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각하기
꿈 너머 꿈

시가 울려 퍼지는 세상을 꿈꾸다

해남공업고등학교김숙희 교사

“시는 언제나 우리의 삶을 새로 출발하도록 고무하며, 그 삶의 근원으로 돌아가게 한다.” 시인 박두진의 말이다. 시인의 말처럼 시는 우리를 일어서게 하고, 뿌리를 찾게 할 만큼 힘이 세다. 낭송의 힘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 가운데 김숙희 영어 교사는 사람들이 시를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고, 시 낭송이 대중 공연예술로 정착할 수 있도록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 글. 이성미
  • 사진. 김도형
「꿈 너머 꿈」은 현업 활동과 더불어 또다른 꿈을 향해 달려가는 열정 넘치는 회원 분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마련된 코너입니다.

시 낭송 스타가 된 현직 영어 교사

낭송(朗誦)의 사전적 의미는 ‘크게 소리 내어 글을 읽거나 외는 일’이다. 그러나 시 낭송은 단순히 시를 읽는 행위가 아니다. 시 낭송은 그 자체로 예술적 가치를 지니는 종합예술이다. 같은 시라도 낭송하는 이가 텍스트 하나하나에 어떤 의미와 감정을 부여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낭송 작품이 탄생한다. 여기에 무대, 배경음악, 의상 등이 어우러지면, 한 편의 영화 같은 낭송 작품이 탄생한다.
김숙희 교사는 전국시낭송대회 10관왕으로서, 전국시낭송대회 다관왕 1위를 기록하며 2021년 대한민국최고기록 인증대상을 수상한 시낭송 분야의 입지적 인물이다. 지금까지 5번의 전국시낭송대회 심사위원장을 지냈고, 서울 김소월시낭송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또 시인과 수필가로도 활동 중이다.
“낭송가에게는 저마다의 개성이 있어서 예술적 잣대를 대기가 어려워요. 따라서 그동안의 수상 경력은 낭송을 가장 잘해서 받은 성적표가 아닌, 두려움을 극복하고 도전한 최대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를 소재로 한 퍼포먼스, 극, 뮤지컬, 노래 등 낭송의 세계가 갈수록 진화·발전하고 있는 만큼 연구적 자세로 낭송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김숙희 교사는 오늘의 영광은 타고난 선명한 발음과 맑으면서도 애수적인 특유의 목소리가 한몫했지만,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 연구와 연습의 공이 더욱더 크다고 말한다. 그는 교사로서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매일 2시간 이상 낭송을 연습하며 실력을 갈고닦는다. 낭송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면 시간적·금전적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낭송 영상물을 제작할 때는 작품당 4개월 넘게 연습을 해요. 배경음악을 직접 선곡하고, 영상을 완성하기까지는 한 편당 최소 6개월에서 길게는 1년이 걸리죠. 무대에 오를 때도 많은 공을 들이고요. 낭송이 독립적 예술 장르로서 다른 장르에도 절대 밀리지 않는 공연예술로 정착할 수 있도록 평소 수준 높은 작품을 남기려 합니다.”

시 낭송이 정규 교육 커리큘럼이 되는 그날까지

김숙희 교사가 처음 낭송에 관심을 둔 것은 대학 시절 선배가 야유회에서 영시를 암송하는 것을 본 후부터다. 시를 외는 것 자체가 문학적 이상의 지성적이고 감성적인 놀이 문화가 될 수 있음을 처음 깨달은 것. 그때부터 혼자만의 취미로 암송을 즐겼다. 물론 단순히 시를 외우는 행위인 암송(暗誦)과 낭송은 다르다. 그 역시 암송을 낭송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특히 영시의 리듬감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도 난제였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그는 한국인이 영시를 낭송하기 위해서는 한글 낭송법을 익혀 영시에 리듬을 실어야 한다는 나름의 결론에 도달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영시와 한글시를 함께 암송하면서, 50편의 영시를 포함해 총 150편 이상의 시를 암송하기에 이르렀다.
더불어 김숙희 교사는 영어 교사로서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영시를 지도하는 한편, 학부모와 함께하는 교내 시 낭송대회, 동아리 시 낭송 발표회 등을 주관하며 오랫동안 시 낭송 동아리 지도교사로서 학생, 학부모와 호흡하고 있다.
자비로 시 낭송용 시집을 제작해 학생들 전체에게 무료로 배부했고, 행사비와 심사비는 따로 모아 기부하고 있다.
“학생들이 학창 시절 시 낭송이란 장르를 거부감 없이 접하고, 시 낭송 세계에 조기 입문하기만 해도 교사로서 성공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 당장은 시 낭송에 흥미를 전혀 느끼지 못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성장하며 연습을 계속할수록 낭송에 깊이가 생기고, 저절로 낭송의 묘미를 터득하게 될 것입니다. 살면서 시 낭송에서 잠시 멀어진다 할지라도, 학창 시절의 순수했던 낭송 경험을 떠올리다 보면 언젠간 결국 시 낭송 세계에 다시 안착하리라 확신하고요.”
이처럼 그가 교육 현장에서 시 낭송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시 낭송이 사람의 정서 순화에 탁월한 효과를 지닌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숙희 교사는 학교 안에서 낭송을 통해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견인한 공로로 2017 대한민국인성교육 대상을 받기도 했다. 시 낭송이 단순히 일회성 행사가 아닌 정규 교육 커리큘럼이 되기를 꿈꾸며, 문예 창작학과 박사 수료자로서 논문을 집필하고 있는 그는 낭송의 필요성을 알리고 시 낭송이 ‘낭송학’이라는 하나의 학문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활동에 박차를 가하려 한다.

