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각하기
The–K 스페셜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은 어떻게 진화해야 할까? ②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여
어떤 교사를 양성할 것인가?

2019년 말 교육부에서 기존의 수학과 과학의 융합 차원을 넘어서서 정보 교과 영역까지를 포함하는 즉, 수학·과학·코딩을 융합하는 장기 발전 계획이 나온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단기적인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상당히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교육 전반에 있어 큰 변화를 가져오는 중요한 지렛대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사회 전반의 변화 추세 속에서 나타나는 교육의 변화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 변화와 교육 변화의 태풍 한가운데에서 교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 글. 임철일(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The–K 스페셜>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큰 흐름에 따른 교육 변화와 다양한 교육방식에 대해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교육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가

최근 서울 소재 모 대학의 한 교수로부터 다음과 같은 말을 들었다. 새롭게 총장으로 취임한 분이 자신 있게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였다는 것이다. “이제 코딩은 선택이 아니다. 코딩 혹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줄 아는 것은 마치 언어를 사용하는 것과 유사하다. 그러니 문과든 이과든 상관없이 모든 학생들은 코딩을 배워야 한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변화로 경기권의 모 대학에서는 필수 교양 과목으로 ‘창의적 문제해결’이라는 강좌가 개설되었다는 점이다. 모든 학생들은 이 과목을 졸업 전에 반드시 수강해야 한다. 창의성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필자조차도 이와 같은 급격한 변화와 시도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대략 15년 전에 전남의 모 간호대학에서 창의성과 관련한 교과목을 개설하면서 필자에게 ‘어떠한 교수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자문을 구한 적이 있었다. 당시 느꼈던 당혹감이 다시 나타난 것이다. ‘간호대학에서 웬 창의성인가?’ 하는 것 말이다. 그런데 이제는 어떠한가? 대학의 경우 음악대학이든 미술대학이든 단과대학이 지닌 독특한 특성과 상관없이 ‘코딩’과 ‘창의적 문제해결’이 필수 교과목으로 개설되는 현상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는 비단 대학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초등학교 및 중등학교에서는 교과 혹은 교과의 하위 영역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이제 코딩은 선택이 아니다.
코딩 혹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줄 아는 것은
마치 언어를 사용하는 것과 유사하다.
그러니 문과든 이과든 상관없이
모든 학생들은 코딩을 배워야 한다.
그렇다면 교사는 어떻게 변화하여야 하는가

코딩과 창의적 문제해결력에 대한 강조에 비추어 볼 때 현직 및 예비 교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현재 현직 교사는 3차 산업혁명에서 요구하는 전문성에 초점이 맞추어 육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전통적인 지적 학문 영역을 대변하는 교과에 대한 학습을 통하여 이른바 특정 교과의 내용 전문가로서 양성되어 그 교과에 대한 내용적 이해를 바탕으로 이를 전달하는 역할에 그친 것이다. 다시 말해, 특정 교과목 즉, 영어 교사, 수학 교사, 과학 교사, 역사교사로서 길러졌다고 볼 수 있다. 교육학자 블룸(Bloom)이 설정한 인지적 교육 목표 중 지식, 이해, 적용 수준까지를 각 교과목별로 효과적으로 다룰 줄 아는 교사였으며, ‘창의성, 문제해결력과 같은 고차적 사고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자연스레 배제되었다.
이 점은 초·중등학교와 일반계 고등학교뿐만 아니라 직업 기술을 가르치는 전문계 고등학교의 교사도 마찬가지였다. 이 상황에서 창의성, 문제해결력, 의사소통과 같은 역량 중심의 2015 개정 교육과정은 교육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지 못하고 있으며, 현 교육은 여전히 전통적 교과의 내용 전달교육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예비 교사를 위한 사범대학과 교육대학의 경우도 아직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전통적 학문 단위의 학과 중심체제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생물교육과에서는 생물 교육에만 집중하여 교육 내용과 교수 방법에 대한 강조가 이루어지고 있다. 교과 중심의 전통이 아직 강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의 경우에도 수준은 다르지만, 개별 교과 중심의 교육 체제는 여전하다. 코딩 영역이 다른 교과와 연계하여 다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문제해결력과 같은 고차적 사고는 여전히 선택적이며,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받고 있다. 앞에서 다룬 변화를 고려할 때 현직 교사와 예비 교사 모두 전통적인 특정 교과 내용 전달 중심의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비록 초기에는 기존의 체제를 유지하려는 사람들의 저항에 부딪힐 수도 있지만 이미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선진국의 초·중등학교 및 대학교의 실제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변화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예컨대, 핀란드, 호주는 교육과정을 역량 중심으로 개편하였으며, 최근에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 IB) 교육과정의 성공적인 운영, 그리고 미국 애리조나(Arizona) 주립대학의 다양한 융합 학부의 운영 등은 어떤 방향으로 교육이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과 변화의 필요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교사는 특정 지식과 내용을 전달하는 내용 전문가로서 역할보다는 학습자의 고차적 사고를 촉진하면서 스스로 학습을 주도하는 것을 도와주는 촉진자 혹은 학습 지원자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여기에서 코딩은 ‘컴퓨터적 사고(computational thinking)’를 실천하는 매우 중요한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앞에서 언급한 대학 총장이 간파한 것처럼 하나의 공통적이면서도 유용한 언어로 간주될 필요가 있다.
자국어 그리고 영어와 같은 외국어가 실생활에서 매우 유용한 언어가 되듯이 이제는 코딩이 실제 생활과 문제해결 활동에서 기초적인 언어가 된 것이다. 왜냐하면 4차 산업혁명이 지향하는 바가 바로 우리의 물리적 실제 세계가 코딩으로 이루어지는 사이버 상의 세계와 상호작용하면서 만들어져가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을 주도하는 교사는 코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이 담당하는 교과의 문제를 어떻게 코딩을 통하여 정의하고, 그 해결안을 도출할 수 있는가를 알아야 한다.

