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PED LEARNING
오늘, 생각하기
The–K 스페셜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은 어떻게 진화해야 할까? ⑪

‘언택트(Untact)’ 시대,
교육을 ‘콘택트(Contact)’하다

DIGITAL LITERACY
글. 이성아(금오공과대학교 기획협력처 연구교수)
캠퍼스가 없는 대학, 미국 미네르바 스쿨의 수업은 온라인으로 이뤄진다. 정해진 수업 시간이 되면 교수와 학생이 온라인 강의실에 접속해서 토론 중심의 수업을 진행한다. 그리고 온라인 협업 도구를 통해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팀 과제를 진행한다. 그간 이러한 미네르바 스쿨의 사례는 ‘미래 학교’의 대표적인 모델로 제시되었다. 다른 나라의 사례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미래 학교’가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에게 현실로 다가왔고, 초·중·고 및 대학 교육 현장은 불과 몇 달 전과는 다른 모습이 되었다. 언택트(비대면·비접촉) 교육에서 교수자와 학습자, 학습자와 학습자, 학습자와 학습 내용을 콘택트(연결)하기 위해서는 학생이 느끼는 실재감과 교사가 느끼는 ‘테크노스트레스’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The–K 스페셜」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큰 흐름에 따른 교육 변화와 다양한 교육방식에 대해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언택트 교육에서 ‘학생이 느끼는 실재감’

‘실재감(presence)’은 어딘가에 존재하는 느낌 또는 지각으로, 학습이 일어나는 가상공간에서 교수자나 동료 학습자와 실제로 함께 존재한다고 지각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는 상대적인 것으로, 같은 장소에 있다 하더라도 개인마다 느끼는 실재감은 다르게 나타난다. 학습자는 온라인 수업–학습이라는 낯선 학습 방식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실재감을 낮게 느낄 수 있다. 실재감이 낮은 학습자는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학습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을 확률이 높으며, 중도 포기를 하거나, 학습을 완료해도 성공적인 학습을 경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실재감을 높게 느끼는 학습자는 학습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몰입하여 긍정적인 학습 효과를 경험하게 된다.
실재감은 ‘교수 실재감(teaching presence)’, ‘인지적 실재감(cognitive presence)’, ‘감성적 실재감(emotional presence)’, ‘사회적 실재감(social presence)’으로 구분된다.
‘교수 실재감’은 온라인 수업에서 효과적인 학습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학습 내용을 조직하고, 다양한 활동을 촉진하는 교수자의 역할에 대해 학습자가 인식하는 정도다. 즉, 학습자가 온라인 수업에서도 실제 대면 수업과 같이 교수자와 함께 있다고 느끼는 것을 뜻한다. 학습자가 교수 실재감을 높게 느끼면 학습 내용에 대한 인지적 이해가 높아지며,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학습자가 온라인 수업에서 교수 실재감을 느끼지 못하면 인지적·감성적·사회적 실재감을 느끼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인지적 실재감’은 온라인 학습 내용에 대한 학습자의 이해도, 학습을 위한 정보 수집 및 지식 창출 등 학습 활동에 대해 인식하는 정도다. ‘감성적 실재감’은 온라인 수업에서 학습자가 학습을 수행하면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표출 및 조절하는 것으로, 이때 감정 조절의 실패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학업 성취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그리고 ‘사회적 실재감’은 온라인 수업에서 누군가와 지속해서 교류하고 있다고 느끼는 정도다. 사회적 실재감은 온라인 학습뿐만 아니라 면대면 학습 환경에서도 교수자와 학습자, 학습자 간 상호 의사소통을 통해 심리적 거리를 좁혀주며, 이는 학습 만족도 및 성취도와도 연결된다. 특히 온라인 수업 환경에서는 교수자와 학습자, 학습자와 학습자가 주고받는 상호작용의 깊이에 따라 학습 성과의 질에 차이가 나타난다. 즉, 온라인에서 주고받는 의사소통은 교수자와 학습자 간 물리적인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교육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교수자는 온라인 수업에서 학습자가 느끼는 실재감을 고려하여 교수자–학습자, 학습자–학습자, 학습자–학습 내용 간 상호작용과 유의미한 학습 활동에 초점을 두고 수업을 설계해야 한다.
또한, 온라인 수업에서의 학습 경험과 교실 수업의 연계성을 고려하여 수업을 설계하고, 실시간 채팅과 온라인 협업 도구를 활용해서 상호작용을 높일 수 있는 관련 학습 환경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언택트 교육에서 ‘교사가 느끼는 테크노스트레스’

‘테크노스트레스(techno–stress)’는 ‘technology(과학기술)’와 ‘stress(스트레스)’의 합성어로 개인이나 조직이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대한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때 발생한다. 교수자가 테크노스트레스를 경험하는 주요 원인은 다음과 같다.

