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분 회원(前 행정초등학교 교장), 이상원 회원(前 중앙초등학교 교사)
지금, 쉬어가기
아름다운 동행

3인 3색,
길고 짙은 우정에 살어리랏다

세 친구가 쌓아온 세월은 길고도 깊었다. 당진에서 1박 2일 여행을 함께 하기로 한 아침, 새벽부터 내린 빗줄기가 어마어마했음에도 이들이 이번 여행을 망설이거나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다. 비와 꽃, 그림과 음식, 놀이가 함께했던 여정. 그 안에서 이들의 우정은 지나온 시간보다 다가올 시간을 더 기대하게 했다.
  • 글. 이경희
  • 사진. 김도형

★ 이번 아산·당진 여행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이 발표되기 전인 8월 첫째 주에 진행되었으며,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안전하게 진행되었습니다.


허은숙 회원(온양동신유치원 원장), 최선영 회원(前 천안일봉유치원 원장), 김윤자 회원(당진용연유치원 원장)
비와 함께 시작된 우리의 여행

여름 복판의 장마는 꽤 매서웠다. 아산시 지중해마을로 달려가는 길 내내 이번 여행에 대한 우려를 거둘 길이 없었으나 세 친구가 새끼손가락을 걸었던 이번 여행을 미루자고 말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번 ‘아름다운 동행’에 사연을 보내온 김윤자 회원을 비롯해 최선영 회원, 허은숙 회원과 함께한 첫 번째 식사는 지중해마을 안에 위치한 주꾸미 식당에서 시작됐다. 주꾸미를 맛보는 와중에 이야기꽃이 흐드러지게 만개했다.
“저와 최선영 원장은 중학교 동창이에요. 최선영 원장과 허은숙 원장은 고등학교·대학교 동창이고요. 저는 또 허은숙 원장과 생일이 하루 차이인 인연을 갖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동행’에 사연을 보낸 건 그간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한 번도 제대로 된 여행을 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털기 위해서였어요.”
교육 연수 때마다 만나 대화를 나누다가 서로의 인연을 알곤 깜짝 놀랐다는 세 사람은 1990년도에 처음 만나 지금껏 이어 내려온 기적 같은 시간을 여전히 아이처럼 신기해했다.
맛있는 점심 식사를 마치고 다음으로 향한 곳은 ‘도예뜰’로, 도자기용 점토를 이용해 각기 원하는 아이템을 만들 수 있는 도자기 공방이다.
“아이들 체험학습을 위해 공방에는 정말 수없이 갔었어요. 하지만 저희 역할은 아이들을 인솔하고 만들기를 돕는 거니까 정작 저희는 만들어 볼 시간이 없었네요(웃음).”
허은숙 회원과 최선영 회원의 말에서 평생을 유아교육자로 살아온 이들의 무게가 느껴진다.
최선영 회원은 실용적인 접시를, 김윤자 회원과 허은숙 회원은 화분을 만들기로 했다. 밀대로 점토를 밀어 받침을 만들고 그 위로 길쭉하게 반죽을 빚어 둥글게 한 줄씩 쌓아 올리는 과정을 세 사람 모두 세심히 반복했다. 포도송이를 붙인 화분과 각인을 새긴 접시를 완성하고 좋아하는 세 사람의 미소가 참 어여쁘다.

