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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多 누린다!
홈코노미 트렌드

사회적 거리두기의 생활화, 그리고 외출 자제 권고로 인해 ‘집 밖은 위험해!’를 실감하고 있는 요즘. 집의 기능이 속속 재발견되고 있다. 먹고, 자고, 일하며, 휴식하는 대부분이 집안에서 해결되는 까닭이다. 덩달아 집을 중심으로 하는 ‘언택트’ 경제는 재빠르게 진화하는 중. 분명한 대세가 된 ‘홈코노미’에 주목해보자.
  • . 편집실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성장 중인 홈코노미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다. 자의건 타의건, 요즘의 우리는 대부분의 식사를 집에서 해결하고, 문밖을 나서지 않는 휴식방법에 적응하며,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운동이나 취미활동까지 집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학생들은 학교에서 친구들, 선생님과 대면하는 대신 방안에서 컴퓨터를 통해 원격수업을 받고, 직장인들은 근무 시스템이 세팅된 방 안 서재로 출근을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 빠르게 바꿔놓은 일상적 패턴은 이처럼 집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사람들은 바뀐 변화의 패턴과 속도에 적응해나가고, 사회와 경제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모양새. 일명 ‘홈코노미’가 급부상했다.
홈코노미란 집을 뜻하는 ‘홈(home)’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economy)’가 합쳐진 말이다. 그동안 밖에서 이루어지던 소비형 경제활동이 집안에서 온라인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 규모는 여전한데 예전처럼 자유롭게 외부 활동을 할 수 없다 보니 떠오른 대안. 다시 말해, 집이 주거공간을 넘어 휴식·문화·레저를 즐기는 공간으로 확대된 현상이다.
사실 홈코노미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홈족(home族)’ 중심의 소비문화가 확산된 까닭이다. 그러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언택트 문화가 빠르게 자리를 잡았고, 홈코노미 현상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보편타당하게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무엇이든 문 앞까지 배달되는 유통 서비스

집안에서도 휴대폰 화면 터치 몇 번이면 문 앞까지 친절하고도 빠르게, 무엇이건 배송되는 시대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바로 인터넷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이커머스(e–commerce, 전자상거래)’가 워낙 발달된 덕분에 집콕 생활이 길어져도 크게 불편할 일이 없을 정도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에서 주목할 점은 이커머스 시장의 신규 유입 증가다. 과거 이커머스 시장의 주요 고객이 20~30대였다면, 지금은 50~60대까지 확장되었다는 사실. 낯설긴 하지만 온라인 환경에 익숙해져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다 보니 자발적으로 학습이 이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또 한 가지, 이와 맞물려 서비스 업계의 디지털화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비대면 유통 서비스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처럼 여겨지는 분위기다. 가장 보편적으로 소비되는 음식 배달 서비스를 예로 들어보자. 음식 배달 시장의 상한가는 어제오늘일이 아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폭발적인 확장이 이루어진 것은 분명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2분기 온라인 쇼핑 동향 조사에 따르면, 음식 배달 서비스를 이용한 거래액의 증가율은 61.5%, 금액으로 따질 경우 약 4,770억 원에 달한다.
배달이 가능한 음식의 영역도 상상을 초월한다. 배달 음식 하면 보편적으로 떠오르는 게 자장면, 치킨, 피자 정도였다면, 지금은 쌀국수, 스테이크, 케이크, 커피 등 거의 대부분의 음식을 배달 서비스를 이용해 집에서 맛볼 수 있다. 밤늦은 시간 온라인 장바구니에 담아 결제한 신선식품이 날이 밝기도 전에 문 앞으로 배달되는 건 물론이다. 이러한 현상은 블로그와 SNS상의 인기 키워드만 보더라도 명확하게 파악이 된다.
2019년 ‘맛집’이 차지하던 키워드 상위 자리를, 지금은 각종 이커머스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집콕을 더 재미있고 효율적으로 만들어주는 소비

요즘은 집의 각 공간이 ‘룸(room)’이 아닌 ‘존(zone)’으로 인식된다. 서재는 더 서재답게, 침실은 더 침실답게, 주방은 더 주방답게, 각각의 뚜렷한 기능을 가지는 것이다. 이 역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집에서 하는 일이 다양해짐으로써 나타난 변화다. 이 때문에 집에 새로운 가구를 들이거나 직접 인테리어를 하는 ‘홈퍼니싱’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홈퍼니싱이란 집을 뜻하는 ‘홈(home)’과 꾸민다는 뜻의 ‘퍼니싱(furnishing)’이 합쳐진 말로,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해 집을 꾸미는 트렌드다.
기업들이 속속 재택근무를 도입하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초·중·고등학교들이 원격 수업을 병행하면서 특히 홈오피스 관련 제품의 인기가 눈에 띈다.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임에는 분명하지만 업무 능률과는 별개. 실제로 오픈서베이의 ‘직장생활 트렌드 리포트 2020’에 따르면, 재택근무의 만족도는 74.5%로 높은 편이지만 업무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졌다고 답한 이들은 35.4%로 비교적 낮았다.
당연히 효율성을 높여줄 제품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고, 이는 홈오피스 제품의 판매량 증가로 이어졌다.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책상과 의자를 비롯해 웹캠, 마이크 판매량이 많게는 400% 이상 증가했으며, 더불어 어느 장소에서나 무선 네트워크를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증폭기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상승했다.
집이 곧 사무실이자 휴식과 여가의 공간으로 진화하면서 새로운 가구 혹은 가전을 들여 분위기를 바꾸거나 직접 인테리어를 하는 경우도 많다. 소소한 소비가 줄어드는 대신 고가의 소비에 지갑을 여는 추세다. 한 대형마트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전체 텔레비전 매출은 지난해보다 약 30% 증가했는데, 특히 75인치 초대형 텔레비전의 매출이 92%나 껑충 뛴 점이 눈에 띈다. 이는 동영상 플랫폼과 IPTV를 활용해 집에서 영화, 드라마 등을 보는 사례가 많아짐에 따라, 큰 화면과 높은 화질에 대한 니즈가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같은 맥락으로 사운드바·케이블 등 텔레비전 관련 기기의 판매량도 67.4% 신장했으며, 안마의자, 에스프레소 기계 같은 생활가전의 인기도 높아졌다.

