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반격이 시작되다

평소에 욕구 불만이 가득한 아이들은 대개 게임이나 SNS에 매달려 자신의 욕구 불만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이러한 아이들의 속마음은 보지 못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만을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에 부모들의 걱정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걱정으로 채워진 부모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만 행동하려는 자녀의 모습은 부모를 더욱 불안하게 해 자녀의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을 쓰게 된다. 그리고 본의 아니게 잔소리가 늘면서 화를 내게 되는 것이다. 만약 자녀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면 가정은 전쟁터의 상황까지 치닫게 된다.
요즘 부모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자녀의 욕구를 인정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악화되고 있다. 부모들이 처한 어려운 현실을 이해하고 부모의 불안감을 달래줄 자녀가 어디 있겠는가. 아이들은 대개 단순히 자신의 욕구를 무시하고 방해하는 존재로서 부모를 인식하고 적대감을 키울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욕구는 안중에도 없고, 공부하라고만 다그치는 부모들에게 아이들은 4가지 상실감(희망의 상실(이번 생은 망했다), 자유의 상실(아무것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공감의 상실(그때 나는 마음에서 부모를 잃었다), 체험의 상실(공부 말고 해본 일이 없다))을 느끼게 된다.
이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현수 교수가 「요즘 아이들 마음고생의 비밀」이라는 책에서 밝힌 내용이다. 혹시 요즘, 아이들의 마음고생을 보면서 공감은커녕 오히려 반감을 느낀다면 꼰대 부모라는 점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아이들의 마음고생이 안으로 파고들면 우울증과 무기력을 낳고, 밖으로 향하면 폭력과 같은 사회적 문제행동을 하거나 온갖 중독에 빠질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결핍욕구가 채워져야 가능해지는 자아실현

• 부모라면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 5단계 이론 중, 결핍 욕구와 성장 욕구의 차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사랑의 욕구, 존중의 욕구’까지가 결핍 욕구다. 결핍욕구가 충족되어 욕구 불만 상태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자아실현이라는 성장 욕구의 충족을 위해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고 생각하면 쉽다.

• • 생리적 욕구 : 잘 먹고, 잘 잘 수 있어야 하는데 학원에다니느라 편의점에서 대충 끼니를 때우고 학원 숙제 때문에 충분히 자지 못하는 아이들의 욕구 불만이 차곡차곡 쌓이면 제대로 공부하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 • 안전의 욕구 : 친구들 사이에 흔히 일어나는 따돌리기가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만약 집에서도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는 위협을 느낀다면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리 없다.

• • 사랑의 욕구 : 세상이 각박해지면서 누구를 만나도 따뜻함을 느끼기 어려운 현실에서 부모마저도 사랑의 온기를 전하지 못하면 어떻게 이리저리 방황하는 마음을 붙잡아 공부에 집중할 수 있겠는가.

• • 존중의 욕구 : 차별과 혐오문화가 판치는 현실에서 어디에서도 존재감을 느끼기 어려운데 부모마저도 성적으로아이를 판단하면 자신을 궁지로 모는 공부로부터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하다.

• • 자아실현의 욕구 : 생리, 안전, 사랑, 존중 욕구가 충족되면 발현되는 욕구로, 오늘보다 성장한 내일의 자신을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궁리하고 실천하도록 한다.
   
  “다 너를 위해서야!”라는 말은 요즘 아이들이 정말 싫어하는 말이다. 부모가 그렇게 말하면 아니라고 부정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해서 인정하기도 쉽지 않다. 평소 부모와의 관계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들과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기억하고 있기에 그 말을 내뱉는 부모가 위선자라는 생각이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만약 부모가 자신의 욕구를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처한 어려운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느끼는 욕구의 결핍을 충분히 헤아려 욕구 불만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그때 비로소 아이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미래의 불안한 감정을 버리고, 현재에 최선을 다하자

갈수록 사회 양극화가 심해지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부모들은 ‘과잉’을 경계해야 한다. 본인들은 ‘적정’이라고 생각하지만 불안한 심리상태는 ‘과잉’을 피하기 어렵다. 요즘 부모들이 자녀에게 공부를 다그치는 정도는 자녀가 소화할 수 있는 범위를 대부분 넘어선다. 부모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려운 자녀들은 상황을 악화시킨다. 자녀들이 하는 행동의 대부분이부모 마음에 들지 않으니 일상에서 일어나는 잦은 갈등은 부모와 자녀의 소중한 에너지를 빼앗게 된다.
특히 불안한 미래에 미리 겁을 먹은 부모들이 자녀들을 더 불안하게 만든다. 불안을 유발하는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기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통해 불안해서 어쩔 수 없는 상태에서 벗어나, 불안하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며 적극적인 부모 역할 쪽으로 발전해야 한다. 불안한 감정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순간 부모 역할은 잘못되기 일쑤다. 불안감과 부모로서의 진심을 분리시켜 조금은 차분하게 자녀의 마음을, 욕구 불만을 살필 수 있어야 정상적인 부모 역할이 가능해진다.
자신의 욕구 충족을 위해 노력하는 부모에게 자녀들은 대부분 도움을 청한다. 부모의 요구를 무작정 수용했기 때문에 나타났던 공부하는 척하는 모습은 사라지고, 경쟁에서 지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알아차리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자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하수’ 부모들은 자신의 욕구를 앞세워 자녀의 욕구를 외면함으로써 대부분 곤경에 빠지지만, ‘고수’ 부모들은 자녀의 욕구를 충족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부모의 욕구도 충족하는 결과를 만들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