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각하기
[+25] 그 쌤의 이중생활

나는
피리 부는 선생님!

서울북가좌초등학교 이정인 교사

“선생님, 단소 소리가 안 나요!” 단소를 가르칠 때마다 학생들에게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이었다. 수업 시간에 모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풀어주고자 유튜브에 올린 첫 번째 영상.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이 교육 영상 하나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자연스럽게 ‘쌤튜버(선생님 유튜버)’가 되었다.
  • 글. 정라희
  • 사진. 이정인 교사, 소년중앙 제공

Teacher & musician
유튜브로 만나는 우리 선생님

2020년 3월 기준 조회 수 18만 회. 이정인 교사가 2018년 4월에 유튜브에 올린 첫 번째 교육 영상이 올린 조회 수 기록이다. ‘음악’ 중에서도 ‘단소’, 이 희소한 주제에 쏠린 관심은 기대 이상으로 뜨거웠다. 「감사합니다」, 「이 영상 보고 단소 불었어요」, 「선생님 덕분에 소리가 잘 나요」 같은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이정인 교사가 단소를 주제로 영상을 만든 이유는 단순했다. ‘국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이 가장 쉽게 접하는 악기가 다름 아닌 단소였던 것. 단소를 가르치다 보니 소리를 전혀 내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담임을 맡은 해에 음악 교과에서 학생들에게 단소를 가르치게 되었어요. 그런데 학생들이 단소 소리 내는 걸 너무 어려워하더라고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단소를 불게 하고 문제점을 고민하면서 소리가 나지 않는 공통적인 이유를 찾았습니다. 그 노하우를 영상으로 만들어서 학생들이 언제든 찾아서 볼 수 있게 유튜브에 올렸어요. 그 영상이 단기간에 10만 회 넘게 조회될 줄은 상상도 못 했죠.”
이정인 교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이름은 ‘피리토끼’다. ‘피리’가 들어간 채널명에 드러난 대로 단소와 소금, 리코더, 플루트 등 부는 악기를 주로 다룬다. 어릴 때부터 부는 악기를 좋아했던 이정인 교사의 관심사가 고스란히 주제에 묻어난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단소 시험에서 만점을 받았어요. 이후에 플루트를 배우면서 전공을 할까 고민한 적도 있어요.”
학생들을 유달리 좋아하는 데다 교사인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교직의 길을 걷고 있지만, 여전히 플루트는 이정인 교사에게 매우 가까운 친구다. 지금도 한 해에 두세 번은 플루트 공연을 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다. 연주 영상과 관련 이야기를 업로드 하면서 음악으로 느끼는 감동과 경험도 나누고 있다.

학생들이 교사의 말을 듣고 이해할 때 느껴지는 희열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워요.
유튜브에 교육 내용을 올렸을 때도 반응이 즉각적으로 옵니다.
학생들이 교사의 설명을 수업 시간에 다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집에서 유튜브를 보며 스스로 보충 학습을 할 수도 있고요.
음악을 좋아하는 모두에게 열린 채널

이정인 교사가 유튜브에 교육 영상을 만들어서 올린 이유는 ‘음악을 배우고 싶은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서’다. 음악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높은 교육비 문제로 포기하는 현실이 교사로서 가슴 아팠기 때문이다.
“저도 플루트를 배우고 싶은 마음 하나로 교수님께 플루트 레슨을 받을 수 있었어요. 아마추어인데도 성실하게 임하는 자세만 보고 최선을 다해 지도해 주셨습니다.”
덕분에 이정인 교사는 아마추어 콩쿠르에서 관악 부문 대상을 받았고, 이를 계기로 20대의 꿈이었던 협연의 기회를 잡았다. 제11회 공무원음악대전에서 클래식 기악 부문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자신이 스승의 열정 어린 도움으로 소중한 기회를 얻었기에, 그 고마움을 다른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바람이 컸다. 그렇다고 교육 크리에이터가 되겠다는 포부를 안고 유튜브를 시작한 건 아니었다. 계속해서 댓글로 질문을 남기는 학생들의 궁금증을 해결해주려고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음 콘텐츠를 만들게 되었다.
“첫 영상을 만들 때만 해도 제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처음이라 촬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편집도 서툴렀죠. 그런데도 첫 영상이 가장 조회 수가 높아요. 유튜브는 자잘한 편집 기술보다 ‘콘텐츠’와 ‘핵심 내용’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요즘은 단소로 학생들이 좋아하는 K–팝 곡을 연주하는 커버 영상을 올리고 있다. 이런 시도를 통해 이정인 교사는 ‘단소는 어렵다’는 편견을 조금씩 깨나가는 중이다. 교육 과정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리코더도 빼놓을 수 없는 주제다.
리코더는 소리를 쉽게 낼 수 있는 데다 손가락 움직임이나 텅잉(Tonguing, 음과 음 사이에 발음을 해주는 연주 기술)을 빠르게 하면 금세 연주를 익힐 수 있어 동기유발 효과도 높은 편. 리코더를 연주하면서 학생들은 음악을 생활화하고, 음악의 가치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선생님은 리코더를 얼마나 빠르게 연주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으로 올린 ‘리코더 챌린지(Recorder Challenge)’ 영상 역시 학생들의 호응을 얻었다.

교육은 학생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과정

학교에서는 교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며 수업의 수준을 맞춰 나가지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유튜브 콘텐츠는 최대한 ‘쉽게’ 만들려고 한다. 그렇게 하나의 영상에 달린 구독자의 반응을 보면서 다음 영상의 난이도를 조절해 나간다.
“학생들이 교사의 말을 듣고 이해할 때 느껴지는 희열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워요. 유튜브에 교육 내용을 올렸을 때도 반응이 즉각적으로 옵니다. 학생들이 교사의 설명을 수업 시간에 다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집에서 유튜브를 보며 스스로 보충 학습을 할 수도 있고요.”
유튜브에 연주 영상을 올리는 것 외에도 블로그를 통해 악보도 공유하고 있다. 과거의 자료를 단순히 제공하는 데 멈추지 않고, 학생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열심히 들으며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는 노력도 병행 중이다.
“교육 크리에이터를 하면서 교사로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서툰 솜씨로 만든 예전 영상을 보면 쑥스럽기도 하지만, 그때와 지금의 영상을 비교하면서 제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돌아보고 있습니다.”
교육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교육의 또 다른 가능성을 확인한 이정인 교사. 어쩌면 그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음악에 관심을 갖고, 자기만의 진로를 찾아가는 학생들이 생겨날지도 모른다. 유튜브 플랫폼을 통해서라면 같은 학교 학생들이 아니더라도 지역과 연령을 넘어 얼마든지 스승과 제자로 연결될 수 있다.
그에게 교육이란 ‘학생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학교에서 혹은 유튜브를 통해 만난 학생들이 각자의 숨은 재능을 발견하고 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이정인 교사는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나침반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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