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안면도에 활짝 핀 유채꽃
지금, 쉬어가기
지금, 여기

아기자기한
볼거리 많은
생태여행지,
충남 태안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로 시작되는 우리 가곡 ‘4월의 노래’. 4월이 되어 이 가곡을 듣고 있노라면 정녕 4월의 ‘주인꽃’은 목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빛나는 꿈의 계절’ 4월에 다양한 종류의 목련꽃을 볼 수 있는 곳은 충청남도 태안군 소원면에 있는 천리포수목원이다. 태안군에는 천리포수목원 말고도 신두리 해안사구, 두웅습지, 백화산, 안면도 꽃지바닷가 등과 같은 명소들이 있다. 태안해안국립공원의 바닷가를 따라 걷는 ‘태안해변길’도 조성되어 있다. *송일봉 작가는 (사)한국여행작가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해외여행전문지 ‘코리안 트레블러’ 편집부장과 대한항공 기내지 ‘모닝캄’ 편집장을 지냈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주관하는 ‘길 위의 인문학’ 기획위원과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주관하는 ‘국립공원 대표경관 100경’ 선정위원 등을 지냈다. 현재 문화답사 프로그램 ‘송일봉의 감성여행’을 25년째 진행하고 있으며, KBS 한민족방송에서 매일 ‘5분 여행기, 구석구석 코리아’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 여기」는 기존의 해외 여행지 소개에 이어 국내 여행지 소개를 요청하신 회원님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2021년도부터는 우리나라의 다양한 여행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아직은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여행이 자유롭지 않지만, 대한민국 곳곳의 숨은 명소를 통해 잠시나마 여행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되었습니다.
  • 글_사진. 송일봉(여행작가)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 천리포수목원

천리포수목원은 ‘푸른 눈의 한국인’이라 불렸던 고 민병갈(Carl Ferris Miller, 1921~2002년) 박사가 1970년부터 조성하기 시작한 사립수목원이다. 1979년에 한국인으로 귀화한 고 민병갈 박사는 평생 꽃과 나무를 보살피다 지난 2002년에 82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생전에 “내가 죽으면 무덤을 쓰지 말고, 그 자리에 나무를 한 그루라도 더 심으라”는 말을 자주 했다. 현재 그의 유골은 천리포수목원의 태산목(泰山木)(사진 1) 아래에 안치돼 있다.
천리포수목원은 40여 년 동안 학술 목적으로 방문하는 전문가와 후원회원 등에게만 개방했다. 하지만 지난 2009년부터 7개의 관리지역(밀러 정원, 에코힐링센터, 낭새섬, 큰골, 침엽수원, 목련원, 종합원) 가운데 ‘밀러 정원’을 일반인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밀러 정원에는 우드랜드, 동백나무원, 수국원, 습지원, 호랑가시나무원, 작약원, 모란원, 억새원 등 모두 25개의 주제정원이 있다. 구역별로는 큰 연못(사진 2)을 한 바퀴 도는 오릿길을 비롯해 민병갈의 길, 수풀길(마취목원), 소릿길(억새원, 유리온실), 꽃샘길(호랑가시나무원, 지표식물원), 솔바람길(동백나무원, 낭새섬, 암석원)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천리포수목원은 지난 2000년에 국제수목학회로부터 세계에서 12번째,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인증을 받았다. 현재 천리포수목원은 세계 60여 개국에서 들여온 식물을 포함해 총 16,000종이 넘는 식물을 보유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 일반 방문객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나무는 목련과 호랑가시나무다.

1. 고 민병갈 박사의 유골이 안치되어 있는 ‘태산목’
2. 천리포수목원 한가운데 있는 ‘큰 연못’
불꽃 목련 ‘불칸’과 큰별 목련 ‘빅 버사’가 한가득

