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기억하기
The–K 인터뷰 2

거꾸로 실험으로 만드는
올바른 과학 세상

전북 진안 안천초등학교 박지웅 교사 박지웅 교사의 꿈은 하나다. 학생들이 과학 시간을 좋아하고 실험을 즐거워하며 이를 통해 과학적 사고를 할 수 있게 되고 자신이 원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결과보다 실험 과정이 더 중요한 ‘거꾸로 실험’ 동아리는 그에게 더없이 소중한 대상이었다. 지난 4월 1일 ‘거꾸로 실험’ 동아리 회원들이 모인 곳을 찾아가 보았다.
  • 글. 이경희
  • 사진. 김도형

색다른 과학 실험을 만나다

4월 첫 날에 모인 ‘거꾸로 실험’ 회원들의 얼굴은 진지함을 넘어 비장하기까지 했다. 예기치 않은 코로나19 사태로 하염없이 길어지던 방학이 온라인 수업이라는 대안으로 종식되면서 이에 따른 고민과 준비로 바쁜 와중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주인공인 전북 진안군 안천초등학교의 박지웅 교사 역시 ‘거꾸로 실험’의 모임장으로서, 그리고 담임교사로서 분주해 보이긴 매한가지다.
박지웅 교사가 처음 ‘거꾸로 실험’ 동아리에 가입한 시기는 2014년이다. “제가 교사 4~5년 차였던 시기였습니다. 문과 출신으로 과학을 어렵게 여기고 있었는데 선배 교사들이 ‘과학사랑실천연구회’에서 한번 과학을 연구해보자고 권유를 했었죠.”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교사들이 함께 모여 연구하고 공부하는 과정은 꽤 재미있었다. 과학에 자신이 없었던 그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고, 내친김에 ‘과학사랑실천연구회’ 내의 소모임인 ‘거꾸로 실험’ 동아리에도 들어갔다. 좀 더 색다른 과학 실험을 만나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다.
“당시에 실험의 순서를 거꾸로 한다는 의미에서 저희가 ‘거꾸로 실험’ 동아리라는 명칭을 붙였습니다. 그런데 그 뒤에 EBS 방송의 ‘거꾸로 수업’이 화제가 되면서 저희 동아리가 거론될 때마다 ‘비슷한 거냐?’, ‘따라 한 거냐?’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거꾸로 실험이라는 개념은 저희가 2014년 이전에 만들었던 것이고, EBS와는 전혀 별개의 수업입니다.” 박지웅 교사가 호탕하게 웃었다.

왼쪽부터 한영모 교사, 김상흠 교사, 박지웅 교사, 송규 교감
결과를 찾아가는 과정의 즐거움

박지웅 교사가 모임장으로 있는 ‘거꾸로 실험’ 동아리 회원은 현재 20여 명이다. 자신의 시간을 내는 것은 물론, 회비까지 내면서 참여한다는 이 모임은 교사들에게 깊은 의미로 자리한다.
“초등학생들은 과학 시간을 좋아해요. 실험을 직접 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실험을 재밌게 하다가도 ‘실험 관찰을 펴봐’ 하면 표정이 안 좋아져요. 교과서에는 원인, 실험 과정, 실험 결과가 순서대로 자세히 나오지만 학생들이 직접 할 수 있는 실험 설계 단계가 없으니까요. 우리가 거꾸로 바꾼 것은 제일 마지막에 나오는 실험 결과를 미리 줘버리는 겁니다.”
‘거꾸로 실험’의 방법에 의하면 선생님은 결과로 나온 사진을 학생들에게 먼저 보여준다. “얘들아 봤지? 실험 재료가 있으니 사진처럼 만들어보자.” 그러면 학생들은 교과서를 펴지 않고, 실험 과정을 의논하고, 직접 실험을 하면서 스스로 결과를 만들어 낸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질문이 굉장히 많이 나옵니다. 또 실패도 많이 나오죠. 바로 이 때, 교사가 그 과정에 대해 피드백하면서 결과를 도출해내는 것이 중요한데 교사들의 공부가 더 많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제가 ‘거꾸로 실험’을 특별하게 여기는 이유예요.”
실험실이 바빠졌다. 박지웅 교사를 비롯해 오늘 모임에 참석한 이리팔봉초등학교의 송규 교감, 임실초등학교의 한영모, 김상흠 교사 등 모두가 실험 준비를 시작했다. 오늘 실험은 물과 기름이 서로 섞이지 않는 것을 색을 통해서 확인하는 실험이다. 물과 기름의 성질이 다르다는 걸 알려주는 창의과학수업의 일환으로, 기름과 색깔별 물감을 탄 물이 준비됐다. 교사들의 실험은 꽤 흥미로웠다. 한 단계, 한 단계 허투루 넘어가는 법이 없다.
“학생들이 검은색을 보면 오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어요. ‘색깔이 진할수록 위로 뜨나?’하는 거죠.” “색과 밀도를 헷갈릴 수 있겠군요.” “그렇죠.”