애틋한 정이 넘치던 순간순간의 행복

빗줄기는 그칠 줄 몰랐지만, 세 친구의 애틋한 정도 멈출 줄 모른다. 최선영 회원과 허은숙 회원은 일상에서 벗어나 온전히 친구들하고만 즐기는 이 시간을 특히나 행복해했고 이번 여행을 주관한 김윤자 회원의 얼굴에는 그런 친구들을 보며 벙글벙글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두 번째로 친구들이 방문한 장소는 ‘아산세계꽃식물원’이다. 이곳은 국내 최대 규모의 실내 온실 식물원으로 세 회원에게도 꽤 익숙한 곳이다. 꽃과 식물, 나무를 살피며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이들이 왜 그토록 오랜 시간 균열 없이 우정을 나눠 왔는지 살짝 감이 온다. 매사에 열정적이고 리더십 있는 김윤자 회원과 여리고 순하고 매사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최선영 회원, 그리고 무심한 듯 시크하지만 적재적소에 촌철살인의 유머 감각을 발휘하는 허은숙 회원이 모여 모자란 부분을 메꾸고 넘치는 부분을 갈무리하면서 세월의 결을 촘촘히 채워왔던 것이다.
관람을 끝낸 회원들과 함께 이동한 저녁식사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김윤자 회원이 네모난 가방을 하나 꺼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약식이 꽉 차게 담긴 그릇을 꺼내 놓는다. “오늘 새벽에 일어나서 함께 먹으려고 직접 만든 것”이라는 설명에 모두의 눈이 동그래진다. 저녁식사를 앞두고 있었지만, 그 정성에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약식을 도저히 먹지 않을 수가 없다. 레드와인과 함께한 약식이 저녁식사 자리의 흥을 한층 돋웠다.
이들의 관심사는 단연 퇴직 이후의 삶이다. 이미 명예퇴직을 한 최선영 회원이 탁구를 하고 산책하러 다니며 여행한다는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은 허은숙 회원이 퇴직 후에도 자신은 지금의 패턴대로 무조건 아침 9시에 밖에 나와서 저녁 6시에 집에 들어갈 것이라는 다짐을 해 모두가 웃음을 터뜨리게 했다. 김윤자 회원은 내년에 퇴직 후 아일랜드로 어학연수를 1년간 갔다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올 예정이라는 야심 찬 계획을 들려주었다. “그 전에 코로나19가 종식돼야 할 텐데”라는 친구들의 걱정이 참 따스하다. 밀린 이야기를 쏟아 내며 즐거웠던 저녁 시간은 그렇게 해와 함께 뉘엿뉘엿 저물어 갔다.

아름다운 우정을 확인한 아름다운 동행

서해가 보이는 소박한 숙소에서 하루를 보내고 브런치를 즐긴 세 회원과 흩어졌다가 다시 만난 곳은 ‘당진 아미미술관’이다. 스러져간 과거의 폐교가 어떻게 미술관으로 재탄생했는지 모두의 관심이 쏠렸다. 세 회원 모두 이곳이 첫 방문이라 모든 곳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느라 바쁘다. 멋스러운 설치미술 작품, 나무바닥 틈 사이를 뚫고 나온 이름 모를 풀, 세찬 비에 머리를 숙였지만, 향기는 여전한 꽃들까지. 세 친구는 이곳에서 마니또 게임도 즐겼다.
아미미술관에 전시된 ‘구이진’ 작가의 작품 중에서 상대에게 잘 어울릴 만한 것을 몰래 골라 서로에게 선물하기로 한 것. 세 명의 회원이 자신의 마니또 친구에게 선물할 그림을 선택하기 위해 아이처럼 흥분하고 몰래 포장까지 마치는 모습에 학창 시절 교복을 입은 그 소녀들의 모습이 투영된다.
각자 소중하게 선물할 그림을 끌어안고 마지막 목적지, 김윤자 회원이 원장으로 재직 중인 당진용연유치원을 향했다. “어린 시절 흔히 즐겼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쎄쎄쎄,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비석치기, 우리 집에 왜 왔니 등등의 모든 놀이가 일본 놀이라는 걸 알고 계시나요? 일본이 금지했던 우리 놀이를 이 자리를 빌려 꼭 소개하고 싶었어요.” 전통놀이 전문 강사로도 활약하는 김윤자 회원의 설명이다.
모두가 자리를 깔고 앉아 본격적으로 우리 놀이를 배워봤다.
백제시대부터 해온 저포놀이(윷으로 말을 옮기는 놀이), 쌍육놀이(주사위를 던져서 상대편 진영에 서 있는 15개의 말을 우리 편 진영으로 옮겨 오는 놀이), 조선 시대 벼슬살이놀이(벼슬의 직급을 알 수 있는 놀이)까지 연달아 이어지자 분위기가 금세 후끈하게 달아오른다. “나 집에 안 가!” “이래서 인생사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야!” 반전을 거듭하는 게임에 모두가 신명을 낸다.
어디 이뿐이랴. 서로를 위해 고른 선물을 개봉하는 시간은 그야말로 감동의 물결이었다. 왜 자신에게 이 그림을 선물했는지 조곤조곤 이유를 설명하는 친구를 통해 자신과 친구의 마음을 다시 만나는 시간이 큰 감동을 주었던 것. 꼭 액자로 만들어서 집에 걸어놓겠다고 다짐하는 세 친구들이 만들어 낸 파장이, 마주한 이들의 가슴까지도 일렁이게 만든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와 나누는 우정이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깊이 깨닫고 있다고 입을 모은 세 사람. 이들이 퇴직 이후의 시간을 기대하는 이유는 바로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그들만의 우정’이 존재하는 덕분이 아닐까? 10대 시절에 발을 걸치고, 사회에서 만나 아름다운 노년을 함께 꿈꾸는 이들에게 삶은 영원히 아름다운 동행일 터였다.

