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각하기
The–K 스페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육 혁신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 것인가? ⑤

마음의 근육과 힘을 키워주는
교육에 집중하자

‘코로나 블루(Corona Blue)’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코로나19로 인한 삶의 변화는 많은 사람에게 심리적 어려움을 주고 있다. 삶에 예상치 못한 변화가 생기고 많은 것들이 제한되면서 학생들 역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뉴스 기사 및 연구 결과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앞으로 우리 학생들은 계속 삶의 불확실성과 마주하고 예상치 못한 문제들을 헤쳐나가며 살아야 한다. 외부의 바람이 거세질수록 자신의 마음을 단단히 붙잡을 힘을 가지는 것이 중요해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 학생들이 마음의 힘을 키우도록 도울 수 있을지 살펴보자.
글. 김지영(TLP 교육 디자인 대표, 「미래 교육을 멘토링하다」 저자 )
김지영 박사는 서울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석사,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 교육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리노이 주립대 교육 혁신 센터에서 다년간 교육 전문가로 재직하고, 고려대학교 대학교육개발원 연구교수로 재직하면서 교수·학습 및 교육 혁신 전문가로 전문성을 쌓았다. 이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연구위원으로 재직하면서 우리나라 중등교육 과정 및 평가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고, 숭실대학교에서 베어드교양대학 교육학 전공 교수/교육개발센터 책임 교수로 재직하면서 교수·학습 및 교육 혁신 분야의 업무를 해왔다. 「The–K 스페셜」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지혜를 나누고자 마련된 코너입니다. 위기를 극복해 개혁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교육 혁신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삶의 파도가 거세질수록 안정과 행복에 대한 우리의 갈망도 커진다. 그런데 우리는 삶의 파도가 잔잔해지고 햇빛이 비치는 날만을 기다리며 현재를 살 수 없다.
삶의 어려움을 피할 수 있는 길을 찾아 우회하거나 회피할 수는 없다. 코로나19사태를 통해 경험했듯, 언제 어디서나 위기나 시련을 만날 수 있으며 그 모든 위험을 미리 알고 피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은 지금, 여기에서 행복한 상태를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는 지혜다. 그 지혜의 핵심은 바로 자신의 마음을 챙기는 힘이다. 단단한 마음의 힘을 가진 교수자가 롤 모델이 되어 학생들이 회복탄력성을 키우고, 마음 챙김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위기를 건강히 극복하는 회복탄력성

어떤 사람은 시련을 이겨내고 일상으로 쉽게 복귀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시련을 겪은 후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는 데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린다. 이 차이를 ‘회복탄력성’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이는 위기나 역경을 극복하고 긍정적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사람들은 위기 상황에 부닥치면 현실을 부정하거나, 타인이나 자신을 비난하고, 불필요하게 상황을 확대하여 해석하는 등의 사고 패턴에 종종 빠진다. 이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회피 전략’에 해당된다. 회복 탄력성 연구가들은 회복탄력성의 근간을 ‘단호한 현실 수용’이라고 말한다. 학생들의 회복탄력성을 키워주고 싶다면 어려운 상황을 고통스럽더라도 회피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볼 수 있게 도울 필요가 있다. ‘지금 이 상황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객관적인 사실이 무엇일까?’ 학생들이 문제 상황을 마주했을 때, 자신의 생각 패턴이나 검증되지 않은 정보, 소문에 휩쓸리지 않고 명확하게 상황을 인식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자.
사람들은 종종 어려움에 부딪히면 뒤로 숨으려 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뒤로 숨어버리면 현실을 직시하는 일과는 점점 멀어지면서 자기 합리화, 자기 부정, 자기 연민에 빠지게 된다. 자신의 상태를 신뢰할 수 있는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구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이를 통해 훨씬 더 빨리 회복될 수 있다. 힘든 일을 겪을 때 적극적으로 도움을 구하는 것도 일종의 습관이다. 학생들이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어려움을 숨기고 혼자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어려움을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하는 건강한 습관을 지니도록 도와주자.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은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즉흥성과 창의성을 발휘한다. 즉, 계획했던 상황에 예상치 못한 변화가 생겼을 때 계획했던 것을 못 하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상황에 맞추어 새로운 해결책을 만들어나간다. 계획을 느슨하게 세우고, 실행에서 융통성을 발휘한다. 이런 특성을 살려 교수자들은 학생들이 계획을 세울 때 한 방향으로만 세우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폭을 넓혀 선택지를 다양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 그리고 원래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 그것을 상황에 맞게 수정하는 연습을 통해 탄력성을 키우게 해줘야 한다.

학생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나누어줄 수
있는 교수자가 되는 것도 중요하다.
마음이 건강한 교수자를 보면서 학생들도
자연스럽게 마음의 힘을 키우게 된다.
학생들의 마음의 힘을 키워주고
싶다면 교수자인 내가 먼저
그 힘을 키워 학생들에게 나누어주는
롤 모델이 되는 것이 필요하다.
‘잠시 멈춤’으로 훈련하는 마음 챙김

우리는 스트레스에 걸려 넘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자신의 태도에 걸려 넘어지는 것이다. 우리가 주어진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그 상황은 자신에게 치우기 어려운 큰 바위가 될 수도 있고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아주 작은 돌멩이가 될 수도 있다. 외부의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는 훈련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마음 챙김이다. 마음 챙김을 한다는 것은 어떤 상황에 반사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잠시 멈추고 침착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마음 챙김을 훈련하는 것은 스트레스 조절력을 키워준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학습력을 높여준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마음 챙김을 훈련한 학생들은 집중력, 인간관계, 정서 조절, 수업 참여 등의 측면에서 효과적이라는 연구들이 계속 발표되고 있다.
학생들의 마음 챙김 근육을 단련해주기 위해 교수자들이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교육 안에서 ‘잠시 멈춤’의 시간을 의도적으로 갖도록 해주는 것이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가만히 눈을 감고 자신의 호흡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은 생각과 감정의 질주에서 벗어나 차분해질 수 있다. 마음에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이 몰아칠 때 일단 반응하지 않고 멈춰 보는 연습을 하는 것도 우리 학생들에게 필요하다.
요즘 학생들은 외부의 다양한 자극에 늘 노출되어 있다. 자극적이고 빠른 것들에 노출되어 있다 보니 한 가지를 주의 깊게 바라보고 고요하게 생각하는 힘을 키울기회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한 가지 일에 마음을 다해보는 연습, 무언가를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연습, 자신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보는 연습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멈추고, 관찰하고, 사유하는’ 시간을 더 많이 주어야 한다. 즉, 관조하는 힘을 키워주는 교육이 필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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