‘웰치(Bryan Welch)’는 모형이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 활용하는 도구와 재료로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브라이트웍스 학교의 메이커 교육은 단순히 IT 기술의 활용을 강조하는 메이커 교육과는 차별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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