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각하기
[+25] 꿈 너머 꿈

나는 쓴다,
고로 존재한다

서울 누원고등학교 이의진 교사

쓰는 존재. 써야만 하는 존재. 선택보다는 본능에 의해 쓰는 사람들이다. 왜 쓰는가? 궁금해할 필요는 없다. 쓴다. 고로 존재한다. 누원고등학교 이의진 교사는 쓰는 존재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몸과 정신이 시키는 대로 계속 써왔다. 그랬더니 작가가 되어 있었다. 교사와 작가. 두 가지 호칭에 굳이 벽을 둘 필요도 없다. 그냥 쓰는 이의진이다.
  • 글. 이성미
  • 사진. 김도형

Teacher & Homo Scribens
치열하게 살고 고고하게 쓴다

「개미와 베짱이」라는 이솝 우화가 있다. 모두 알다시피 우화 속에서 개미는 미래를 위해 계획하고 일한다. 반면 베짱이는 따뜻한 계절 내내 노래만 부르며 시간을 보낸다. 결말도 모두가 아는 그대로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개미와 베짱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바뀌었다. 과거 사람들은 개미의 부지런함만을 칭송했지만, 요즘은 “베짱이처럼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며 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누원고등학교에서 국어 과목을 가르치는 이의진 교사는 개미처럼, 베짱이처럼 살아왔다. 처음부터 교사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복작거리는 집에서 태어나 대학원에 진학해 ‘연극, 영화평론가’로 가는 길은 진작 막혀버렸고, 결국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했다. 그러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됐는데, “육아와 병행하기에 교사만 한 직업이 없다”는 오해 덕분에 뒤늦게 교사를 꿈꿨다. 그러나 사범대학교나 교육학과를 나온 것도 아니었고, 아이를 키우며 시험을 준비해야 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공부했다. 한 방에 임용고시에 합격하고, 교사가 된 후에는 학생들을 가르치며 부지런히 잡무를 해냈다. 이의진 교사의 하루하루를 보면 개미의 삶과 99% 일치했다. 그러나 그는 매일 베짱이의 그것으로 1%를 채웠다. 쓰는 일이었다.
“SNS 계정을 만들어 비공개로 계속 일기를 써왔어요. SNS는 친목 도모나 과시의 목적보다는 좋은 글을 찾아보고 기록해두는 용도였죠. 아주 가끔은 일상을 올리기도 했고요. 그러다 2016년 7월에 속상한 일이 생겨, 하고 싶은 말을 공개적으로 적었어요. 그런데 여러 사람이 공감하며 게시글을 퍼 나르는 바람에 일순간 유명 인사가 되어버린 거예요. 그 후 신문사에서는 제게 칼럼을 의뢰했고, 출판사로부터 책을 내자는 제안도 많이 받았어요.”
2019년부터 이의진 교사는 서울신문에 「이의진의 교실풍경」을 연재하고 있다. 그의 마음을 흔든 두 출판사에도 출간을 수락했다. 그리고 2020년 두 권의 책이 나왔다. 문학 에세이 「오늘의 인생 날씨, 차차 맑음」과 오늘도 애쓰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헌사인 「아마도 난 위로가 필요했나보다」, 바로 두 권의 책이다.

“교사는 성장하는 것을 멈출 수가 없어요.
학생들을 위해 교사는 계속 성장해야 해요.
학생이 교사를 키우는 셈이죠.
어제보다 나은 제가 된다는 것은 무겁지만 즐거운 일이에요.
저는 앞으로도 쓰는 존재이자 교사로서
성장하는 존재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아마 당신도 위로가 필요했나보다

“「아마도 난 위로가 필요했나보다」는 동료 교사, 그리고 이 땅에서 일하고 있고, 일할 여성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썼어요. 누군가 제 글을 읽고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는다면, 책이 되기 위해 죽어야 했을 나무들에게도 덜 미안할 것 같았고요.”
앞서 말했듯 그의 인생은 녹록지 않았다. 대체로 흐렸고, 대체로 비가 내렸고, 대체로 바람이 불었다. 교사가 된 후의 삶은 더 치열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온종일 동동거리며 몸은 녹초’가 된다. 8년 전에는 신우신염으로 일주일 이상 입원했고, 재작년에는 대상포진, 작년에는 심한 독감에 걸려 고생했다. 올해는 이석증이 왔다. 잦은 병치레를 하며 열심히 일했건만 현실은 냉담하다. ‘한 아이가 성장하는 데 온마을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막상 그 아이들을 키워내는 교사는 보이지 않는 세상’이다. 하지만 사막에도 비가 내린다.
그의 인생도 늘 흐리지만은 않았다. 결국 차차 맑아졌다. 이의진 교사는 그 깨달음을 두 권의 책 속에 담담히 풀어냈다.