미식 생활부터 취미 활동까지 다양하게

집안에만 있다고 해서 미식을 포기할 수는 없다. 예전처럼 맛집을 찾아다니는 건 힘들어졌지만, 대신 간편식이 그 자리를 채워주고 있으니 충분한 위안이 된다. 손질된 재료와 계량된 양념이 동봉되어 초보자도 쉽게 요리할 수 있는 ‘밀키트(간편 조리식)’는 메뉴도 다양하다. 익숙한 한식 메뉴부터 이국적인 메뉴들까지 뚝딱 맛을 낼 수 있다. 게다가 일일이 장을 보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는 건 물론, 남는 식재료가 없어 뒤처리까지 깔끔하다. 만들어진 반찬을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늘었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지난 8월 16일부터 30일까지의 주요 상품 매출 분석 결과 코로나19의 재유행으로 반찬류 매출이 전월 같은 기간보다 45.7% 증가했는데, 이는 전체 상품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집에서 직접 요리에 도전하는 이들도 늘었다. 온라인 주문으로 식재료 배달을 받고, 유튜버 요리선생님에게 수업을 듣는 식이다.
한편, 상대적으로 줄어든 신체활동 탓에 코로나19로 살이 많이 쪘다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운동 한 번 마음 편히 하기 힘든 것이 현실. 헬스장 같은 다중 이용 시설에 대한 감염 우려가 큰 까닭이다. 그래서 요즘은 ‘홈트’라 불리는 ‘홈트레이닝’으로 건강과 몸매관리를 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필라테스, 요가, 웨이트트레이닝 등 운동별로 세분화된 유튜브의 홈트 콘텐츠는 워낙 많아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미 녹화된 영상을 시청하며 동작을 따라 하는 수준을 넘어, 운동 코칭과 식단 추천, 스케줄 관리 기능이 포함된 홈트 앱도 등장했다. 각각의 공간에 있지만 함께 있는 듯 트레이너에게 실시간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도 있다. 덕분에 의지만 있다면 집에서도 원하는 시간에 필요한 운동을 얼마든지 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혼자서도 쉽고 효율적인 운동이 가능하도록 스쿼트 머신, 근력 밴드 등 개인용 운동 기구도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이 같은 틈새시장을 파고든 홈트레이닝 관련 상표 등록이 올해 들어 126% 증가했다는 소식이다.
홈뷰티 역시 마찬가지다. 오프라인 숍을 방문하는 대신 집에서 셀프로 네일아트, 머릿결과 피부케어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홈뷰티 시장이 커짐에 따라 관련 제품들의 품질도 전문 숍 못지않은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되는 추세. 약간의 귀찮음만 감수한다면 안전하게, 적은 비용으로 홈뷰티를 실현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홈뷰티 시장이 2022년 1조 6천억 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이라 예상한다. 홈뷰티를 비롯한 홈코노미 전체를 따지게 되면 시장 규모는 더욱 거대해질 터. 이 같은 변화가 일시적 유행으로 그칠 가능성은 희박하다. 집에서 모든 걸 누리는 편리함이 완벽하게 익숙해져 가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으므로. 집이라는 공간의 재발견과 함께 홈코노미 시대가 열렸다.

더 스마트한 집콕을 도와줄
먹고, 쉬고, 운동하는 앱
만개의 레시피

요리 초보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구성이 돋보이는 어플. 집에 있는 재료를 활용한 레시피, 다이어트‧디저트‧술안주 등 상황별 레시피, 한식은 물론 다양한 퓨전 레시피 등 10만 건 이상의 콘텐츠를 소개한다.

코끼리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명상과 심리수업 강좌 앱. 영상과 보이스 콘텐츠를 실행한 후 차근차근 따라 하면 어렵지 않게 명상에 빠져들 수 있다. 시간은 보통 10분 내외. 혜민 스님 등 여러 명의 보이스를 골라 들을 수 있다.

라이크핏

인공지능 코치와 함께 운동할 수 있는 앱. 모션 인식 기능을 구현해 사용자가 올바른 동작을 하고 있는지 체크해준다. 자신의 체력,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난이도를 지정할 수 있으며, 일‧주‧월 단위로 운동 시간과 소모 칼로리 등을 분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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