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기억하기
에세이

꽃보다 아름다운
오! 나의 스승님

「에세이」는 교육가족의 마음이 느껴지는 공감 에세이로, 업무 현장에서 수많은 사건 사고를 겪으면서 세상과 소통하고 성장하는 교육가족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 글. 이우진(경기 양진중학교 교사)
스승의 은혜 감사합니다

예쁘지 않은 것을 예쁘게 보아주고, 좋지 않은 것을 좋게 생각해 주고, 싫은 것도 잘 참아주던 사람. 언제나 학생들에게 먼저 손 내밀고, 그저 사랑으로 학생을 보듬어주던 참 스승. 나에게는 해마다 스승의 날이 되면 떠오르는 그런 선생님이 있다. 바로 초등학교 4~5학년 때 나의 담임선생님이셨던 신주섭 선생님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33년 전,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나는 정말로 개구쟁이인 동시에 말썽꾸러기 학생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부끄럽지만, 심술궂은 장난도 많이 했고, 수업 시간에는 집중도 안 하고 딴짓을 많이 한 기억이 떠오른다. 그래도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학생들이 선생님을 좋아했고 많이 따랐다.
특히 선생님은 공부를 잘하거나 말씀을 잘 듣는 학생에게 더 관심을 갖지 않고 모든 학생들에게 공평하게 관심과 애정을 쏟으셨다.
‘차이’가 ‘차별’을 낳는다는 말이 있지만, 선생님께서는 공부와 배경에 상관없이 모든 학생을 항상 평등하게 대해주셨고, 수업 시간에 적극적으로 발표하는 학생들에게는 작은 칭찬과 격려를 많이 해 주셨다.
담임선생님과의 소중한 추억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기억은 4학년 때 경북 상주시 갑장산에 위치한 갑장사로 봄 소풍을 갔을 때였다. 평소에 나보다 더 개구쟁이였던 현욱이가 시냇가에서 부주의하게 신발을 벗고 다니다가 깨진 유리 조각 때문에 발바닥이 크게 베이는 상처를 입었다. 그때 현욱이에게 가장 먼저 달려가서 다친 부위를 확인하고 손수건으로 발 주위를 손수 묶어 주신 분이 바로 담임선생님이었다. 선생님께서는 현욱이가 잘못한 것에 대한 훈계보다는 오히려 큰 걱정을 해주셨다. 이뿐만 아니라 다른 말썽꾸러기 학생들이나 특수학급 학생들이 상처를 받거나 소외를 당하지 않도록 오히려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으셨다.
4학년이 지나고 5학년 2학기가 끝나갈 무렵, 우리 반에는 5학년 학생 중에서 가장 덩치와 키가 커서 힘도 세고, 싸움도 잘하는 민호라는 친구가 있었다. 민호는 또래보다 체격이 좋아 친구들과 놀 때 양보하지 않고 싸우는 경우가 많았다.
종종 민호가 친구와 싸워 교무실로 불려오면, 다른 선생님들에게 혼이 나는 경우가 흔했다. 그렇게 친구들과 자주 다툼이 있었기에 학교 선생님들은 늘 싸움만 하는 민호를 꾸짖으시곤 했다. 하지만 담임선생님은 민호의 담임선생님이 아니었더라도 민호와 다른 반 말썽꾸러기 학생들에게 언제나 관심을 갖고 친절히 대해 주셨다.
이러한 이유가 많은 제자들이 지금까지도 신주섭 선생님을 존경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공부는 조금 못하더라도 생활태도와 예절이 바르고, 남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기꺼이 하는 학생에게 선생님은 많은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다.
요즘 “스승은 없고 교사만 있다”라는 말을 들으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게다가 가끔 언론을 통해 비치는 학교와 교사의 모습은 마치 불신에 쌓여있는 것처럼 좋지 않게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 교직에는 어렵고 힘든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앞장서서 힘써주시는 많은 선생님이 계시기에 또 다른 희망이 있다. 지금은 퇴직하셨지만, 나의 초등학교 은사님도 그렇게 훌륭한 분에 속한다.
갈수록 삭막해져 가는 스승과 제자 사이의 돈독한 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존경하는 선생님이 계신 학교에 부담 없이 찾아오는 풍경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 다가오는 스승의 날에는 학창 시절 존경했던 은사님을 직접 찾아뵙거나 상황과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도록 간단한 안부 전화라도 해보는 것이 어떨까.

※ 이우진 교사는 옛 스승의 마음을 잊지 않으며 스스로도 아이들과 돈독한 정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학생 이름은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회원 여러분의 에세이를 기다립니다

세상과 소통하고 성장하는 교육가족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에세이」는 회원 여러분의 소중한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업무 현장을 비롯해 일상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교육가족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주제는 무엇이든 환영입니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교육가족이라면 누구나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참가하신 분들의 작품을 선정해 매거진에 실어드리겠습니다.

  • 원고 분량 : 원고지 12매(A4 1매 반)
  • 보내실 곳 : The–K 매거진 편집실 (thekmagazine@ktcu.or.kr)
  • 마감일 : 매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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