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기억하기
The–K 인터뷰 2

꿈을 향한 우리들의
2인 3각 질주

강원 사북고등학교 김문섭 교사 지난해 5월, 김문섭 교사는 대한민국 스승상 근정포장을 수상했다. 이는 오랜 세월 한결같은 성심으로 학교의 미래를 위해 학생들과 함께 달려온 그의 여정에 대한 인정이었다. 사교육 혜택을 누리기 힘든 군 단위 학교에서 학생들의 미래와 진로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며 누구보다 훌륭하게 학생들을 이끌어낸 그를 만나보았다.
  • 글. 이경희
  • 사진. 김도형

다양한 경험을 통한 진로 찾기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 좋은 곳에 취업하기 위해서 눈에 띌 만한 스펙을 쌓는 일이 이제 대한민국 학생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됐다. 하지만 그러한 스펙과 성과물은 교육환경과 인프라가 잘 구축된 대도시 학교 학생들에게 편중되어 있는 경향이 강하다. 강원 사북고등학교의 김문섭 교사는 학생들과 함께 온몸으로 부딪쳐 이러한 고정관념 혹은 편견을 깨려고 노력하는 인물이다. 그가 특히 공을 들이는 부분은 학생들에게 꿈을 찾을 기회를 주고 미래 진로를 정할 수 있는 활동을 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혹자는 말할 것이다. 시골 학교에서 그런 다양한 기회를 주는 게 어렵지 않겠냐고. 그러나 김문섭 교사는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답한다. 다양한 행사와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면 학생들이 스스로 성과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이다.
“학생은 스스로 미래사회에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지 체험하고, 학교·지역·사회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저는 그런 능력을 가져야 할 학생들에게 미래사회에 필요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진로교육 기회를 만들어냈지요. 특히, 근무하는 학교 실정 및 학생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구성·운영함으로써 실질적인 진로 지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의 진로교육과 체험의 특징은 현실과 결코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데 있다. 강원도라는 지역의 특성, 한때 광산으로 흥했으나 지금은 그 흔적만 남아있는 사북의 색깔을 그대로 가져온 것도 바로 그 안에서 학생들이 길을 찾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학생들의 진로, 사회현상과 자연현상에 답이 있다

“미래사회의 진로교육의 핵심은 학생 스스로 문제를 찾고 해결해나가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진로찾기 활동은 바로 거기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인문 집중 과정의 학생들은 사회현상과 사회문제를 찾고 해결해나가는 프로젝트 활동을 진행했고, 자연 집중 과정의 학생들은 자연현상에서 문제를 찾고 해결해나가는 프로젝트 활동을 진행했죠.”
김문섭 교사는 특히, 사북의 작은 마을의 문제점을 찾고 해결 아이디어를 찾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주체성과 주인의식을 키울 수 있었음을 강조했다.
활동 결과는 눈부셨다. 2017년 강원랜드 주최 폐광지역 사회적경제 창업대회에서 지역 경제문제 해결을 위한 ‘탄광테마카페’를 출품해 청소년 최초로 최종 선정되었고, 인구문제 해결에 관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학생들은 그 결과를 정선군 인구정책과에 정책 제안을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자연 집중 학생들은 지역 특산품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이를 상품화해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는데 ‘옥수수불검화 추출물을 이용한 발포형 구강청결제 개발’, ‘개똥쑥을 이용한 발포형 입욕제 개발’ 등의 프로젝트 활동이 모두 이에 해당한다.
그 결과, 사북고 학생들은 2019 대한민국 청소년창업경진대회 대상, 강원도과학전람회 우수상, 2018년 STEAM R&E 한국과학창의재단이사장상, 제26회 학생탐구올림픽 과학동아리 부문 전국 금상(한국과학교육단체 총연합회 회장상) 등 굵직한 성과를 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들의 꿈을 구체화할 수 있었습니다. 산간벽지의 작은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대도시의 우수한 고등학교 학생들과 겨뤄 높은 성과를 올리며 스스로 많은 자신감을 갖게 됐죠.”
김문섭 교사는 프로젝트를 하는 동안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해줬던 말이 “그냥, 해봐!”였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는 직접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고 생각하는 김문섭 교사의 교육철학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학생은 스스로 미래사회에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지 체험하고,
학교·지역·사회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저는 그런 능력을 가져야 할 학생들 에게 미래사회에 필요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진로교육 기회를 만들어냈지요.”
꿈이 없는 학생들에게 불씨를 지펴주다

김문섭 교사는 이 같은 진로 활동을 통해서 많은 것을 목도했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가슴 속에 감추어져 있던 열정, 그리고 무섭게 덤벼드는 도전정신을 찾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러한 열정과 도전정신을 통해 꿈을 찾아 나아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꿈이 없는 학생들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높아지는 요즘, 김문섭 교사의 말에서는 쉽게 얻을 수 없는 빛나는 보물을 발견한 자의 뿌듯함과 성취감이 느껴진다.
2001년 9월 1일에 교사로 첫 발걸음을 내디딘 그는 교직생활 동안 오직 고등학교에서만 근무해왔다. 그리고 그 시간은 ‘진로진학 지도가 절실히 필요한 학생들과 함께 있었던 세월’이었다.
“처음에는 제 자리를 힘들고 무거운 책임이 부여되는 자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학생들을 챙기고 돌본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학생들은 저보다 더 힘들어하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책임의식이 더 크며, 제가 힘이 들 때는 학생들이 위로해주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이제 깨닫게 되었습니다. 누가 누구를 챙겨주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과 학생이 진로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서로를 격려해주고 위로해주는 자리가 고3 담임, 대입진학부장의 자리라는 것을요. 그리고 저는 학생들과 함께하는 그 자리에서 행복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그 역할을 담당할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는 늘 노력했던 교사였다. 수업·상담·심리치료, 학급지도·동아리지도 등 다양한 학생들과 만나게 되는 상황에서 스스로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꾸준히 자기계발을 해오고 학생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힘써왔던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들이 쌓임으로써 그는 매번 다른 환경 속에 놓인 학생들을 더 좋은 길로 인도하는 교육자가 될 수 있었다.
“진로교육이라는 것은 학생들이 다양한 활동을 경험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교사가 찾아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가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라 생각해요. 따라서 결과적 측면보다는 동기적 측면, 경험적 측면에서 고민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학생들 그리고 동료 선생님과 함께 고민하고 노력한다면 재미있는 학교생활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의 모든 고 3 담임, 대입진학 담당 교사들에게 건네는 그의 조언이 가슴을 울리는 이유는 목표 달성이라는 결과보다 그 과정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기 때문이 아닐까. 어려운 과학수업을 공감으로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선생님, 학생들이 졸업할 때면 학생보다 더 많이 눈물을 흘리는 선생님. 김문섭 교사는 진정성과 전문성으로 학생들의 미래와 꿈을 찾아주는 길잡이 선생님이었다.

‘The–K 인터뷰 2’는 독자 여러분이 주인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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