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각하기
[+25] 꿈 너머 꿈

교사 119,
위기의 교사를
일일이 구하라!

서울 경기고등학교 왕건환 교사

오늘날 교사는 학교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학생, 학부모, 동료 교사와의 관계로부터, 수업과 업무 부담으로부터, 법과 사회의 공격으로부터 교사는 살아남아야 한다. 서울 경기고등학교에 근무하는 왕건환 교사는 생존을 위한 방법으로 ‘공생’을 제시한다. 교사와 교사가 힘을 모아 또 다른 교사를 구해내고, 함께 살아가는 공생 말이다.
  • 글. 이성미
  • 사진. 김도형
「꿈 너머 꿈」은 현업 활동과 더불어 또다른 꿈을 향해 달려가는 열정 넘치는 회원 분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마련된 코너입니다.

Teacher & Homo Symbious* *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us): 협력하는 인간.‘공존’을 위해 ‘공생’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교사에 의한 교사를 위한 ‘교사 생존술’

교사가 교육만 하는 세상은 그 어디에도 없다. 행정 업무에 치여 교과 연구는 자꾸 뒤로 밀려난다. 궁금한 것이 있어도 물을 데가 마땅치 않다. 왜? 동료 교사도 바쁘다. 선배 교사도 어렵고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교사의 마음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사이렌이 울린다. 교사만의 119가 필요하다. 위기 탈출 비법서 「교사119 이럴 땐 이렇게」는 그래서 탄생했다.
“대학은 ‘지식 전달자’로서의 교사를 길러냅니다. 하지만 막상 교사가 되면, 교과 지식만으로는 학교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교육 현실을 이야기하는 왕건환 교사의 표정에 수십 가지 감정이 얽힌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처럼. 그러나 판도라의 상자 안에는 희망이 남아 있었다. 교사들에게는 ‘집단 지성’이 희망이다. 왕건환 교사는 서울 경기고등학교에서 국어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이자 인터넷 카페 「돌봄치유교실」(https://cafe.naver.com/ket21)의 운영진(전 카페 지기)이다. 올해부터 서울시교육청 교원 교육 활동 보호 정책 마련 T/F팀과 학생 인권 교육 지원단, 서울교사노조 교육 활동 보호팀장 활동을 시작했다. 또 그간 저서 「학교폭력으로부터 학교를 구하라」, 「교사119 이럴 땐 이렇게」, 「극한직업, 선생님을 부탁해」를 공동 저술했다. 모두 교사의 생존을 위해 집단 지성이 발휘된 결과물이다.
“어떤 전문가 개인도, 집단 지성보다 뛰어날 순 없습니다. 백 가지를 아는 한 사람보다 한 가지씩 아는 천 명이 모였을 때 더 높은 지성을 갖습니다. 교육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앙에서 내려온 정책과 자료보다 교사들이 집단 지성으로 논의한 결과물이 더 훌륭할 수 있습니다. 현장 중심, 실무 중심이라는 점에서 특히 그러합니다. 그리고 집단 지성의 결과물은 끊임없이 재생산됩니다. 종이 백과사전이 사라지고 인터넷에서 누구나 참여해 정보를 소통하는 위키피디아 같은 사이트가 공신력을 얻듯이, 정보를 소통하는 플랫폼을 잘 설계하고 활용하는 것이 현장에 있는 교사들에게 훨씬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재능과 관심이 빛을 발하다

현재는 집단 지성을 모으고 정리하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 역시 지성을 갈구하는 초임 교사였다. 남과 다른 점은 그는 지성의 집합체를 빠르게 찾아내고 재생산했다는 것. 2010년 송형호 교사로부터 시작된 인터넷 카페 「돌봄치유교실」은 왕건환 교사에게 좋은 멘토가 되어 주었다. 당시 송형호 교사는 인터넷 카페를 통해 자신이 학교에서 활용하는 정보와 노하우를 전국의 교사들과 공유하고 있었다. 처음 무언가 배우기 위해 카페를 찾았던 교사들도 송형호 교사처럼 자신의 지식을 보탬으로써 정보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왕건환 교사도 송형호 교사를 도와 지식을 나누고, 지식으로 교사를 구하는 일에 나섰다. 처음 후배 국어 교사에게 도움을 줄 요량으로 신규 교사 단톡방을 만들어 운영하던 그는 많은 교사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래서 인터넷 카페와 단톡방에 자주 나오는 질문과 답을 엮어 웹상에 신규 교사용 매뉴얼을 만들었다. 많은 신규 교사가 매뉴얼 덕분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보고, 이번에는 대상과 주제를 넓혀 책을 엮기로 했다. 국어 교사 특유의 읽고, 모으고, 쓰는 능력도 빛을 발했다. 그렇게 2018년 학급긍정훈육법(Positive Discipline in the Classroom, PDC), 학부모 교육, 생활지도 등 각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학교폭력의 해법을 연구하고 엮은 「학교폭력으로부터 학교를 구하라」가 출간됐다.
이듬해에는 카페와 단톡방 내 주요 이슈와 교사들의 답변, 전문가의 법률 자문을 엮은 「교사119 이럴 땐 이렇게」가 탄생했다. 이 책은 ‘내가 교사 생활을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하는 초임 교사를 다독이는 일부터 담임교사가 겪는 문제에 대해 조언하고, 폭력·왕따·자살 등 학생 문제에 대해 고민하며, 법적 문제에 대해 전문가적 견해를 제시하는 일까지 다방면에 걸쳐 교사이기 때문에 겪는 문제와 해결책을 정리해냈다.
‘교사 119’라는 말 그대로 위기에 처한 교사 한 명 한 명을 일일이 구해내기 위한 생존법인 셈이다. 2020년에는 학생· 학부모·동료 교사·관리자·교육 관련 법규 등과 관련된 30가지 주제를 가지고, 현직 교사들과 1년간 매주 2~3시간씩 화상 회의를 하면서 얻은 결과물을 모아 「극한직업 선생님을 부탁해」도 펴냈다.
이러한 현장 중심 내용은 2019년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과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개정 당시 많은 연구에 인용되거나, 코로나19 확산 이후 온라인 수업을 시작하면서 교육청, 교육부의 시스템 개선에 도움을 주는 등 실제 현장에 적용되기도 했다.

