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각하기
The–K 리포트

지속적 혁신으로
새로운 미국 대학의 모델이 된
‘애리조나 주립대학교’

QUEST UNIVERSITY 아이비리그 대학으로 상징되는 미국의 명문 대학들은 소수의 탁월한 학생들만을 선발하여 최고의 값비싼 학문적 교육을 제공한다. 그런데 여기, 배제(exclusion)보다는 포용(inclusion)의 교육을 강조하고, 개인적 탁월성보다는 공공의 가치를 중시하며, 우리가 직면한 지역사회나 글로벌 문제 해결을 추구하는 데 앞장서는 ‘새로운 미국 대학’ 모델을 제안·실행한 대학이 있다. 바로 피닉스에 있는 ‘애리조나 주립대학(Arizona State University)’이 그곳이다.
  • 글. 김재춘(영남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The–K 리포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교육 혁신에 앞장서고 있는 세계의 혁신학교 사례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크로우 총장의 대학 혁신, No.1을 이끌다

애리조나 주립대학(이하 ASU)은 2002년에 취임하여 현재까지 총장을 맡고 있는 마이클 크로우(Michael Crow)의 대담한 혁신으로, 2016년 이후부터 ‘US News & World Report’의 혁신대학 평가에서 스탠퍼드(2위)와 MIT(3위) 대학을 제치고 꾸준히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유명 연구자들이 ASU에 몰려들면서 연구비 유치·기술 이전·특허 건수도 획기적으로 증가했다. 그 결과, ASU는 여러 대학평가에서 세계 상위 1%에 꼽는 혁신 대학으로 선정됐을 뿐만 아니라 저소득과 소수인종 학생 비율의 증가, 장기간에 걸친 전 지구적 도전 과제에 관한 연구 수행, 지역사회와의 긴밀한 협력 관계 등의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두드러지면서 세계 여러 대학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구성원에 의한, 구성원들을 위한 대학

크로우 총장이 취임하면서 ASU는 역사상 처음으로 대학 헌장(Charter)을 제정했다. 헌장의 3대 가치는 포용·공공가치·사회 문제 해결이었다. 이런 헌장에 표현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학 구성원들이 학교 미션을 공유하고 실천하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그래서 ASU는 총장·보직교수·교수·직원·학생 등 대학 구성원의 마음가짐을 변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연수기회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예컨대, ASU에서 보직을 맡으려면 6개월 이상에 걸친 리더십 훈련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훈련 과정에는 강의를 듣는 이론적인 연수 외에도 일종의 ‘보직 실습’에 해당하는 관찰 학습, 외부 전문가의 코칭 등 실질적인 연수도 포함되어 있다.

‘포용’ 교육을 실천하기 위한 GFA 운영

ASU는 연구중심대학에서 공부할 자격을 갖춘 모든 학생에게 교육 기회를 폭넓게 제공하는 것을 주요 비전 중의 하나로 삼고 있다. 따라서 포용성을 내세워 높게 쌓았던 대학의 문을 개방하면서 학생층을 넓혔다. 이런 비전은 ‘GFA(Global Freshman Academy, 글로벌 신입생 아카데미)’로 구체화되었다. ASU는 ‘edX(대규모 온라인 공개 수업 플랫폼 제공업체 중 하나)’와 협약하여 8개 교과목으로 구성된 GFA를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 온라인 공개수업)’로 제공하고, 이를 성공적으로 이수한 사람들에게 입학을 허가할 뿐만 아니라 곧바로 ASU 캠퍼스에서 2학년 과정을 이수할 수 있게 했다. 1학년 과정을 MOOC로 이수한 학생들은 1년간 재정적 부담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해가 잘 안 되는 내용을 반복하여 이수할 수 있기 때문에 학습 부진의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학생의 성장을 이끄는 ‘개인 맞춤형 학습’

ASU는 각 학생에게 최적화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개인 맞춤형 프로그램(adaptive courseware)’을 도입했다. 여기서 맞춤형 학습이란, 적합한 시간에 적합한 수업을 적합한 학생에게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ASU는 이 프로그램의 도입으로 수학 과목의 낙제율을 42%에서 22%로 줄였다.
게다가 경제학·심리학·역사학·물리·화학·생물학 등에서도 맞춤형 학습 프로그램을 도입해 학생들의 성장을 돕고 있다. 이외에도 ASU에서는 빅데이터와 AI 기반 학습지원시스템인 ‘e–Advisor’를 도입해 개인별 학습 성향과 성적·적성·진로 등을 고려한 맞춤형 진로지도와 학점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여 재학생의 중도 이탈률을 최소화한다.

학제 간 융합으로 해결해나가는 글로벌 이슈

ASU는 전통적인 학문 중심의 학과 70여 개를 폐지하고, 환경·기아·지진 등 지역사회나 글로벌 이슈 해결을 위한 새로운 융합학과를 30여 개 개설했다. 또한 25개 융합 스쿨을 설립하고, 더불어 160여 개 학제 간 연구기관과 센터를 설립했다. 이는 지식의 창출과 사용을 통해 사회 문제 해결을 주도한다는 대학의 헌장에 기반한 혁신 조치다. 현 시대에 당면한 문제는 하나의 학문으로만 해결할 수 없기에 새로운 지식의 창출과 사용을 강조해 학제 간 융합에 나선 것이다. 예컨대 전통적인 생물학과를 폐지하는 대신에 생명과학자·엔지니어·철학자·사회과학자·윤리학자 등이 함께 모여 연구하는 융합학과나 연구기관의 신설을 주도한 셈이다.

혁신 마인드가 가져온 값진 성과

ASU는 주립대학으로 크로우 총장이 취임하던 2002년에 5만5천명의 학생들을 교육하면서 대학재정의 90% 정도를 주 정부에서 지원받았다. 이후 주 정부의 지원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위기에 처했으나, 크로우 총장의 끊임없는 혁신으로 ASU는 2020년 현재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대학으로 성장했다. 학생 수는 현재 23만 여명으로 증가했고, ASU 유학생의 출신 국가는 무려 180여 개국에 이른다.
또한, 2002년 약 1억 달러에 불과하던 연구비 수주는 현재 연간 6억 달러에 이르며, ASU는 이제 학생 등록금과 연구비 수입, 기부금 등으로 자립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ASU 연간 예산 중 정부 지원금은 9%에 불과하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지속적인 혁신으로 큰 성과를 낸 ASU의 사례는 많은 대학에 시사점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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