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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트렌드 경제

내 손안의 작은 홈쇼핑,
라이브 커머스 시대가 열리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소비를 선호하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유통업계는 어떻게 하면 접촉없이 판매와 유통을 더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로써 ‘모바일판 홈쇼핑’으로 불리며 실시간 스트리밍되는 라이브 커머스가 새로운 유통 채널로 주목받고 있다. 홈쇼핑과 유사하지만 방송시간이 짧고 판매자와 소비자의 실시간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것이 매력인 라이브 커머스를 살펴본다.
  • 글. 조영무(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똑똑! 트렌드 경제」는 경제전문가가 들려주는 알기 쉽고 유익한 경제 소식을 전하는 코너입니다.

조영무 연구위원은 연세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미국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으로서 지난 20년 동안 국내외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을 분석해 왔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 외교부 등 여러 정부 부처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KBS, MBC, SBS, YTN 등 주요 방송사의 뉴스, 대담, 토론에서 자주 볼 수 있다. 한국 경제가 직면한 위기와 기회에 대해 이야기하는 「제로이코노미」 라는 책을 지난해 말 발간했다.

TV 홈쇼핑, 이커머스와 무엇이 다른가?

‘라이브 커머스(Live Commerce)’는 라이브 스트리밍(Live streaming)과 이커머스(E-Commerce)를 합친 말이다. 실시간 동영상을 통해 상품을 소개하면서 동시에 판매하는 온라인 채널을 뜻한다.
동영상을 보는 이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TV 홈쇼핑과 유사하지만, 양방향 소통이 훨씬 활성화되어 있다는 점이 차이다. TV 홈쇼핑은 쇼호스트라는 진행자가 상품을 소개하는 식으로 시청자에게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한다. 반면, 라이브 커머스는 방송 도중에 이용자들과 채팅 등을 통해 소통한다.
채팅으로 고객들의 질문을 받고, 실시간으로 답변을 해 주며 궁금증을 바로바로 해결해 준다. 고객들이 원하면 제품을 확대해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한다.
동시에 접근성이 훨씬 뛰어나다. TV 채널이라는 제한된 접근만 가능한 TV 홈쇼핑과 달리 라이브 커머스는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모바일로도 자유로이 접속할 수 있다. 자유롭고 광범위한 접속이 가능하다는 점은 이커머스와 유사하지만, 이커머스는 소비자의 후기라는 간접 체험에 주로 의존한다. 그렇다 보니 라이브 커머스는 이용자들의 만족감과 시청이 구매로 이어지는 구매 전환율도 높다.

새로운 세대와 새로운 시대의 판매 채널로 자리 잡다

고객 연령층이 상대적으로 높은 홈쇼핑에 비해 모바일 쇼핑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은 라이브 커머스에 더욱 친근감을 느낀다. 최근에는 주요 타깃층인 MZ세대를 넘어서 다른 세대로까지 고객층이 넓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언택트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라이브 커머스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외출이 어려워진 소비자들이 라이브 커머스에 큰 매력을 느끼는 가운데 유통업체들도 경제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라이브 커머스에 힘을 쏟고 있다.
많이 알려진 라이브 커머스 전문 플랫폼은 ‘그립’이다. 양대 IT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도 각각 ‘네이버 쇼핑 라이브’와 ‘카카오 쇼핑 라이브’라는 이름으로 라이브 커머스 사업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배달의 민족, 쿠팡 등 배달 전문 플랫폼, 온라인 상거래 업체, 기존 대형 유통업체 등 업계를 가리지 않고 라이브 커머스에 뛰어들고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 라이브 커머스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3조 원 수준이었으나 2023년 8조 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19년 국내 주요 6개 홈쇼핑사의 전체 매출이 5조 원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빠른 증가세다.

라이브 커머스의 미래를 보려면 중국을 보라

글로벌 시장에서 라이브 커머스를 주도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라이브 커머스 시장은 이제 태동 단계라 부를 정도다. 중국 라이브 커머스 시장의 규모는 2020년 기준 무려 165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 된다. 2016년부터 라이브 커머스를 시작한 중국에서는 타오바오, 징둥 등 전자 상거래 플랫폼 기업들이 방송을 개설하며 라이브 커머스 성장을 이끌어 왔다.
중국 라이브 커머스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는 이들은 ‘왕홍(網紅)’이라 불리는 인플루언서들이다. 팔로워가 많게는 수천만 명에 달하는 왕홍들은 스마트폰으로 간단한 생필품부터 고가품까지 다양한 물품을 라이브 커머스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중국 1위의 왕홍이라 불리는 웨이야는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통해 7분 만에 자동차 1,700대를 판매했다. 또한, 장당 50만 위안(우리 돈 약 8,700만 원)인 로켓 발사 과정 참여 티켓 800장을 방송 시작 몇 초만에 모두 완판했다.

무한한 기회의 장이 열리는 라이브 커머스

라이브 커머스의 높은 확장 가능성은 낮은 진입 장벽에 있다. TV 홈쇼핑은 방송 제작비만 억대에 달해, 시간당 5~10억 원의 매출이 나와야 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규모의 판매자는 접근하기 어렵다. 반면 라이브 커머스는 인터넷 개인 방송 처럼 스마트폰과 판매할 상품만 있다면 누구나 방송을 켜고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가격 거품을 없앤다는 점에서 소비자에게도 유익하다. 현지 생산자가 직접 방송을 하면서 판매를 할 경우, 중간 유통 단계를 줄여 가격 거품을 없앨 수 있다. 농부가 귤을 따 먹으며 실시간으로 주문 받고, 어부가 새우를 시식하며 판매하는 식이다. 인건비 정도만 들기 때문에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출 수 있다.
라이브 커머스는 재미를 주는 콘텐츠의 기능도 할 수 있다. 영상에 익숙하고 재미를 추구하는 MZ세대에게 라이브 커머스는 ‘라방’이라 불리며 예능의 역할을 하고 있다. TV 홈쇼핑에 비해 다채롭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구성할 수 있고, 판매자 역할에 집중하던 쇼호스트 대신 ‘커머스 크리에이터’들이 물건을 팔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라이브 커머스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중국에서는 라이브 커머스를 통해 쇼핑뿐만 아니라 기부도 라이브로 이루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운영에 타격을 입은 중국 다롄의 맹인 안내견 센터가 지원금 모금을 위해 타오바오 라이브 방송에 나서자, 10만 명이 시청해 130마리 안내견이 2주 동안 먹을 수 있는 사료를 기부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바야흐로 라이브 커머스의 성장에 주목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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