천리포수목원에서는 마치 보물 찾기를 하듯 곳곳에 숨겨져 있는 나무와 꽃들을 찾아볼 수 있다. 4월에 천리포수목원을 찾는다면 단연 목련 꽃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고고한 마젠타 색상의 꽃잎을 뽐내는 ‘불칸(Vulcan, 불꽃 목련)’(사진 3)은 로마신화에 불의 신으로 등장하는 ‘불카누스’에서 그 이름이 유래됐다. 큰 연못가에 있는 큰 별 목련인 ‘빅 버사(Big Bertha)’(사진 4)는 만개했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미국에서 빅 버사는 몸집이 큰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빅 버사 근처의 키가 큰 백목련의 이름은 큰별 목련 ‘도나(Donna)’다. 노란색 꽃이 피는 브루클린 목련(골든 걸)은 4월 하순이 되어야 그 모습을 드러낸다. 큰 연못가를 예쁘게 물들이는 수선화 무리도 천리포수목원이 주는 4월의 선물 가운데 하나다.
‘민병갈의 길’ 구간에는 숙박시설 가운데 하나인 ‘다정큼나무집’(사진 5)이 있다. 이 집의 울타리는 다정큼나무들이 대신하고 있다. 그 이름처럼 ‘다정스럽게’ 생긴 다정큼나무는 중국에서는 석반목(石班木), 일본에서는 차륜매(車輪梅)라 불리고 있다. 다정큼나무집 앞마당에는 하얀색 꽃이 피는 큰별 목련인 ‘메릴(Merrill)’ 한 그루가 심어져 있다. 지난 2011년에 세워진 고 민병갈 박사 흉상(사진 6) 양옆에는 큰별 목련과 완도호랑가시나무가 한 그루씩 심어져 있다. 천리포수목원에서는 목련과 호랑가시나무 말고도 1970년에 처음 심은 1호 나무인 후박나무, ‘크리스마스 장미’라 불리는 헬레보루스,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이기 좋을 정도로 가지가 아래로 향하는 나무인 ‘닛사’, 낙타의 키 높이까지만 가시가 돋아있는 ‘가시주엽나무’, 숨을 쉬는 뿌리인 기근(氣根)들이 땅 위로 솟아있는 ‘낙우송(落羽松)’ 등을 찾아볼 수 있다.

  • 3. 마젠타 색상의 꽃잎을 뽐내는 목련인 ‘불칸’
  • 4. 만개한 큰별 목련인 ‘빅 버사’
  • 5. 숙소로 활용되고 있는 ‘다정큼나무집’
  • 6. 고 민병갈 박사의 흉상
태안을 대표하는 생태 여행지, 신두리 해안사구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바닷가 모래언덕인 신두리 해안사구(사진 7)가 있다. 해안사구는 바람에 날려 온 모래가 바닷가에 쌓였다가, 폭풍우가 심할 때 모래가 바다로 쓸려 내려가는 반복 활동을 통해 형성된다. 이렇게 형성된 해안사구는 내륙과 바닷가의 생태계를 유기적으로 보호하는 완충작용을 한다.
해안사구는 식물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모래에 긴 뿌리를 내리고 사는 사구식물들은 사구의 형성에 많은 도움을 준다. 실제로 모래언덕에 서식하는 식물들을 뽑아낸 이후로 정상 부분이 1m 이상 낮아진 적도 있었다. 현재 신두리 해안사구에서는 해당화(사진 8), 순비기(사진 9), 방풍나물, 모래지치 등과 같은 사구식물들이 잘 자라고 있다.
다소 생소한 용어인 ‘배후습지’는 해안사구가 만들어 낸 또 하나의 자연 걸작품이다. 신두리 해안사구에서 내륙으로 1.5km쯤 떨어진 곳에 있는 두웅습지가 그 좋은 예다. 신두리 해안사구의 순환활동으로 인해 자연적으로 형성된 두웅습지는 1년 내내 물이 마르지 않는 습지다. ‘금개구리’(사진 10)의 서식지로도 유명한 두웅습지는 지난 2007년에 ‘람사르 습지’로 지정됐다.

  • 7. 바닷가 모래언덕인 신두리 해안사구
  • 8. 신두리 해안사구에 곱게 핀 해당화
  • 9. 신두리 해안사구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사구식물인 ‘순비기’
  • 10. 두웅습지의 금개구리(조형물)
신선이 사는 곳, 백화산 태을동천

