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쉬어가기
더–쉼

신들의 고향이라 불리는
‘조지아 한 달 살기’

스위스 사람들이 산을 감상하러 오고, 프랑스 사람들이 와인 마시러 오는 곳. 이탈리아 사람들이 음식을 맛보러 오고, 스페인 사람들이 춤을 추러 온다는 곳. 그곳은 바로 조지아다. 카프카즈 산맥을 끼고 있는 천혜의 자연경관, 오랜 전통의 역사와 문화, 다정한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까지, 조지아의 매력이 세계인을 사로잡는다. 프로메테우스의 숨결이 깃든 ‘신화의 땅’으로도 알려진 조지아는 360일 무비자 체류가 가능해서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매력이 더욱 돋보인다.
  • 글_사진. 권호영(「대체 조지아에 뭐가 있는데요」 저자)
「더–쉼」은 전 세계 각 도시의 한 달 살기 정보를 제공하고자 마련된 코너입니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한 달 살기는 어렵지만, 그간 「더–쉼」을 통해 대리 여행의 설렘을 느낄 수 있고,답답한 현실 속에서 향후 한 달 살기 여행 계획을 세워볼 수 있어 유용하다며, 지속적인 연재를 요청해주신 많은 독자 의견들을 반영하여 게재하고 있습니다.
살기 좋은 나라, 조지아 한 달 살기 맛보기

유럽과 중앙아시아의 경계를 이루는 카프카즈 산악지대에 위치한 나라 조지아. ‘그루지야’라는 이름이 더 익숙할 수 있는 조지아는 구소련이 붕괴되면서 1991년 러시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신생국가 중 하나로, 2005년에 조지아로 국명을 바꾸었다. 한때 공기 좋기로 유명한 조지아로의 이민을 꿈꾸는 한국 사람도 많았는데, 이는 조지아가 살기 좋은 나라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조지아에는 자연을 즐길 수 있는 트레킹을 위해 세계의 모험가들이 몰려든다. 역사가 숨 쉬는 올드타운 골목길을 걷고, 유럽의 전통 건축미를 간직한 문화유산을 감상하기에도 충분하다. 세계에서 안전한 나라 8위에 등극할 만큼 치안이 좋고, 저렴한 물가 역시 상상을 초월한다. 동유럽과 서아시아의 음식문화가 교류하는 조지아의 전통음식과 와인은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손님을 ‘신이 주신 선물’ 이라 여기는 조지아 사람들의 친절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조지아에서 한 달 살기는 마치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갈 만큼 부족할지도 모른다.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를 중심으로, 주요 도시들이 가진 매력도 제각각이라 여행 계획을 꼼꼼하게 세워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조지아의 모든 음식은 ‘시(詩)’다

러시아의 유명한 시인이자 소설가인 푸시킨은 “조지아의 음식은 한 편의 시와 같다(Every Georgian dish is a poem)” 라고 표현했다. 오래전부터 미식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조지아 음식은 한국 음식과도 비슷한 점이 많다.
전통음식인 힌칼리(Khinkali)는 우리나라의 만두와 비슷하다. 조금 더 크고 두꺼운 피에 육즙이 가득 들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하차푸리(Khachapuri)는 보트 모양의 빵 반죽에 치즈를 가득 감아 구워낸 것인데, 가운에 놓인 덜 익은 계란을 톡 터뜨려 치즈와 섞어 빵과 함께 먹는다. 치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천상의 맛이다.
조지아는 목축업이 발달한 나라여서 돼지고기, 소고기, 양고기 등을 꼬치구이(므츠바디, Mtsvadi)로 만들어서 트케 말리 소스에 찍어 먹는다. 트케말리는 조지아에서 나는 초록색 자두 열매다. 고춧가루와 퍼플 바질이 뿌려진 알싸 하고도 달콤한 토마토 샐러드는 한 입 베어 물면 과즙이 톡 터지며 꽃향기가 난다.
목축업 식품만큼 많이 생산하는 치즈 술구니(Sulguni)와 전통 화덕에서 구워내는 단돈 1라리(1라리는 한화로 약 400원) 짜리 빵, 쇼티(Shoti) 역시 빠질 수 없는 음식이다. 이뿐일까. 조지아 와인은 8000년 역사를 자랑한다. 마치 우리나라 김칫독과 비슷한 모양의 크베브리(Qvevri)에서 와인을 숙성시키기 때문에 전 세계로 수출할 만큼 그 양이 방대하지 않다. 그만큼 귀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가격까지 저렴하다. 조지아식 보드카로 유명한 차차(Chacha)는 와인을 만들고 남은 포도껍질로 담그는 것이 보통이다. 소주잔 크기에 맑은 술, 차차 한 잔이면 피곤이 싹 풀린다. 특히 조지아의 세미-스위트 와인은 누가 마셔도 “맛있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테니, 꼭 한 번 마셔보기를 권한다.