취미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기술

학교 안에서 낭송 활동을 계속해오던 그가 본격적으로 낭송대회에 참가하게 된 것은 4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부터다. 부모님을 여의고 삶에 대한 허무감으로 극심한 우울증이 찾아오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낭송대회에 도전한 것.
낭송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지면서, 그는 공연 무대에도 스타 낭송가가 되었다. 대표적으로 2018년 국회의사당에서 열리는 ‘국회 시낭송의 밤’에서 한국의 대표 시 낭송가로 무대에 섰고, 2019년에는 가수 송가인, 백지영이 참여한 ‘땅끝 한여름 밤의 문화축제’에서 1만여 명의 관중 앞에서 시 낭송 공연을 펼치며 낭송을 예술적 장르로 승화시켰다. 이제 전국시낭송대회를 준비하거나 웬만한 시 낭송 애호가라고 하면, 김숙희 이름 석 자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개인적으로 직장생활과 취미를 병행하면서도 어떤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았다는 것이 가장 뿌듯하고 자랑스러워요. ‘다관왕’이라는 타이틀 자체가 정당한 절차를 밟은 대회 출신이라는 점에서 자부심을 주고요. 누군가를 모방하는 낭송이 아닌 나만의 낭송 스타일을 당당히 전파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지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낭송계의 리더로서 낭송 문화를 발전시켜야 하는 무게감도 크게 느낍니다. ‘앞으로 낭송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 나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고민하게 되고요. 또 현재 우울감이나 무력감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중년에게 저의 성공적인 활동이 작은 희망의 불씨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자신이 극심한 우울증을 겪는 중에 시 낭송이라는 빛을 발견했듯, 그는 더 많은 사람이 시 낭송을 통해 삶의 기쁨과 행복을 찾길 바란다. 그리고 여기서 계속 한길을 걷다 보면 한발 더 나아가 전문가로서도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거듭 강조한다.
“무력감만큼 삶을 피폐하게 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무력감에 빠져있지 말고, 자신이 잘하고 또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도전하세요. 나이와 상관없이, 목표 의식은 삶에 건강한 에너지가 샘솟게 하니까요. 또 좋아하는 일을 찾는다면, 한 우물을 집중적으로 파십시오. 처음엔 조그마한 구멍처럼 보이지만, 실상 들어가 보면 그 안에 무한한 세계가 펼쳐질 것입니다.”
김숙희 교사는 “꾸준히 시를 암송하다 보면, 시가 온몸에 녹아들어 저절로 리듬을 타서 음악성이 생기는 짜릿한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라고 증언한다. 시 낭송을 취미로 삼는 사람들과 교류하다 보면 문화 예술적 지평이 넓어지고, 단순한 친교 형성에서 얻는 그 이상의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도 말한다. 아직 낭송의 매력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우리가 아직 제대로 낭송을 즐겨본 적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온 세상 풍경이 한 편의 시처럼 아름다운 요즘, 시 낭송에 입문해보는 것은 어떨까?

2018년 제3회 윤봉길 전국 애국시낭송대회의 심사위원장으로 참여한 김숙희 교사
  • 2018년 국회가 주관한 ‘국회 시낭송의 밤’에서 낭송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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