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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트렌드 경제

‘라스트 핏 이코노미’
전성시대

코로나19 이후 온라인과 비대면 등 언택트(untact)가 중시되면서 다양한 산업에서 고객과의 마지막 접점에서 만족을 최적화시키는 ‘라스트 핏 이코노미(Last fit economy)’가 화두가 되고 있다. 소비자의 개인적, 주관적 가치가 상품의 품질보다 중요해지는 시대인 만큼 제품의 기능, 브랜드 레벨보다 편리성이 중심이 되는 소비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 생활에 깊게 자리 잡기 시작한 라스트 핏 이코노미에 대해 살펴본다.
  • 글. 조영무(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똑똑! 트렌드 경제」는 경제전문가가 들려주는 알기 쉽고 유익한 경제 소식을 전하는 코너입니다.

조영무 연구위원은 연세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미국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으로서 지난 20년 동안 국내외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을 분석해 왔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 외교부 등 여러 정부 부처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KBS, MBC, SBS, YTN 등 주요 방송사의 뉴스, 대담, 토론에서 자주 볼 수 있다. 한국 경제가 직면한 위기와 기회에 대해 이야기하는 「제로이코노미」라 는 책을 지난해 말 발간했다.

‘마지막 단계’를 중시하라

‘라스트 핏(Last fit)’이라는 말은 사형수가 사형 집행장까지 걸어가는 마지막 길을 부르는 ‘라스트 마일(Last mile)’에서 유래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분야의 경영과 경제 용어로 쓰이기 시작했다. 통신업계에서는 ‘네트워크 선을 각 가정에 연결하는 통신선의 마지막 1마일’을 가리키는 말로 쓰기 시작했다. 최근 유통업계에서는 ‘상품이 고객에게 전달되는 마지막 배송 접점’이란 뜻으로 쓰고 있다. 공통적인 것은 ‘마지막 단계’를 중시한다는 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라스트 핏 이코노미’는 ‘고객에게 도달하는 마지막 단계까지 고객을 만족스럽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경제’라는 의미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유명 트렌드 서적인 「2020 트렌드 코리아」에서 트렌드 키워드 10가지 중 하나로 라스트 핏 이코노미를 소개하면서 더욱 관심을 모으게 됐다.

세 가지 유형의 라스트 핏 이코노미

라스트 핏은 우리 생활과 소비 트렌드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강조되고 있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라스트 핏 이코노미는 ‘배송의 라스트 핏’, ‘이동의 라스트 핏’, ‘구매 여정의 라스트 핏’의 3가지 유형이다.
비대면화, 원격화를 가속화시킨 코로나 이후 가장 활성화된 것은 ‘배송의 라스트 핏’이다. 쇼핑의 번거로움을 해소하고, ‘마지막 접점’에서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다. 전날 밤 주문해도 다음 날 새벽에 상품이 도착하는 ‘새벽 배송’, 기존의 배송보다 획기적으로 빠른 배송 속도의 ‘로켓 배송’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소비자 문 앞에 누가 더 빨리 다양한 제품을 배송할 수 있는지를 가지고 경쟁하듯, 배송 시간의 차별화, 취급 품목의 차별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온라인 쇼핑몰들이 라스트 핏을 중시하고 있다. 기저귀, 분유 등 정기적으로 쓰이는 물품에 대한 정기 구독 배송 서비스, 원하는 시간에 맞춰 수거하고 세탁된 옷을 가져다 놓는 빨래 대행 업계의 배송 서비스도 유사한 사례들이다.
가고자 하는 마지막 목표 지점까지 최대한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이동의 라스트 핏’이라고 부른다. 소위 ‘슬세권’이 뜨게 된 것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다. 슬세권은 ‘슬리퍼’와 ‘역세권’의 합성어로 ‘슬리퍼를 신고 나갈 수 있을 정도의 가까운 주거 권역’을 말한다. 근본적인 이유는 내 집 근처에서 모든 것이 이뤄졌으면 하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추어 편의점은 점점 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택배를 보내거나, 공과금을 납부하거나, 중고폰을 수거하는 등 원래는 각각 다른 곳에 들러 처리해야 하던 업무들을 슬세권인 집 근처 편의점에서 손쉽게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동에 있어서 전동 킥보드, 공유 자전거, 공유 자동차 등의 인기가 높아진 것도 예가 될 수 있다.
제품 구매 이후까지도 고객을 만족스럽게 하려는 노력은 ‘구매 여정의 라스트 핏’이라고 부른다. 구매한 물품을 처음 개봉할 때의 짜릿함, 그 소중한 순간의 경험이 중시되면서 나타난 트렌드다. 구매한 제품의 포장을 처음 개봉하는 ‘언박싱’이 중요한 이벤트가 되고, 동영상 플랫폼 사이트에서 언박싱 영상이 큰 인기를 끌게된 것이 이를 반영한다. 그 결과, 많은 기업과 브랜드들이 제품 포장의 디자인과 프린팅 상태에 더 많은 신경을 쓰게 되었고, 고객의 언박싱 경험을 만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포장 전문 디자이너를 고용하기 시작했다.

라스트 핏 이코노미 부상의 의미

라스트 핏 이코노미가 이처럼 중요해진 근본적인 이유는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가 예전보다 훨씬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수요가 위축되고 제품과 서비스를 팔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특히 많은 소비자가 제품이나 기업에 대한 만족과 불만족을 판단할 때 ‘마지막으로 만나는 지점’이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고객과의 마지막 접점까지 만족감을 주기 위해 노력하게 됐다. 상품이 고객에게 전달되는 찰나의 순간, 고객 접점(MOT, Moment of Truth)이 매출과 직결되는 세상인 것이다.
라스트 핏 이코노미는 소비자들이 제품의 가격, 성능 등 기능적인 측면만 고려하던 시대가 지났음을 알려준다. 온라인 주문 시 검색 및 결제가 얼마나 편리한가, 주문 가능한 물품은 얼마나 다양한가, 배송은 얼마나 신속한가, 배송된 식품은 얼마나 신선한가,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편의점에서 얼마나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는가 등이 중시되고 있다. 구입한 물건을 받게 되는 마지막 배송 과정까지도 더 빠르고 편리해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높아진 것이다.
동시에 소비자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개인 중심의 만족임을 알려준다. 마지막 포장을 개봉할 때의 느낌, 감성, 촉감, 경험 등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구매라는 여정의 대미를 만족스럽게 장식하는 것이 제품 구매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라스트 핏 이코노미는 주택 가격과 같은 자산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슬세권’과 함께 ‘편세권(편의점+역세권)’ 이 거주지 선택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고, 이는 주택 가격 및 월세 가격 등에 반영된다. 걸어서 10분 내 거리에 쇼핑, 여가, 문화 활동 등 일상에 필요한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마을인 소위 ‘올인빌(all in village)’이 새로운 주거 트렌드로 뜨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 라스트 핏 이코노미가 가져올 다양한 경제적 영향에 주목해야 할 때다.

숨은 퀴즈 찾기 ③
사형수가 사형 집행장까지 걸어가는 마지막 길을 부르는 ‘라스트 마일(Last mile)’에서 유래된 용어로 오늘날 고객에게 도달하는 마지막 단계까지 고객을 만족스럽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경제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경제 용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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