“학교라는 공간은 단지 지식전달만을 위한
곳이 아니라 인성과 공동체의식을 키워주는 곳인데,
온라인 수업을 통해 지식전달만이 목적이 되다 보면
오히려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도 있기에
더 많은 토의가 필요하다.”
코로나19, 교사들의 고민과 연구는 계속된다

1명의 관리자와 3명의 교사는 실험 내내 부지런히 의견을 나누며 실험 과정에서 학생들이 낼 수 있는 반응을 예측하고, 그에 따른 피드백을 의논했다. ‘거꾸로 실험’이 한 달에 한 번 갖는 공개 실험과 회원들 간 대화에서 가끔 난상토론이 이루어진다는 뒷이야기가 충분히 설득력을 갖는 순간이다. 여기에 오늘 회원들의 대화는 실험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수업을 목전에 두고, 그에 따른 준비와 계획 등에 대한 이야기가 활발하게 오갔다.
“온라인 수업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직접 촬영해서 녹화할지, 온라인 학습터를 이용한 콘텐츠 개발을 통한 수업이 될지, 이런저런 시도와 연구 거리가 많은 상황이지만 시행착오를 거치면 안정되리라 생각해요.” 김상흠 교사의 말을 한영모 교사가 이어받았다.
“거꾸로 실험 자체가 학생들이 주인공이 되고 교사는 보조역할을 하는 건데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학생들이 직접 활동을 못 하게 돼서 고민이 매우 큽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교사들을 위한 학습지, 학생들이 주고받을 수 있는 학습지를 만들어 학생들과 함께 교감할 수 있는 창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해요.”
교사로 시작해 관리자로 승진하고 나서도 이 동아리 모임에 빠지지 않는 송규 교감 역시 고민의 강도는 만만치 않다.
“학교라는 공간은 단지 지식전달만을 위한 곳이 아니라 인성과 공동체의식을 키워주는 곳인데, 온라인 수업을 통해 지식전달만이 목적이 되다 보면 오히려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도 있기에 더 많은 토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지웅 교사의 걱정도 비슷했다. 과학 수업은 실험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펼치고, 그 과정을 교사와 함께하면서 피드백을 받는 게 중요한 수업이기 때문에 집에서 간단히 실험하고 개념을 공부하는 것만으로는 학생들의 과학적인 소양을 높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과학 유튜브 덕분에 학생들의 흥미가 높아진 장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실험을 보여주고, 인터넷 강의처럼 개념을 설명해주는 과학크리에이터로 학생들을 가르쳐보려고 준비 중입니다.”
박지웅 교사는 초등학교 과학 수업의 중요성을 몇 번이나 강조했다. 과정 도출이 필수인 학문인 과학은 계열성이 높은 학문이기에 실험하며 터득한 문제구성력과 해결능력이 학습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모든 교과가 쉽지 않지만 과학은 부가적인 어려움이 많은 과목입니다. 그런데 그 어려움이 열정을 덮으면 안 되니까 수업 요령이나 팁은 분명히 필요해요. 선생님이 과학을 재밌어 해야 학생들도 즐거울 수 있으니까 재미있는 실험에 모두가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결과를 먼저 던지고, 과정을 찾아가는 ‘거꾸로 실험’을 통해 학생들에게 과학 실험의 흥미를 불어 넣어주고, 교사 역량 개발에 앞장서는 ‘거꾸로 실험실’. 그 안에서 박지웅 교사는 누구보다 행복하게 과학을 즐기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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