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포 해변이 보이는 우리나라 대표 석호, 경포호의 전경
지금, 쉬어가기
지금, 여기

숲길과 초원, 그리고
신비의 바닷길을 걷다
경기 화성

경기도 화성시는 사실 그리 많이 알려진 여행지는 아니다. 하루에 두 번 바닷길이 열리는 제부도 정도가 가벼운 나들이 명소로 알려져 있을 뿐이다. 하지만 화성시의 속살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야말로 다양하고 색다른 볼거리들이 많다. 조선 22대 임금과 관련이 있는 융건릉(융릉과 건릉), ‘한국의 세렝게티’라 불리는 공룡알 화석산지, 그리고 낙조 명소로 유명한 궁평항 등이 대표적인 명소로 손꼽힌다. *송일봉 작가는 (사)한국여행작가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해외여행전문지 ‘코리안 트레블러’ 편집부장과 대한항공 기내지 ‘모닝캄’ 편집장을 지냈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주관하는 ‘길 위의 인문학’ 기획위원과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주관하는 ‘국립공원 대표경관 100경’ 선정위원 등을 지냈다. 현재 문화답사 프로그램 ‘송일봉의 감성여행’을 25년째 진행하고 있으며, KBS 한민족방송에서 매일 ‘5분 여행기, 구석구석 코리아’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 여기」는 기존의 해외 여행지 소개에 이어 국내 여행지 소개를 요청하신 회원님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우리나라의 다양한 여행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여행이 자유롭지 않지만, 대한민국 곳곳의 숨은 명소를 통해 잠시나마 여행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되었습니다.
  • 글_사진. 송일봉(여행작가)

소나무숲과 참나무숲이 아름다운 융건릉

화성시 안녕동에 있는 융건릉은 융릉(隆陵)과 건릉(健陵)을 일컫는다. 융릉(사진 1)은 사도세자(장조 의황제(莊祖 懿皇帝)로 추존)와 혜경궁 홍씨(헌경 의황후(獻敬 懿皇后)로 추존)의 합장릉이고, 건릉은 정조와 효의왕후의 합장릉이다. 현재 융건릉을 포함한 조선왕릉 40기는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정조는 효심이 지극했던 왕으로 유명하다. 그런 정조가 즉위 후에 효심을 담아 시도한 일 가운데 하나가 아버지의 묘를 옮기는 일이었다. 정조는 융릉을 조성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석물을 만드는 데에는 당대 최고의 조각가인 정우태 등이 참여했다. 덕분에 ‘조선 최고의 연꽃 조각품’이라 불리는 융릉 병풍석 인석(引石)(사진 2)을 남길 수 있게 되었다.
사도세자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뒤주 속에서 생을 마감한 ‘비운의 왕세자’다. 사망 후에는 경기도 양주 배봉산에 묻혔다. 정조는 즉위 후에 사도세자를 장헌세자로 추숭(追崇, 왕위에 오르지 못하고 죽은 왕족이나 왕의 조상에게 임금의 칭호를 주는 것)하고 현재의 자리로 묘를 이장했다. 명칭도 수은묘에서 현륭원으로 바꿨다. 그 후 현륭원은 조선 고종 때 장헌세자가 장조 의황제로 추존되면서 ‘융릉’이라는 능호를 얻게 되었다.
융건릉 입구의 매표소를 지나면 길이 양쪽으로 갈라진다. 오른쪽이 융릉으로 가는 길이다. 울창한 소나무숲길은 천천히 걸으며 산책하기에 좋다. 융릉 입구에는 아담한 휴식공간이 있고, 조그만 돌다리를 건너면 융릉 입구를 알리는 홍살문이 나타난다.
융릉은 일반적인 조선의 왕릉과는 달리 홍살문, 정자각, 능침이 일직선상에 배치되어 있지 않고 능침(왕릉)이 정자각(제전 ·왕릉 ·원 등의 바로 앞에 짓는 ‘丁’자형 침전) 오른쪽으로 살짝 치우쳐 있다. 융릉 입구에 일종의 비보(裨補, 풍수지리 사상에 따라 어떤 지역의 풍수적 결함을 인위적으로 보완하는 것)인 인공 연못 ‘곤신지(坤申地)’(사진 3)가 있는 것으로 보아 풍수지리학적인 배치가 이뤄진 것으로 여겨진다.
융릉 서쪽의 야트막한 능선 너머에는 건릉이 있다. 건릉은 융릉에 비해 다소 소박하게 꾸며져 있다. 본래는 융릉의 동쪽에 있었으나 풍수지리상 좋지 않다는 이유 때문에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건릉에는 융릉과 반대로 능침에 설치하는 병풍석이 없고 난간석만 있다. 진입로 역시 소나무 대신 참나무숲(사진 4)으로 이뤄져 있다.

