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기억하기
The–K 혁신 인터뷰

스토리텔링 수학으로 가르치는
세상의 모든 것을 가르치는 마법사

전남 보성복내중학교 강은경 교사 보성복내중학교의 강은경 교사는 수학을 통해 학생들에게 세상을 보는 눈과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동력을 길러주는 데 힘쓴다. 그가 보여주는 수학은 연산과 숫자가 아닌, 스토리텔링으로 만드는 가장 재미있는 놀잇감이다. 수학을 통해 삶을 배우고 관계의 가치를 깨닫게 하는 마법사, 강은경 교사를 만나보았다.
  • 글. 이경희
  • 사진. 김도형

수학 선생님이 좋아 수학을 만나다

수학 시간은 보성복내중학교 학생들이 가장 기다리는 수업 중 하나다. 행여 자신의 이름이 불릴까 두려워 긴장하는 학생들도 없고, 책상에 엎드려 자는 것으로 ‘수포자’인 자신을 드러내는 학생도 없다. 그저 오늘은 선생님이 무슨 이야기를 해주실까? 어떤 도전을 할까? 하는 기대와 호기심만이 가득한 시간이다. 학생들에게 수학에 대한 두려움을 온전히 떨쳐버리고 수학의 재미를 느끼게 도와주는 인물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 강은경 교사다.
그는 1987년 3월에 첫 발령을 받아 올해로 34년 차 교직생활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교사에 대한 꿈은 고교 시절에 만났던 수학 선생님을 보면서 키웠습니다. 전공인 수학은 물론, 문학·시·음악까지 통달하셨던 멋진 분이셨어요.”
그런 선생님을 도와 시험지도 채점하고 시험이 끝난 뒤, 친구들에게 문제 풀이도 해주면서 친구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됐던 강은경 교사.
수학교사로서의 그의 삶은 평온하고 평범했다. 칠판에 어려운 문제를 적고, 그 풀이 방법을 칠판에 가득 썼으며, 때가 되면 학생들의 시험지에 점수를 매겼다. 그런데 그의 학습방식에 터닝포인트가 생긴 것은 2012년 ‘학생 눈으로 수업보기’라는 새로운 수업 방식을 만나게 되면서부터였다.
“당시 제가 발령받았던 학교가 혁신학교였는데, 수업 혁신 연구가인 서근원 교수님께서 한 달에 한 번씩 저희 학교에 오셨었어요. 공개 수업을 해야 하는데 당시 저는 고등학교에만 23년을 근무하다가 중학교에 발령받은 시점이라서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아무것도 몰라 힘들더라고요. 그때부터 다른 교사들의 수업을 참관하러 다녔고,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수업 영상을 찾아보면서 좋아 보이는 수업을 따라 했죠.”

학생들을 관찰하다, 스토리텔링 수업의 시작

강은경 교사의 수학 수업에서 가장 큰 변화는 학생들로부터 비롯됐다. 수업을 하고, 결과 보고서를 쓰면서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을 지속해서 관찰하기 시작한 것이다.
“학생들을 관찰하면서부터 내가 학생들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지 고민이 되면서 새로운 수업을 만들어가기 시작했어요. 다른 자료들을 가져와 학생들한테 맞게 고쳐 쓰기도 하고, 제가 새롭게 만들면서 놀이나 미술을 적용하는 등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갔어요.”
강은경 교사의 스토리텔링 수학수업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리고 이 스토리텔링 수업은 학생들에게 수학용어의 개념과 정의를 이해시키고 학생들이 스스로 찾아가며 즐거워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수학에 스토리텔링을 도입한 이유는 무조건 학생들의 머릿속에 집어넣으려고 한 기존의 수업을 뒤집기 위해서였습니다. 인수분해를 시키면 학생들이 하긴 해요. 하지만 나중에 ‘근데 선생님 인수분해가 뭐예요?’라는 질문을 하는 학생들이 있죠. 수학 안의 개념들은 국어적인 문해력이 필요합니다. 정수, 무리수 등 온통 한자어로 이루어진 수학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연산으로 넘어가면 얼마 못 가서 학생들이 수학을 포기하거든요. 제가 중학교 발령을 원한 것도 수학의 초석을 다지기에 가장 좋은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강은경 교사의 수업은 놀이, 의사소통, 문제해결이라는 방식이 융복합되어 나타난다.
“기존의 암호가 어떻게 전쟁에서 사용됐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는지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를 먼저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그 다음에 암호를 만듭니다. 친구에게 자신이 만든 암호를 써서 주면 그 친구가 소인수분해를 통해 그걸 찾아내도록 하는 거죠. 또 베토벤의 ‘월광’에서 반복되는 부분으로 순환소수를 공부합니다. 이와 같은 다양한 놀이방식 속에서 친구들과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동시에 함께 문제를 해결해가는 게 바로 스토리텔링 수업이에요.”
그가 사용하는 숫자는 그냥 숫자가 아니다.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 숫자가 되기도 하고 치열한 마방진 게임이 되기도 하며 비어있는 퍼즐 칸을 채우는 재미 요소가 되기도 한다. 놀면서 대화하고 함께 답을 구하는 이 과정은 학생들에게 수학 수업에 대한 몰입도를 만들어냈다. 진정성 있는 노력으로 일궈낸 거룩한 일이었다.