백화산(해발 284m)은 태안의 아름다운 해안선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명소다. 백화산 꼭대기 부분은 커다란 바위들로 이뤄져 있다. 멀리서 보면 마치 산꼭대기에 하얀 꽃이 피어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백화산’이다.
백화산은 그리 높지 않지만 태안 사람들이 무척이나 아끼는 산이다. 태안 군민들이 뽑은 ‘태안 팔경’ 가운데 제1경으로 꼽혔을 정도다. 현재 백화산에는 등산로인 ‘백화산 산수길’ 5개 코스가 조성돼 있다.
백화산에도 훌륭한 문화유적지가 있다. 백화산 중턱에 있는 태을암은 암자 자체보다는 태안마애삼존불(사진 11)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서산마애삼존불과 함께 백제를 대표하는 마애삼존불이다. 태안마애삼존불을 유심히 살펴보면 아랫부분에 비해 윗부분이 더 도톰하게 조성된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아래에서 삼존불을 올려다 볼 때 입체감이 더욱 도드라지게 한 예술적 감각이라 할 수 있다.
태을암에서는 도교적 사상이 담긴 유적들도 찾아볼 수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커다란 바위에 새겨진 글씨인 ‘태을동천(太乙洞天)’(사진 12)이다. ‘태을(태일)’은 도교에서 ‘천제가 머물고 있다는 태일성’을 의미하고, ‘동천’은 ‘소통하는 공간’을 의미한다.

11. 태안의 대표적인 국보급 유물인 ‘태안마애삼존불’ 12. 백화산 중턱에 있는 ‘태을동천’
멋진 낙조를 볼 수 있는 꽃지바닷가

안면도의 서쪽 해안에는 군데군데 백사장, 삼봉, 방포, 꽃지등과 같은 한적한 바닷가들이 띄엄띄엄 이어져 있다. 이 가운데서도 꽃지바닷가가 봄나들이 명소로 제격이다. 고운 백사장이 길게 펼쳐져 있는 이곳은 해 질 무렵에 찾는 것이 좋다. 할매바위와 할아비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낙조(사진 13)가 무척 아름답기 때문이다.
꽃지바닷가 근처 방포항에는 방풍림 역할을 하는 모감주나무 군락지(사진 14)가 있다. 모감주나무는 영어로 ‘골든 레인 트리(Goldenrain tree)’라 표기하고 있다. 노란색 꽃이 마치 황금색 비가 내리는 것처럼 흩날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안면도에는 걷기 좋은 길도 조성돼 있다. ‘태안 해변길’이라 불리는 이 길은 태안반도 북쪽의 학암포에서 남쪽의 영목항까지 이어지는 7개 코스 총 135km의 바닷길을 가리킨다.
이 가운데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안면도에 있는 5코스 노을길(사진 15)이다. 백사장항에서 꽃지바닷가까지 이어지는 노을길의 전체 거리는 약 12km다.
노을길 구간 가운데 많은 탐방객들이 선호하는 곳은 삼봉해변에서 창정교까지 이어지는 탐방로다. 이 탐방로에는 약 600m 길이의 울창한 곰솔숲이 펼쳐져 있다. 곰솔숲이 끝나는 지점에서 시작되는 나무 바닥 산책로 길은 바닷가를 따라 기지포까지, 그리고 기지포에서 창정교까지 이어진다. 삼봉해변에서 창정교까지는 오르막이 없는 평평한 길이라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다.
노을 길을 걷다 보면 숲속이나 바닷가 곳곳에서 모래포집기와 비오톱을 찾아볼 수 있다. 모래포집기는 모래들이 바다로 쓸려 내려가는 것을 방지하는 시설이고, 비오톱은 야생동물들이 안전하게 서식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공간이다.

13. 안면도 꽃지바닷가의 멋진 낙조
  • 14. 안면도 꽃지바닷가 근처에 있는 ‘모감주나무 군락지’
  • 15. 태안해변길 5코스 노을길 입구
신두리 해안사구 천리포수목원 태안국 백화산 서산시 당진시 홍성군 백사장항 기지포 꽃지바닷가 태안 지도
TIP
여행 정보

서해안고속도로 서산나들목에서 국도 32호선을 따라 서산을 거쳐 태안읍까지 간다. 태안읍을 기점으로 천리포수목원은 서쪽, 신두리 해안사구는 북쪽, 꽃지바닷가는 남쪽에 있다. 태안의 별미로는 밀국박속낙지탕 그리고 게국지를 꼽을 수 있다. 밀국박속낙지탕은 낙지와 박속을 넣고 끓인 수제비이며, 게국지는 꽃게를 넣고 푹 끓인 김치전골이다. 게국지에 간장새우와 간장게장(사진 16)을 곁들이면 더욱 좋다.

services s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