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기억하기
The–K 인터뷰 1

모르는 것은 널리,
틀린 것은 바로잡는 ‘한국 알림이’

성신여대 교양학부 서경덕 교수 벌써 25년이다. 대학생 시절,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났다가 한국을 제대로 아는 이들이 없어 자발적으로 시작한 한국 알리기. 이제는 ‘격세지감’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수많은 세계인이 한국의 문화에 주목하고, 한국어를 배우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일본의 역사 왜곡은 현재진행형이고,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한국의 장점들이 너무도 많다. 서경덕 교수가 ‘한국 알림이’ 역할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 글. 정라희
  • 사진. 김도형

한국 알림이 25년, 달라진 한국의 위상

스케일이 커도 참 컸다. 자비를 들여 「뉴욕타임스」에 낸 첫 번째 독도 광고. 덕분에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사실이 전 세계에 알려졌다. 당연히 광고 한 번으로 세상이 바뀔 리는 없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같은 세계적인 언론에 한국의 역사를 제대로 알리는 광고를 꾸준히 게재한 것은 물론,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을 활용해 한국을 알리는 다양한 홍보 활동을 진행했다. 세계인이 몰려드는 국제무대에서 이슈가 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지금도 뉴욕 타임스퀘어에 광고를 하면 상징성이 큽니다. 하지만 비용이 상당한 만큼, 같은 비용으로 얼마나 홍보 효과를 낼 수 있는지도 고민해봐야 해요. 지금은 유튜브와 SNS를 활용한 모바일 홍보가 더욱 유효해졌어요. 같은 콘텐츠라도 매체나 타깃에 따라서 홍보 효과가 달라지고요. 하지만 매체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다시 신문의 시대가 돌아올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매체 선정에 대한 고민을 항상 하고 있어요.”
하루하루 한국을 제대로 알리는 데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2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예전보다 한국의 인지도가 확연하게 올라간 것은 사실이다. 이제는 외국에 가도 ‘한국이 어디에 있느냐’는 질문은 받지 않는다. 김치나 불고기 외에도 치킨에 맥주 같은 한국의 음식 문화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늘었고, 한국 음악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도 K–팝으로 장르를 뭉뚱그리기보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이름을 정확하게 대면서 취향을 논한다.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체감하는 순간들이다. 서경덕 교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국의 문화와 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실질적인 국익 창출로 연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책 한 권이라도 국내 시장에서만 유통되는 것과 세계 시장에서 판매되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외국인들이 한국 작가를 전혀 몰라도 한국의 국가 브랜드가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다른 문화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올라가거든요. 상품도 마찬가지예요. ‘한국이 만들면 다를 것’이라는 이미지가 생기면 장기적으로 한국인 개개인도 그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하루하루 한국을 제대로 알리는 데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2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예전보다 한국의 인지도가 확연하게 올라간 것은 사실이다.
제는 외국에 가도 ‘한국이 어디에 있느냐’는 질문은 받지 않는다.
서경덕 교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국의 문화와 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실질적인 국익 창출로 연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책보다 경험 ‘현장에 답이 있다’

한국의 국가 브랜드가 좋아졌다고 해도, 서경덕 교수의 시계는 여전히 바쁘게 돌아간다. 지난해에도 집에 들어가지 못했던 날이 더 많았을 정도로 분주하게 지냈다. 특히 2019년은 3·1운동 100주년이자,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였다. 서경덕 교수는 몇 마디 문자로 역사의 의미를 전하기보다 더 많은 이가 현장에서 직접 역사를 체감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누구나 어렵지 않게 국경을 넘어 외국 여행을 하는 시대인 지금, 책에서만 보던 역사의 현장을 실제로 둘러본다면 더욱더 의미 깊을 것이다. 이를 위해 독립운동가들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역사 탐방 코스를 정리하고 개발했다.
“상하이에 관광하러 가는 분들이 많은 데도 그곳에 윤봉길기념관이 있고, 만국공원에 여러 독립운동가가 묻혀 계신다는 사실을 모르는 분들이 더 많아요. 하얼빈에 간다면 안중근 의사의 행적을 따라서 하루 이틀 돌아볼 수 있고요. 역사책은 물론 영상이나 강의를 통해서도 역사를 접할 수 있지만,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끼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죠.”
지난해에는 중국과 일본 위주로 경로를 정리했고, 올해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동남아를 중심으로 역사 탐방 코스를 개발하고 있다는 서경덕 교수. 더불어 독립운동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미처 알려지지 못한 독립운동가들을 조명해 그들을 기릴 수 있는 역사 탐방 코스 역시 개발할 예정이다. 서경덕 교수는 교육적 측면에서도 ‘현장에 답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선생님들이 저에게 보내는 메일과 메시지의 질문을 카테고리로 묶어 보니 그중 80%가 독도에 관한 내용이었어요. 그때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독도에 직접 가보시라고 답합니다. 저 역시 역사학자가 아니라 평균보다 독도에 관해 좀 더 아는 수준이죠. 역사적인 현장에서 학생들과 함께하는 선생님들이 많아진다면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한 사람이 아닌 모두의 힘으로

올여름에 열릴 ‘2020 도쿄올림픽’은 일본의 역사 왜곡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릴 기회다. 이미 일본은 도쿄올림픽을 겨냥해 도쿄 도심 한가운데 독도전시관을 재개관했다. 글로벌 이벤트로 외국인 방문이 늘어나는 시기에 조직적으로 역사 왜곡을 시도하고 있는 것. 이를 지적하고자 최근 서경덕 교수는 일본으로 방송 촬영을 다녀왔다. 더불어 도쿄올림픽에서 일본이 욱일기 응원을 할 수 없도록 IOC(국제올림픽위원회)에 항의도 이어가는 중이다.
“일본의 욱일기 응원을 금지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만약 일본에서 욱일기 응원을 강행한다면 이를 역으로 이용해 욱일기가 전범기라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릴 계기로 삼을 예정입니다.”
일본의 역사 왜곡을 꾸준히 알려온 탓에 일본의 우익단체로부터 수시로 협박 편지를 받기도 한다. 혼자만 겪는 고충이라면 참아도 되지만, 간혹 주변 사람들에게도 협박 편지가 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의도치 않게 짐을 지워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서경덕 교수는 이 일을 멈출 수 없다. 혼자만 애써왔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에게 힘을 실어주는 여러 기업과 유명 인사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서포터즈가 되어주는 국민과 교민들의 노력이 그를 계속 ‘한국 알림이’로 살게 한다.
“저의 SNS를 팔로우하는 분들이 세계 각국에서 한국 알림이 지점장 역할을 하면서 다양한 제보를 하고 있습니다. 독도나 동해 표기가 잘못된 곳을 제보해주시거나, 어느 상점에서 우익 상품을 판매한다는 소식을 하루에도 50통 정도 받습니다. 제보하시던 분들이 나중에는 직접 나서기도 하고요. 외국유학생연합회에서도 새로운 동아리가 생겨나고 있어요.”
한 번의 작은 날갯짓이 계속 이어져 일으킨 선순환의 나비 효과. 그 사실을 알기에 서경덕 교수는 오늘 하루도 ‘한국 알림이’로 살아가기를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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