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각하기
[+25] 그 쌤의 이중생활

아이들을 웃게 하는 마술

인천발산초등학교 김택수 교사

선생님의 손끝이 움직이는 방향대로 아이들의 시선도 움직인다. ‘조용’이라는 말을 외치지 않아도 교실 안이 저절로 조용해진다. 이윽고 펼쳐진 신기한 광경에 아이들의 눈이 커지고, 환호와 박수가 따라온다. 교실에는 마법보다 마술이 더 필요하다.
  • 글. 이성미
  • 사진. 김도형

Teacher & Magician
마술 법칙 1 - 마술은 오롯이 즐겨야 한다

교직 생활 17년 차인 김택수 교사는 교사보다 마술사로 산 세월이 더 길다. 대학생 시절 우연히 카페에서 마술을 접한 후 그는 마술과 단번에 사랑에 빠졌다. 정식으로 마술을 배우면서 하나의 마술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익혔을 때 오는 성취감은 대단했다. 마술을 좋아하는 만큼 실력도 빠르게 늘었다. 그러나 교사의 꿈을 접진 않았다.
그의 마음속에 마술이 들어오기 훨씬 이전에 학생들이 먼저 들어와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하나의 다짐이 자리 잡았다. “마술과 수업을 접목해 보자”라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교사가 되기 전부터 그는 마술을 이용한 100여 가지의 수업을 준비해뒀다.
“마술과 수업은 크게 세 가지 방법으로 결합할 수 있어요. 첫째, 스토리텔링이에요. 마술 안에 스토리를 만들어 국어, 사회 과목과 접목할 수 있지요. 둘째, 마술 자체의 원리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은 수학, 과학에 결합할 수 있고요. 셋째, 영어 수업 시간에는 현상에 대한 의사소통 과정에 마술을 응용할 수 있어요.”
졸업 후 교사가 되어 본격적으로 교실에서 마술을 보여주자 학생들의 반응은 생각보다도 더 뜨거웠다. 백 번의 “조용”이라는 말보다 한 번의 마술의 힘이 더 컸다.
“마술이 가진 가장 큰 힘 중 하나는 학생들을 집중하게 한다는 것이에요. ‘집중력의 극대화’라는 말도 과하지 않을 것 같아요.”
학생들은 마술의 트릭을 알아내기 위해 서로 논의하지 않는다. 설령 마술의 비밀을 알고 있다고 해서 이를 함부로 발설하지도 않는다. 학생들은 이것이 ‘매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집중력이 향상되는 것은 물론 자연스레 공연 예절까지 배우는 것이다. 학생들은 공연도 수업도 오롯이 즐길 줄 안다.

교실 안에서는 당연히 학생이 주인공이다.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마술에 참여하고,
또 간단한 마술을 배우기도 한다.
그러면서 교과서에 담겨있던 단어도
마술의 원리와 접목해 쉽게 익힌다.
마술 법칙 2 - 마술사와 관객은 하나다

김택수 교사는 분명 마술사이자 교사로서 학생 앞에 선다. 그러나 그가 모든 것을 리드하는 것은 아니다. 교실 안에서는 당연히 학생이 주인공이다.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마술에 참여하고, 또 간단한 마술을 배우기도 한다. 그러면서 교과서에 담겨있던 단어도 마술의 원리와 접목해 쉽게 익힌다.
상자 안에서 색종이를 붙인 우유갑이 튀어 오르는 마술을 보고 학생들은 ‘탄성’의 개념을, 주사위 마술을 통해서는 ‘주사위의 원리’ 및 ‘착시’의 개념을 익힌다.
그림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었던 현상도 눈앞에서 마술로 보고 쉽게 익힌다. 교실이라는 무대 위에서 100가지가 넘는 교육마술을 통해 학생들은 즐겁게 웃고, 재미있게 배우고, 쉽게 익힌다. 교사와 학생을 하나로 만든다는 것은 마법처럼 놀라운 마술의 역할이다.
“수업 시간에 교사가 ‘이거 해 볼 사람?’ 했을 때, 이렇게 많은 학생이 손을 드는 교실은 많지 않을 거예요. 궁금증이 생겼을 때도 망설이지 않고 질문하고요. 지속적인 수업 참여를 통해 교사와 학생들의 장벽이 허물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모습일 것입니다.”

마술 법칙 3 - 세상에 똑같은 마술은 없다

김택수 교사는 요즘도 전국교사마술교육연구회(S.T.E.P MAGIC)를 통해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인 모임을 하며 다양한 교육적 개념과 현상들을 마술로 풀어내기 위한 연구를 계속한다. 또, 교과에 맞는 교구를 직접 만들기도 한다. 창의적이면서도 보편적인 것. 그것이 김택수 교사의 교육마술의 특징이다. 그리고 그는 도움이 필요한 교사들에게 선뜻 노하우를 전수한다. 그의 교육마술은 다른 교사에 의해 얼마든지 응용될 수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에 의해 반복될수록 그의 마술은 더 힘이 세진다. 나아가 김택수 교사의 교육마술은 지금 해외로 뻗어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마술이 수업 방법 및 교수전략으로 쓰인 것은 전 세계적으로 한국이 처음이에요. 그래서 수업 마술을 체계화하여 세계에 알리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 지금 책 발간을 준비하면서, 동시에 이를 영어로 번역해 전 세계 한글학교로 보낼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마술사는 자신의 마술 트릭을 절대 발설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하고 있는 교육마술을 알리고 또 알린다. 진정성 가득한 이 수업에 더 많은 사람이 동참하길 바란다. 의미와 가치를 공감하고 함께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행복하다.

마술 법칙 4 - 마술사는 스스로 행복해지는 마술을 한다

김택수 교사는 교육마술이 학생들의 인성 함양은 물론 학생들이 삶에 주체성을 지닌 인재로 자라나게 할 것이라고 믿는다. 학생들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만을 길러주려 하는 교육 현실 속에서 마술이 학생들의 능동성과 주체성을 길러주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믿는 것이다. 교사에게도 마찬가지다. 수업을 더 즐겁게, 행복하게 바꾸겠다는 교사들의 의지가 더 많은 수업 마술을 만들어내고 있다. 김택수 교사 역시 교사로서 자신 역시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
“중용 23장을 보면 이런 말이 나와요.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진다. 밝아지면 남을 감동하게 하고, 남을 감동하게 하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다.’ 이것이 제가 최선을 다하는 이유입니다.”
그의 마술봉은 마법의 힘을 가지고 있진 않다. 그가 하는 것은 분명 마술이지 마법이 아니다. 그러나 그의 마술은 마법처럼 학생들을 변화시키고,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다. 김택수 교사의 바쁜 이중생활 끝에 교사와 아이들의 행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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