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
지상 강의

즐겁고 효과적인
‘회의’를 위한 노하우

사회생활을 하며 업무 시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은 무엇일까? 바로 ‘회의’다. 평소 교실 안팎에서 소통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선생님들도 회의 시간만큼은 버겁다. 한정된 시간, 예상치 못한 질문들 안에서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는 것에 한계를 느끼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회의 시 설득력을 높여주는 방법은 말의 내용이나 논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UCLA 앨버트 메라비언 교수에 따르면, 대화 시 상대방으로부터 받는 이미지는 시각이 55%, 청각 38%, 언어가 7%를 차지한다. 눈으로 보여지는 비언어커뮤니케이션, ‘눈빛, 손짓, 경청, 메모법’을 통해 회의 잘하는 사람으로 거듭나는 방법을 소개한다.
  • 글. 주선혜(비즈온에듀 강사)

설득의 시작, ‘눈빛’

전설적으로 감동적이고 인기가 많았던 강연의 시작은 늘 같다. 사람들과 ‘아이 콘택트’를 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눈에 시선을 고정하면 단숨에 호감과 관심을 표현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눈맞춤이라는 것이 실제로 해보면 상당히 부담스럽다. 3초 이상 눈을 쳐다보면, 어색함을 참지 못하고 나도 모르게 시선을 얼굴 바깥쪽으로 가져가게 된다.
설득력이 강한 사람들은 눈 맞춤을 많이 하면서도 상대방이 편안하게 느끼도록 해주는 시선 처리 방법을 사용할 줄 안다. 비결은 ‘눈동자만을 바라보지 않는 것’이다. 두 눈동자와 미간, 코를 중심으로 시선을 분산시키면 상대방은 존중받는 기분을 느낀다. 여러 명을 상대로 이야기를 하는 경우, 청중들에게 골고루 시선이 갈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한다. 이때, 모든 사람에게 일일이 눈을 다 마주치는 것은 오히려 산만해진다. 청중의 위치를 크게 삼등분해서 좌측–중간–우측으로 나눠 시선을 분산시키면 자연스럽다.

청중을 사로잡는 ‘손짓’의 비밀

심리학자 로버트 기포드의 실험에 따르면, 면접 시 더 많은 손짓을 사용한 구직자가 합격률이 높다. 테드 인기 강연자들은 그렇지 않은 강연자보다 2배 넘게 손짓을 많이 사용한다. 기본적으로 손바닥을 자주 보여 주면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준다. 손의 움직임은 뇌와 관련이 많다. 사람의 뼈가 약 200개인데, 그중 25%인 54개가 손과 연결되어 있다. 손과 뇌 사이에 연결된 신경들이 몸의 다른 부위보다 더 많다는 것은 곧, 손을 통해 말이나 통제된 행동 너머에 있는 상대방의 진짜 의도가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상대방의 손을 보면 본능적으로 안정감을 느낀다. 테이블에 앉아 회의 시 기본 손동작은 테이블 위에 손을 올려놓는 것이다. 손을 테이블 위에 어깨너비로 놓고 편안하게 11자로 취하며 손바닥이 보이는 자세는 신뢰도를 높여준다.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나 호응을 높이고 싶을 때는 손바닥의 위치를 어깨까지 올려도 좋다. 반대로 손바닥을 아래로 향하는 것은 권위를 상징한다. 회의 중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분위기를 전환하거나 행동을 멈출 때 유용한 방법이다. 발제자의 경우, 손의 높이를 어깨와 배꼽 사이에 두고 손짓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어깨 위나 배꼽 아래까지 손을 휘저으면 프로답지 못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완벽한 ‘경청’을 위한 환경 설정

경청의 중요성은 익히 들어 알지만, ‘머리로는 알겠는데 실천이 안 되는 일’ 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경청을 잘하는 법’에서 ‘경청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제거’하는 관점으로 환경 설정을 해보자. 첫 번째는, 스마트폰을 사용을 금지하고 무음으로 해놓는다. 회의 시간 중간에 급한 연락이 왔다며 전화를 받으러 나가거나 핸드폰 메시지를 확인하는 것만 줄여도 몰입도와 생산성은 훨씬 증가한다. 두 번째는, 회의 진행자가 알람을 통해 불필요하게 길어지거나 반복되는 발언을 끊어준다.
듣는 사람에게만 경청하라고 강조할 것이 아니다. 도저히 듣기 힘든 내용을 정리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을 때, 자연스러운 경청의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세 번째는, 경청에 도움이 되거나 혹은 방해가 되는 자세에 대해 익히고 적용하는 것이다. 말하는 이가 편안한 마음으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나의 바디랭귀지를 확인해주면 좋다. 예를 들어, 팔짱을 끼고 있다면 팔짱을 풀어 준다. 소그룹으로 대화 시, 상대방과 나 사이에 있는 물건을 치워주면 심리적인 거리도 훨씬 가깝게 느낀다.

잘하면 약, 못하면 독이 되는 ‘메모’

메모를 하면 두고두고 유용하다. 메모의 내용과 상관없이 메모하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상대방에게 신뢰감 있다는 인상을 준다. 그런데, 이 메모의 수위를 잘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메모를 너무 열심히 하느라 중요한 이야기를 놓치거나 시선 처리를 못 해 이미지를 깎아 먹는 사람들이 많다. 효과적인 메모의 기준은 ‘주객이 전도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키워드 위주로 작성하는 것이다. 전체 대화 시간의 60~70%를 상대방과 눈맞춤 해야 신뢰감을 얻는다.
회의 시간에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내 차례가 되면 무슨 말을 어떻게 하지?’라며 신경 쓰며 시간을 보내본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자연스러운 시선 처리, 손 사용과 노출 빈도, 경청 환경, 효과적인 메모법을 통해 비언어커뮤니케이션 표현법을 살펴보았다. 말의 내용보다 더 강력한 무기, 다음 회의 시간부터 활용해보자.

services s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