1. 화산 기슭에 있는 융릉
  • 2. 융릉의 인석
  • 3. 융릉 근처에 있는 인공연못인 ‘곤신지’
4. 건릉 입구의 울창한 참나무숲길
드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는 공룡알 화석산지

화성시 송산면에 있는 공룡알 화석산지는 드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곳이 처음부터 초원이었던 것은 아니다. 근처에 있는 시화방조제 공사로 인해 서서히 바닷물이 빠지면서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이 일대가 수도권을 대표하는 생태여행지 가운데 하나로 크게 각광받고 있다. 바로 이곳에서 중생대(中生代) 백악기(白堊紀)의 공룡알 화석(사진 5)들이 대량으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공룡알 화석산지를 찾아가는 길은 설렘이 있는 길이다. 마치 누군가 몰래 숨겨 놓은 보물을 찾아가는 듯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드넓은 초원을 가로지르는 산책길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방문객들은 친환경 산책길 (사진 6)을 걸으며 다양한 염생식물도 관찰할 수 있다.
공룡알 화석산지는 대규모의 공룡알 화석이 발견되면서 조성된 생태공원이다. 지난 1999년에 공룡알 화석의 첫 발견 이후 일대의 12개 지점에서 30여 개의 알둥지와 200여 개의 공룡알 화석이 발견되었다. 현재 공룡알 화석산지 일대는 천연기념물 제414호로 지정되어 있고, 약 15.9㎢ 면적이다.
공룡알 화석산지는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체험학습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인기가 높다. 그런 만큼 천천히 들판을 걸으며 직접 관찰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룡알 화석 못지않게 지질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약 1.5km의 친환경 산책길을 따라 누드바위, 해식동굴, 무명섬 등의 순으로 탐방할 수 있다. 이들 작은 섬에서는 오랜 세월을 거치며 형성된 퇴적층의 층리(사진 7)도 관찰할 수 있다. 물론 공룡알 화석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 5. 공룡알 화석산지에서 볼 수 있는 공룡알 화석
  • 6. 공룡알 화석산지의 친환경 산책길
7. 퇴적층 층리를 관찰하는 어린이들
하루에 두 번 바닷길이 열리는 제부도