1박 2일
여행을 마치고
“친구들 덕분에 꿈을 이뤘어요” 김윤자 회원(당진용연유치원 원장)

너무나 하고 싶었던 여행에 기꺼이 동행해 준 두 친구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친구들이 동참해 주지 않았다면 결코 이룰 수 없는 꿈이었으니까요. 1박 2일 동안 몰랐던 친구들의 모습을 알게 된 것도 즐거웠고, 서로를 배려한 덕분에 끝까지 즐거운 여행이 돼서 행복했습니다. 두 분 원장선생님, 우리 퇴직한 이후에도 꾸준히 만나요!

“아주 특별한 우정을 만끽한 여행” 최선영 회원(前 천안일봉유치원 원장)

처음에 친구가 ‘아름다운 동행’에 신청 사연을 보낸다고 해서 과연 될까 했었어요. 그런데 정말 됐다고 김 원장이 연락을 해 오니 굉장히 기쁘더라고요. 업무 안에서 만남을 가져왔지만 셋이 함께하는 여행은 처음이라 정말 특별했습니다. 꽃식물원에도 종종 왔었는데 친구들과 함께 오니 아주 색다른 느낌이었고요. 이번 여행을 통해 퇴직 이후에도 오래오래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이라는 확신을 얻었어요. 고맙습니다.

“영원히 잊지 못할 마니또 선물” 허은숙 회원(온양동신유치원 원장)

이런 자리를 준비해주신 ‘The‐K 매거진’에 정말 감사드려요. 제가 멀리 여행 가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편인데 이번 여행을 통해서 이 친구들이라면 멀어도 여행을 갈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미미술관에서의 작품 감상, 그림으로 주고받은 마니또 선물 등은 무척 행복했고, 이 모든 걸 앞장서 추진한 김 원장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영원히 잊지 못할 여행이 된 것 같아요. 우리 셋, 정기적인 만남을 추진합시다!

친구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 도예뜰

    지중해마을 초입에 자리한 공방이다. 전통물레를 이용한 빚기부터 페인팅까지 누구든 도예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아름다운 소품이 가득해 눈요기와 구입이 자유롭고 편백나무향이 가득한 공간이 기분 좋은 느낌을 자아낸다.

    041-547-8968 충남 아산시 탕정면 탕정면로8번길 59-18
  • 아산세계꽃식물원

    3,000여 종의 원예종 관상식물을 관람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실내 온실 식물원이다. 2004년 개장해 매년 20만 명에 가까운 방문객을 자랑하는 아산시의 명소로 눈 닿는 모든 곳이 힐링인 곳이다.

    041-544-0746 충남 아산시 도고면 봉농리 576
  • 아미미술관

    폐교된 농촌학교가 미술관으로 거듭난 공간이다. 1년 내내 다양한 전시와 문화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으며 아름다운 꽃과 담쟁이식물, 나무들이 사방에 가득해 SNS의 핫플레이스로도 유명하다.

    041-353-1555 충남 당진시 순성면 남부로 753-4
  • 하누

    당진에서 맛있는 한우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이다. 흔히 오마카세라고 불리는 ‘맡김 차림’으로 우리 한우를 골고루 즐길 수 있다.

    041-356-0252 충남 당진시 수청동 1062 아린타워 A동 4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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