“수학은 논리적 사고를 키우는 제일 좋은 방법입니다.
가장 중요한 중학교 시기에 개념과 용어를 정확히 짚어주고
선생님들께서 학생들이 수학 안에서 가진 개별적인 재능을
발견해주신다면 학생들은 반드시 수학 안으로 들어올겁니다.
포기하지 말아 주세요.”
어떤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 수업을 위해서

강은경 교사의 수학 시간에는 특별한 점이 또 있다. 바로 ‘벼리학생’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물의 위쪽 코를 꿰놓은 줄을 일컫는 말로, 그 줄을 끄집어 올리면 그물 전체가 모두 끌려 올라오는 역할을 하는 ‘벼리’는 수학 수업에서 일종의 기준점이 되는 학생을 일컫는다. 벼리학생을 끌어올리면 다른 학생들까지 다 같이 끌려 올라오는 효과를 보는 것으로, 서근원 교수가 처음으로 쓴 단어다.
그는 처음에는 수학 성적이 중간쯤 되는 학생으로 벼리학생을 선정했으나 나중에는 교사는 물론, 친구들과도 소통이 어려운 학생들을 선택했다.
“1학년이었던 한 학생은 무기력했어요. 복잡한 가정사로 시설에서 살았는데 수학 시간에는 늘 엎드려 있었죠. 또 다른 3학년 학생은 세상 모든 것에 불만이 가득했어요. 이 학생들에게 수학 개념을 이해시키기 위해 매 시간 수준에 맞는 수업을 준비했습니다. 겉넓이를 이해시키기 위해 밀가루를 동원하고, 음수와 양수를 이해시키기 위해 바둑알을 동원하기도 했죠. 벼리학생은 물론 반 학생들 전체가 이해할 때까지 반복해서 가르치면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인내의 시간을 거치면서 학생들이 조금씩 달라졌다. 교사가 자신들에게 진심 어린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학생들은 점차 수업 태도가 변하기 시작했고 일상의 태도까지 바뀌었다. 학년 초에 50~60점을 받던 학생들은 결국 학년 말에 100점을 받는 성과를 얻었다. 믿을 수 없는 변화였다.
“스토리텔링 수업은 학생들뿐 아니라 저까지 변화시켰습니다. 임용 초기의 저는 수학은 머리가 좋아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한 명도 포기하지 않는 교사가 됐어요. 도저히 안 될 것 같던 학생들이 어떻게든 시험지를 가득 채워 냈을 때의 희열과 성취감은 교사로서 가장 큰 보람이자, 식지 않는 열정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올해 1학기는 강은경 교사가 평교사로 지내는 마지막 학기다. 2학기에는 관리자로서의 새로운 시간이 기다리기에 학생들과 직접 수업하는 1학기는 더욱 소중하고 애틋하다.
“수학은 논리적 사고를 키우는 제일 좋은 방법입니다. 가장 중요한 중학교 시기에 개념과 용어를 정확히 짚어주고 선생님들께서 학생들이 수학 안에서 가진 개별적인 재능을 발견해주신다면 학생들은 반드시 수학 안으로 들어올 겁니다. 포기하지 말아 주세요.”
수학 수업 안에서 인성 수업과 생활지도 수업을 함께함으로써 교육은 서로 통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강은경 교사. 그에게 남은 관리자로서의 삶은 또 어떤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칠지 그가 지난 시간 동안 학생들을 관찰하며 써온 보고서의 두께만큼이나 큰 기대가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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