어떻게 새로운 역량을 기를 것인가

앞에서 검토한 새로운 교사의 역량 즉, 전통적 교과 내용의 전달자에서 벗어나 창의적 문제해결과 같은 고차적 사고와 코딩을 통해 컴퓨터적 사고를 촉진하는 촉진자로서의 역량을 개발하기 위해서 매우 체계적인 노력을 장기적 관점에서 실행해야 한다. 단기간에는 변화를 가져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새로운 역량을 길러야 하는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대응할 수 있다. 하나는 수업 방식의 변화이다.
더 이상 특정 교과 내용의 전달에만 초점이 맞추어져서 수업이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지식, 이해, 적용을 벗어나서 분석, 종합, 평가, 창의와 같은 인지적 목표를 특정 강좌의 교육 목표로 채택하여야 한다. 이렇게 되는 순간 전달 중심의 전통적 교수 방법으로는 해당 교육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게 된다. 지난 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소개되어 오고 있는 문제 기반 학습(Problem Based Learning)과 2010년 이후 급속도로 펴지고 있는 거꾸로 학습(Flipped Learning)과 같은 수업 방식에 대하여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실천할 필요가 있다. 학습자의 적극적 참여를 통한 고차적 사고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고도화된 교원양성체제로의 변화가 이루어져야 할 때

대학 수업의 변화와 함께 제도적인 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 최근 우리 사회는 학생 수 감소에 따라서 교원 수요가 감소되고 있으며(예컨대, 최근 초등학교 임용 적체 문제), 교직과정 평가를 통하여 많은 교직과정과 사범대학의 정원을 줄이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기존의 교직과정, 교육대학, 사범대학의 교원양성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거시적 관점에서 볼 때 너무나 미시적 대응에 불과하다. 앞에서 언급한 고차적 사고 혹은 코딩 교육의 필요성을 제대로 구현할 수 없는 체제가 유지될 뿐이다. 이에 대한 대안적 교원 양성 체제를 심각하게 고려할 시점이 되었다. 그 중 하나는 일단 일반 대학에서 융합, 창의와 같은 역량 중심의 교육과정을 통하여 몇 개 전공에 대한 이해와 기본 역량을 획득한 후, 대학원에서 필요한 교과교육 및 일반 교육의 방법론을 획득하는 이른바 교육전문대학원 체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즉, ‘4+2’ 체제의 적극적 도입을 검토할 시점이 된 것이다. 마침 이러한 체제는 몇몇 교육전문대학원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기도 하다.
이를 볼 때, 이러한 체제는 충분히 실현 가능한 것으로 사료된다. 따라서 체계적 준비 기간을 거쳐서 미래 사회를 대비하는 보다 고도화된 교원양성체제로의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상의 변화는 단기간에 쉽게 올 수 없으며, 또한 많은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현 체제의 한계에 대하여 이해 당사자들이 보다 솔직하게 의견을 공유하고 논의하여 함께 노력한다면 이러한 변화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우리 학생들에게 가르치기 위해서는 어떤 교사를 어떤 체제를 통하여 길러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지속될 필요가 있다. 한국 교육의 변화가 세계 교육 변화의 모델이 될 시점이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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