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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티처 & 티처

우리 가족의 여름을 부탁해!

가족 관계에 있어 갈등이 가장 많이 생기는 시기는 여름으로, 이때는 스트레스 지수도 가장 높이 올라가는 시기다. 여름에는 과도한 햇빛이 생체시계를 오작동시키고, 뇌의 에너지를 소진시켜 피로 현상으로 인한 우울증이 심해질 수 있다. 여름이면 찾아오는 무기력증을 극복하고, 부모와 자녀가 서로를 이해하며 슬기로운 여름을 보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 글. 김동철(‘김동철심리케어원장’, 심리학 박사)

여름을 대하는 부모와 자녀의 자세

중년 부모들의 신체 면역력이 가장 약해지는 계절은 바로 여름이다. 더위는 더 타게 되고 무기력증으로 만사가 귀찮아지는데, 이것이 바로 여름에 오는 면역 약화에 따른 계절성 우울증 증상이기도 하다.
보통 중년의 나이가 되면 직장 내에서 책임자가 되는 자리에 앉게 된다. 그러나 사회의 중요한 핵심 축이더라도 언제든지 그 위치에서 밀려날 수 있을 것이라는 초조함에 불안이 가중되기도 한다. 이러한 시기에 여름철 더위로 인한 면역력 약화는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다.
반면 자녀에게 여름은 활동 에너지가 가장 넘치는 계절이기도 하다. 이 시기는 일 년 중 여유를 찾을 수 있는 휴식의 시간이며, 여유를 갖더라도 누구든지 인정해주는 포용의 계절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부모와 자녀는 환경, 나이, 에너지, 생각 등 여러 면에서 세대 차이가 크게 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여름 내내 인상을 쓰며 미래에 불안감을 느끼고, 자녀 걱정에 스트레스 받으며 서로를 배려하지 않는다면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는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부모의 상황을 자녀와 공유하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부모는 먼저 자신에 대한 문제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스스로 현재의 모습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이것은 심리치료과정에서 상당히 중요한 과정으로, 자신이 가진 문제를 직시하지 못하면 치료를 시작할 수도 없다.
다음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나의 문제를 먼저 다룰 것인가’ 아니면 ‘자녀의 문제를 함께 다룰 것인가’에 대한 순서를 정해야 한다. 만약 나의 문제가 먼저라면 자신의 상황을 자녀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의 경우, 부모가 힘든 부분을 말하지 않았기에 도와주지도 못할뿐더러 오해를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가령 집안 살림이 너무 어려워졌을 때, 자녀와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면 자녀 스스로 절약하고, 부모에게 불필요한 지출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화가 없을 경우 절약은 고사하고 지속해서 다양하게 용돈을 요구할 것이다. 결국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하는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기보다는 부모와 갈등이 생겨 자녀의 불만이 폭발할 수 있다.
이렇듯 자녀와 대화로 소통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자녀의 문제에 대해서는 적극 개입을 하지만, 부모의 문제는 자녀가 절대 알게 해서는 안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서도 부모들은 자녀가 얼른 철이 들어 부모를 이해해주는 동지가 되어 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대화가 없다면 자녀들은 부모들의 고충을 모르기에, 결국 덩치만 큰 어린아이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대화와 소통으로 현재의 부모 상황을 자녀에게 이해시켜 서로에게 상처와 아픔을 주지 않는 게 중요하다.

협력하는 부모의 모습, 자녀에게 믿음을 준다

다음으로는 ‘나의 문제와 자녀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것’인데 이 또한 대화가 먼저 필요하다. 그러나 꼭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는데, 부모가 함께 협력해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과 양육 철학이 대립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부모가 먼저 협의를 한 후에 자녀의 문제를 함께 풀어가야 한다. 자녀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 부모가 함께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자녀에게 큰 믿음을 주게 된다.
언제든, 누구에게든 여러 문제가 생기기도 하며, 어느 틈에 그 문제가 쉽게 사라지기도 한다.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누구나 그만큼 노력했기 때문이다. 지난 일로 잊혀져 그저 쉽게 해결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반드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부모는 본인 스스로가 사회의 중요한 구심점이라는 자기 위안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는 것도 필요하다.
점점 더워지는 날씨로 감정적 판단이 앞설수록, 시원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서로의 고충을 터놓고 대화하는 시간을 일부러 마련해보자. 특히 부모가 먼저 자녀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따뜻한 표현을 해주는 노력은 돈독한 관계 형성에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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