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각하기
The–K 스페셜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은 어떻게 진화해야 할까? ⑬

‘하이테크’ 시대,
하이터치’ 교육이 필요하다

글. 주현재(삼육보건대학교 교육혁신본부장, 교육학 박사)
코로나19로 평범한 일상을 반납한 지 어느덧 6개월. 문제는 지금과 같은 비정상적 상황이 앞으로 얼마나 더 이어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지금의 모습이 일상이 되는 새로운 삶, 곧 언택트(untact)의 삶이 일상이 되는 ‘뉴노멀’의 시대가 열렸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교육 시스템이 디지털 기반의 온라인 환경으로 변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면서, 최첨단 기술 문명이 사회를 주도하는 하이테크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럴 때일수록 디지털 기술로 아날로그적 감성을 전하며 교수자와 학습자가 서로 공감할 수 있는 하이터치 교육이 동반되어야 한다. ‘하이테크’를 ‘하이터치’ 할 수 있다면, AI와 같은 첨단기술과 교사의 올바른 협업이 가능해지고, 학습자별 수준과 특성에 맞춘 맞춤학습 방법이나 PBL(실제 문제 해결을 통해 학습자의 능동적 학습을 촉진하는 교수 학습방법)을 통해 진짜 세상에서 필요한 능력을 길러낼 수 있다. 「The–K 스페셜」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큰 흐름에 따른 교육 변화와 다양한 교육방식에 대해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하이테크가 가져온 교육계의 변화

십 년도 훨씬 전, 미래학자 존 나이스빗(John Naisbitt)은 ‘하이테크(High Tech), 하이터치(High Touch)’에 관해 이야기했다. ‘하이테크, 하이터치’는 최첨단의 기술 문명이 사회를 지배하는 하이테크 시대가 열리게 되면 사람들은 그 반동으로 오히려 인간적인 따뜻함(하이터치)을 더 찾게 된다는 의미다. 이 시점에서 돌이켜 보니 이 위대한 학자의 선견지명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기술이 발달될수록 노동의 비인간화는 심해지고, 소외되는 사람은 눈에 띄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 시대(Post Corona)에 하이테크는 특히 교육 분야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온라인 교육이 중심이 되는 그 변화의 흐름에 관하여 세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보자.

  • 첫째, 원격수업이 일반화되면서 매체 활용 능력과 온라인 수업설계 능력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지금까지 교사양성 과정에서 가르쳐 온 교육학 지식은 대부분 대면 방식을 전제로 발전해 온 것이다. 하지만 전통무술과 UFC 격투시합이 서로 지향하는 바가 다른 것처럼, 원격수업이 중심이 되는 코로나 이후 시대에는 첨단 기술인 하이 테크를 활용한 효과적인 수업설계 및 1:1 개별 맞춤형 교육에 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들어 온라인 수업과 관련된 교원 연수과정이 늘어났고, ‘교육공학’처럼 이러닝 콘텐츠 개발 또는 에듀테크를 활용한 교수학습 등을 배우는 전공에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

  • 둘째, 온라인에서도 협동 학습은 중요하다.

    지금 교육계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아 창의적 인재, 4C(Creativity(창의성), Critical thinking(비판적 사고), Communication(의사소통), Collaboration(협업)) 역량을 갖춘 인재를 목표로 학습자 중심 교수법 도입을 장려하고 있다.
    대표적인 학습자 중심 교수법인 ‘PBL(Project-based learning)’은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팀을 이뤄 학습하는 새로운 수업 방법이다. PBL의 이론적 배경은 구성주의 학습이론으로, 학습을 개별 학습자가 경험을 통해 스스로 구성하는 과정으로 본다. 그러나 학습의 개별성이 가져올 수 있는 생각의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서 학습자 간 협동학습을 필수적으로 실행한다.
    문제는 지금 같은 비대면 환경에서는 학습자 간 협동학습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 있다. 그래서 촉진자로서 교수자의 역할이 한층 중요해진다. 특히 팀 구성 시 팀장 및 서기 선출 과정에서 카카오톡이나 줌(Zoom, 클라우드 기반의 화상회의 서비스) 프로그램을 활용한 토의가 필요하고, 이후 정기적인 협력 학습이 이뤄지도록 코칭해야 한다. 물론 다양한 방식으로 교사와 팀 간의 만남도 필요할 것이다.
    이제 비대면 환경에서의 PBL은 e-PBL의 시대로 접어들게 되었다. 미래에는 ‘하이터치’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소양교육, 공동체 교육, 시민 정신의 함양 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가할 것이다. 이미 기업들은 이런 역량을 갖춘 인재를 선호하고 있다. 개별 학습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서라도 e-PBL을 활용한 협업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 셋째, 생활지도 방식이 변해야 한다.