Homo Symbious & Teacher 코로나19 이전, 동료 교사들과 자유롭게 토론 중인 모습
교사가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해

교육 현장에 많은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교사가 학교에서 겪는 문제는 복잡다단하다. 따라서 모범 답안도 없다. 「교사119 이럴 땐 이렇게」 서문에서도 이 책은 답이 아닌 ‘고민의 결과이자 실천의 시작’이며, ‘현실의 기록과 흔적’이라 말한다. 다만, 집단 지성이 빛을 발할 수 있는 첫 번째 이유는 ‘현장의 소리’라는 점이다. ‘학교’라는 테두리 안에서 ‘학생’과 함께 생활하면서 같은 법과 제도를 공유하는 ‘교사’들의 소리. 따라서 답변 또한 법률과 규칙과 제도에서 벗어나지 않되 현장에 맞춰 유연하게 제시된다.
또한 답은 완성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이다. 하나의 답이 내려진 이후에도 계속 피드백이 생김으로써 보완·발전한다. 답변만 중요한 것도 아니다. 질문은 현재 교육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증명하는 자료이자 새로운 화제로서 가치가있다. 또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을 누군가 똑같이 하고 있다는 것, 누군가 이미 겪었고 해결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교사는 위로받을 수 있다.
사실 어떤 상황에서든 답은 이미 정해져 있을지도 모른다. 문제 해결은 ‘공격’을 위한 것이 아닌 교사, 학생의 ‘공존’을위한 것이어야 한다. 왕건환 교사가 이처럼 지혜를 모으고퍼트리는 일에 열중인 이유도 결국엔 학생을 위해서다. 바쁜 활동 속에서도 학생들이 자존감을 높일 수 있도록 동아리 활동을 장려하고, 수업 방법 개선을 위한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덧붙여 교사의 불필요한 고민을 줄이고 과도한 행정 업무를 효율적으로 개선해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하는 것. 그래서 이 시대에 교사로서 살아남게 하는 것. 왕건환 교사는 그것이 현시대를 살아가는 교사로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믿는다.
“앞서 펴낸 책들이 비교적 많이 읽힌 덕분에 요즘은 교육청이나 교육부의 교사 치유 멘토링, 학교폭력, 교육활동 침해 학생 인권 교육 관련 매뉴얼과 교육 자료집을 집필하고 있습니다. 그간 단행본에 담지 못한 이야기들은 당분간 교육부, 교육청, 교원단체 자료집 안으로 옮겨놓고, 늘 그래왔듯 온라인을 통해 교사들에게 무상 보급할 생각입니다.”
‘교육에 전념하자’는 바람이 더 널리 전달될 수 있도록, 왕건환 교사는 앞으로도 함께 소리 낼 사람들을 계속 모을 생각이다. 공통의 과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교사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공생을 위해 학교 외 또 다른 집단에 들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리 주변에는 함께 교육 환경을 개선해보려는 단체와 모임이 많다. 자신과 성향이 맞는 집단에 들어감으로써 필요한 도움을 구하고 얻을 수도 있다.
마을공동체가 무너진 오늘날, 이제 교사들이 뭉쳐야 한다. 지혜와 재주와 공감을 모아야 한다. 뭉쳐야 살아낼 수 있을 것이다.

문제 해결은 ‘공격’을 위한 것이 아닌
교사, 학생의 ‘공존’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지혜를 모으고 퍼트리는 일에 열중인
이유도 결국엔 학생을 위해서다.
덧붙여 교사의 불필요한 고민을 줄이고
과도한 행정 업무를 효율적으로 개선해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하는 것.
왕건환 교사는 그것이 현시대를 살아가는
교사로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믿는다.
‘꿈 너머 꿈’은 회원 여러분이 주인공입니다

‘꿈 너머 꿈’ 코너는 새로운 꿈을 향해 쉼 없는 도전을 하며 많은 분들에게 꿈을 향한 원동력이 되어주시는 회원 여러분들의 신청을 기다립니다. 선생님이 아니어도 누구나 신청할 수 있고, 혹은 추천해 주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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