  • 첫째,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수업에 필요한 자료 설치, 사용법 설명에 소요되는 시간이 많아 실제 수업 운영 시간이 부족할 때
  • 둘째, 수업 중 발생하는 기술적인 오류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때
  • 셋째, 테크놀로지를 활용하여 수업하는 데 필요한 테크놀로지 교수 내용 지식(technological pedagogical and content knowledge, TPACK)이 부족할 때
  • 넷째, 테크놀로지 활용 수업에 문제점이 발생할 때나 주변 동료의 기술적 지원이나 심리적 지원을 받지 못할 때
  • 다섯째, 학습자마다 테크놀로지 활용 능력이 상이하여 활용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학습자에게 별도의 교육을 해야 할 때
  • 여섯째, 테크놀로지 활용 수업에서 학습자가 직면하는 문제 상황이 각각 다르게 나타나고, 교수자가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의 한계를 느낄 때

교수자가 테크노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되면 학습자에게 의미있는 학습 경험을 제공하는 것보다 테크놀로지의 문제에 치중하게 되어 수업 운영을 어렵게 만들고, 이는 학습자의 수업 몰입을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테크노스트레스는 ‘디지털교과서’, ‘플립러닝(온라인을 통한 선행학습 이후 오프라인 강의를 통해 교수와 토론식 강의를 진행하는 역진행 수업 방식)’ 환경, ‘소프트웨어 활용 교육(컴퓨터 과학의 기본적인 개념과 원리를 기반으로 다양한 문제를 창의적이고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컴퓨팅 사고력을 기르는 교육)’, ‘실감형 콘텐츠(교과서에 수록된 교과 학습 내용을 중심으로 3D 모델링 그래픽을 이용, 입체 시각 효과 기술을 활용하여 풍부한 학습 경험을 제공하는 콘텐츠)’ 등 수업에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적용하면서 기존 수업 방법이나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그동안 테크노스트레스 관련 연구 결과(엄우용, 이희명, 이성아, 2020;Al-Fudail & Mellar, 2008; Joo, Lim, & Kim, 2016)에서는 테크놀로지 활용 능력이 비교적 높은 교수자가 테크노스트레스를 덜 느끼는 것으로 보고됐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변화된 언택트 시대의 교육 환경에서는 대부분의 교수자가 테크노스트레스를 경험할 수 있다.
따라서 학교나 관련 연수기관 차원에서 실시간 수업을 위한 다양한 플랫폼의 사용법, 온라인 수업 환경에서 학습자의 학습 경험을 확장할 수 있는 각종 도구 활용 방법, 수업 내용과 테크놀로지를 통합하여 가르칠 수 있는 역량을 함양할 수 있는 교내 혹은 지역별 수업 사례 발표, 관련 연수 제공, 온라인 커뮤니티 활성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교수자의 테크노스트레스를 감소시킬 방안이 필요하다.

새로운 교육 혁신의 기회로

코로나19 사태로 급변한 수업 환경은 교수자와 학습자, 그리고 그 외 교육 전문가 및 관계자가 모두 처음 겪는 특수한 상황이다. 학기 초에는 당장 시급한 온라인 플랫폼 구축, 콘텐츠 제작 및 운영 등에 초점을 두고, 학습자의 학습 결손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다.
온라인 수업과 교실 수업의 두 가지 유형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현재 교육 현장에서는 언택트 교육에서 이루어지는 교수자–학습자, 학습자–학습자, 학습자–학습 내용 간 콘택트, 즉 ‘연결성’을 고려하여 학습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온라인 학습 환경에서 학습자가 느끼는 실재감을 높이고, 온라인 수업 운영에서 교수자가 겪는 테크노스트레스를 감소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만들어진다면, 새로운 교육 혁신의 기회로 나아가는 전화위복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services s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