    여기서 생활지도란 영어의 ‘guidance’를 번역한 것으로 본래 아동을 대상으로 연구되고 행해져 왔다. 하지만 오늘날처럼 사회 변화의 속도가 빠른 현대사회에서는 모든 학습자가 생활 지도의 대상이 된다. 필자는 대학교수로 근무하면서 대학생에게도 생활지도가 중요하고, 모든 교원들이 이에 대한 전문성을 길러야 함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중심의 교수학습 상황에서 교사가 상호작용의 부족함을 극복하면서 효과적인 생활지도를 실행하는 일은 쉽지 않다. 무엇보다 등교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학교가 방황하는 학생을 어떻게 계속 교육에 참여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교육계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HIGH TECH & HIGH TOUCH
온라인 교육에 온기를 불어넣자

그렇다면 하이테크 시대에 교수자는 학습자를 어떻게 이끌 것인가?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시대 속 아날로그적 감성을 찾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고 한다. 1990년대 후반 ‘삐삐’의 시대에도 녹음멘트와 통화연결음 속에서 아날로그적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상대편의 목소리보다 디지털화된 정보를 주고받는 경우가 훨씬 많아졌다. 이런 맥락에서 캐릭터 이모티콘의 사용량 증가는 디지털 신호의 딱딱함을 벗어나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살리기 위한 방법으로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아날로그적 신호로 이뤄진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신호로 이뤄진 가상의 세계는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인간은 물리적 신체를 가진 아날로그적 태생이다. 따라서 코로나19로 비대면 교육, 곧 온라인 중심의 새로운 교육환경으로 나아가고 있는 현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따뜻한 온기와 정서적 충만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교육적 과제가 될 것이다.
0과 1의 데이터로 이뤄진 차가운 디지털 세상에서 우리 학생들에게 어떻게 따뜻한 온기를 담은 교육을 할 수 있을까. 쉽게 답할 수 없는 문제다. 그러나 먼저 우리 교사들부터 따뜻한 정서로 마음이 채워져야 함은 자명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감성지능과 감성코칭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영화 「굿 윌 헌팅」을 교육가족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이 영화는 엄청난 재능을 가졌음에도 감성 능력이 부족한 ‘윌’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우여곡절 끝에 훌륭한 상담자 ‘숀’을 만난 윌은 점점 마음을 열게 되고 새로운 출발을 계획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 속 윌의 닫힌 마음을 열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숀은 ‘티칭’이 아닌 ‘코칭’을 했음에 주목하자. 감성 지능이 뛰어난 숀은 공감적 이해를 바탕으로 솔직하게 윌을 대했기 때문에 그의 마음을 열 수 있었다.

인간은 물리적 신체를 가진 아날로그적 태생이다.
따라서 코로나19로 비대면 교육, 곧 온라인 중심의 새로운
교육환경으로 나아가고 있는 현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따뜻한 온기와
정서적 충만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교육적 과제가 될 것이다.
감성 코칭으로 감성 지능을 높여라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교육대학원 부학장인 폴 킴은 「교육의 미래, 티칭이 아니라 코칭이다」라는 저서에서 감성 지능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공유한다. 그가 학생이던 시절에 음악을 듣고 5페이지의 에세이를 쓰는 과제가 있었는데, 영어 실력이 부족한 까닭에 자신의 감성을 영작해서 표현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담당 교수가 그 사정을 듣고 먼저 한글로 5페이지를 쓴 뒤 사전을 활용해서 한 문장씩 천천히 설명해 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결국, 폴 킴은 그 과목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고, 학업에 대한 자신감을 얻어 학위를 취득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자신의 시간을 투자하여 동양의 한 외국 학생을 친절히 배려할 수 있었던 연유는 담당 교수의 뛰어난 감성 지능 덕분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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