인생이란 그런 것 같다. 폭풍우가 몰려온다는 일기예보를 들었다고 해서 안전한 집에만 머무를 수 있는 건 아니다. 광인의 풀어 헤쳐진 머리카락처럼 감겨드는 바람을 맞으며 부러진 우산대를 잡고서라도 가야 할 길을 가는 것이 인생 아닐까. (중략) 하지만 태풍이 지나가고 나면, 하늘은 분명 투명해지며, 비록 잠깐일지라도 폐는 깨끗한 공기로 차오르리라. 적어도 태풍 이후의 날씨가 ‘차차 맑음’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 「오늘의 인생 날씨, 차차 맑음」 저자의 말 중에서

오늘도 그는 발을 동동거리고 있을 동료 교사에게, 또는 사회 안의 누군가를 글로 도닥인다. 오랜 글쓰기는 그에게 글에 온기를, 에너지를, 사람의 가슴 깊은 곳으로 들어가 서늘하게 긁어내는 힘을 갖게 해 주었다. 그러니 계속 글을 쓸 수밖에.

평생 쓰는 존재이자 성장하는 존재로 살다

시인 김수영은 “기침을 하자”고 했다. 철학자 김태길은 “하고 싶은 말이 안으로부터 넘쳐흐를 때, 그때 비로소 붓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의진 교사에게도 글을 쓴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기침이고, 안에서 넘쳐흐르는 것을 글자로 옮겨 담는 행위다. 하지만 교사로서 하루 종일 기침을 할 수는 없다.
“글은 ‘분출’이에요. 무언가 이루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목에 걸린 불덩이를 꺼내는 것이죠. 달리 말하면 목적이 저를 쓰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제 안의 욕구가 저를 쓰게 해요. 하지만 무언가를 얻기 위해 일상을 뒤흔들 만큼 무리해서 글을 쓰고 싶지 않아요. 제게는 일상의 행복이 더 소중해요. 일상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더 중요하고, 반려묘 코코와 함께하는 시간도 중요해요.”
쓰고자 하는 마음을 억누를 수 없어 써온 글이 스크롤을 내리고 내려도 끝나지 않을 만큼 많다. 더 많이 쓰고 더 많은 돈을 벌자는 유혹도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더 쓰는 삶과 교사로서의 삶을 맞바꿀 생각이 없다. 쓰고자 하는 마음은 조금 더 억누르고, 지금 누리는 행복을 더 오래 이어가고 싶다. 학생들의 마음속 이야기를 듣고,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지금의 삶이 참 좋다. 자신의 능력으로 학생들이 자기소개서를 더 잘 쓸 수 있게 도울 수도 있으니 더없이 좋다.
“학교 밖에 있는 제가 생각했던 것처럼 교사는 쉬운 직업도 아니고, 편한 직업은 더더욱 아니었어요. 그럼에도 교사라는 직업이 좋은 이유가 뭔 줄 아세요? 교사는 성장하는 것을 멈출 수가 없어요. 학생들을 위해 교사는 계속 성장해야 해요. 학생이 교사를 키우는 셈이죠. 어제보다 나은 제가 된다는 것은 무겁지만 즐거운 일이에요. 저는 앞으로도 쓰는 존재이자 교사로서 성장하는 존재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꿈 너머 꿈’은
회원 여러분이 주인공입니다

‘그 쌤의 이중생활’에서 새롭게 바뀐 ‘꿈 너머 꿈’ 코너는 새로운 꿈을 향해 쉼 없는 도전을 하며 많은 분들에게 꿈을 향한 원동력이 되어주시는 회원 여러분들의 신청을 기다립니다. 선생님이 아니어도 누구나 신청할 수 있고, 혹은 추천해 주셔도 좋습니다. 「The-K 매거진」이 지면에 담아, 많은 교직원분들과 공유하여 학교와 교실의 담장을 넘는 빛나는 꿈과 열정이 더 높은 곳에 닿을 수 있도록 응원하겠습니다.

보내실 곳 : thekmagazine@ktcu.or.kr (「The–K 매거진」 편집실 E–mail)

services s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