제부도는 마치 ‘모세의 기적’처럼 하루에 두 번 바닷길이 열리는 섬이다. 이것은 조석간만의 차에 의해 나타나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서해안의 섬들이 모두 바닷길이 열리는 것은 아니기에 제부도를 찾는 많은 아이들은 이 현상을 매우 신기하게 생각한다.
제부도를 찾아가기 위해서는 물때를 잘 맞춰야한다. 다소 불편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제부도에서는 바닷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 그 자체가 멋진 여행 포인트다. 바닷길이 닫힐 무렵 제부도에 들어가 시간을 보낸 후, 다음 바닷길이 열릴 때 육지로 나오는 스케줄을 잡는다면 색다른 스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제부도에 들어서면 바닷길 통제소를 사이에 두고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진다. 보다 낭만적인 여행을 즐기려면 우선 오른쪽 길로 들어서기를 권한다. 좁은 도로를 따라 5분쯤 가면 빨간색 등대(사진 8)가 나타나고, 그 앞에 자그마한 주차장과 전망대가 있다. 주차장 옆에는 최근에 조성된 해안산책로 입구가 있다. 이 산책로에서는 바다를 바라보며 가벼운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약 1km에 이르는 제부도 해안산책로 곳곳에는 볼거리들이 많다. 사진을 찍기 좋은 포인트를 알려주고, 제부도와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 갯벌이나 염생식물에 관한 짤막한 이야기들을 적은 안내판들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보행자 위주로 마련된 산책로답게 산책로 중간에는 아담한 전망대가 조성되어 있다. 해안산책로가 끝나는 지점에는 제부도 해수욕장이 펼쳐져 있고, 그 중간쯤에는 독특한 외형의 건물이 하나 들어서 있다. 눈길을 끌기에 충분한 이 건물은 앞으로 제부도의 또 다른 랜드마크 역할을 할 제부도 아트 파크(사진 9)다. 1층은 ‘제부도 이야기’를 주제로 하는 소규모 전시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2층은 오롯이 제부도의 바다와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제부도 여행을 마무리하기에 좋은 곳은 ‘매바위 3형제’(사진 10) 인근의 바닷가다. 이 일대는 제부도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머무는 곳이다. 특히 해가 질 무렵에 바라보는 매바위 3형제와 어우러진 제부도 낙조가 아름답다.

8. 제부도의 랜드마크 가운데 하나인 빨간색 등대
  • 9. 제부도 해수욕장 근처에 있는 ‘제부도 아트 파크’
  • 10. 제부도 ‘매바위 삼형제’와 해수욕장 
낙조가 아름다운 궁평항

화성시 서신면에 있는 궁평항은 ‘화성8경’ 가운데 하나인 궁평항 낙조(사진 11)를 감상할 수 있는 명소다. 화성시의 서쪽 바닷가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낙조이지만 왜 굳이 여기일까? 항구에는 늘 크고 작은 어선들이 정박해 있고, 항구를 포근히 감싸는 방파제가 있고, 갈매기들이 날고 있고, 싱싱한 해산물이 가득한 수산물직판장이 있기 때문이다. 해가 질 무렵의 궁평항 풍경은 말 그대로 ‘평화로움’ 그 자체다.
이처럼 따뜻하고 평화로운 풍경은 여행자들의 마음을 설레게한다. 바다가 주는 묘한 감정이 붉은 노을과 만나면서 자연에 대한 숙연함마저 일게 만든다.
궁평항은 최근 바다낚시터를 겸한 이국적인 전망시설인 ‘피싱 피어’를 설치하는 등의 변신을 꾀하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피싱 피어는 궁평항에서 관광객들이 가장 먼저 찾아가는 곳이다. 약 190m 길이의 피싱 피어 끝 부분에는 휴식공간인 ‘파고라’가 있다. 여기서 해 질 무렵 근사한 낙조를 감상할 수 있다.
궁평항 수산물 직판장은 해가 지면 활기를 띤다. 낙조를 감상하면서 배가 출출해진 관광객들은 하나 둘 수산물 직판장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궁평항을 찾는 재미 가운데 하나는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270여 개에 이르는 점포에서는 전복, 소라, 멍게, 광어, 우럭, 전어, 주꾸미 등 제철 해산물들이 기다리고 있다.

11. 화성8경’ 가운데 하나인 궁평항 낙조
화성지도
궁평항 제부도 안산시 수원시 오산시 공룡알 화석산지 남향 성모성지 화성시청 융건릉 화성우리꽃 식물원 화성 방조제 화성시
TIP
여행 정보

오산화성고속도로 안녕나들목에서 43번 국도와 84번 지방도를 따라 융건릉을 찾아가면 된다. 융건릉을 둘러본 후에는 공룡알 화석산지, 제부도, 궁평항 등의 순으로 코스를 잡으면 된다. 제부도 물때 시간(바닷길 통행시간)은 제부도 관리사무소(031-355-3924)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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