힌칼리와 오차쿠리(돼지고기찜)
수도 근처의 저렴한 숙소에서 한 달 살기

조지아에서 한 달 살기 숙소를 구한다면 아무래도 수도 트빌리시에서 머물며 근교 도시를 여행하는 것이 좋다. 장기 여행 투숙객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나 에어비앤비뿐 아니라 저렴한 호텔도 많다. 단, 후기를 꼼꼼히 읽어보고 선택하는 수고로움은 필요하다. 건물 자체는 낡았으나 집 한 칸을 개조하여 에어비앤비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내부는 깔끔한 편이다. 그래도 집안 곳곳의 사진을 자세히 검수하고 자신이 원하는 형태의 집인지 살펴보자.
자유광장 근처나 올드타운 쪽에 위치한 숙소일수록 접근성이 뛰어나다. 한 달 숙소 비용은 위치나 크기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집 전체 사용 기준으로 대략 30~80만 원 선이다.

  • 트빌리시
  • 트빌리시에서 이용 가능한 숙소의 모습
동남아보다 저렴한 물가에 반하다

조지아가 한 달 살기로 적합한 이유 중 하나로 저렴한 물가를 꼽을 수 있다. 트빌리시 수도 내에서 다니는 버스와 지하철 요금은 약 0.5라리이며, 택시 요금도 대부분 10라리 이내다. 식당에서 마시는 맥주 한 병은 약 4라리, 커피는 3라리, 음식도 대부분 10라리 이내라고 생각 하면 되는데, 1라리에 약 400원 환율을 생각하면 얼마나 물가가 저렴한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하루 생활비는 많이 잡아도 약 2만 원 정도면 충분하다. 고급 호텔이나 레스토랑, 백화점도 있긴 하지만 여행 중에 이용할 일은 거의 없을 터. 만약 이용한다고 해도 우리나라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저렴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대부분의 멋진 호텔은 10만 원대로, 조식을 포함한 숙박이 가능하다.

비싼 렌터카보다는 대중교통이 효율적

조지아의 수도인 트빌리시나 바투미 등 도시 내 이동은 편리하지만, 아직 도시 간 교통 인프라는 잘 구축되어 있지 않다. 점점 아스팔트 길을 만들고 있는 추세지만, 자연경관을 해치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운전을 위해서는 길이 잘 닦였으면 하는 바람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푹 패인 길이나 보이지 않는 턱이 많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은 4륜 구동 차량만이 안전할 정도다. 그만큼 렌터카 여행을 하기에 적합한 곳은 아니다. 렌터카 비용도 물가에 비해 비싼 데다 택시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훨씬 낫다.
조지아에서는 보통 마슈로카(승합차)로 인근 도시를 여행한다. 함께 탄 사람들과 나누어 교통비를 지불하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여정이 불편하다면 그만큼의 돈을 다 지불하면 된다. 트빌리시 중앙역에서 타는 기차는 조지아의 다른 도시뿐 아니라, 주변국까지의 여정도 가능하다. 하지만 목적지에 따라 기차 상태가 달라서 무조건 이용하라고 권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마지막으로 메스티아 지역으로 이동할 때 이용 가능한 경비행기(바닐라 항공)가 있지만, 예약하기도 힘들고 날씨에 따라 취소되기 일쑤이기 때문에 운에 맡길 수밖에 없다.

곳곳이 매력 넘치는 조지아, 틈틈이 여행하기

조지아에서 한 달 살기를 하면서 트빌리시에만 머문다면 조지아 매력의 10%만 경험하는 셈이다. 트빌리시만으로도 한 달이 부족하겠지만, 여유롭게 시간을 쪼개어 다른 도시를 탐방하는 것을 추천한다. 조지아 와인의 최대 생산지인 카헤티(Kakheti)와 더불어 사랑의 도시라 불리는 시그나기(Shignagi), 그리스 신화 속 프로메테우스의 전설을 품은 카즈벡산이 있는 스테판츠민다(Stepantsminda), 조지아의 스위스라 불리는 메스티아(Mestia),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작고 귀여운 마을 우쉬굴리(Ushguli), 세계적으로 유명한 광천수가 나는 보르조미(Borjomi), 그리고 흑해로 유명한 화려한 휴양지 바투미(Batumi)까지 각기 다른 매력과 자연 경관을 가지고 있다.
이 밖에도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나 성경 속 일화에도 등장하는 유적지가 돋보이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역사 탐방, 탁 트인 자연으로 향하는 패러글라이딩, 흑해 연안에서의 수영, 겨울 스키와 코카서스산맥을 향한 트래킹 등 다양한 체험들이 조지아 한 달 살기를 더 빛나게 할 것이다.

  • 우쉬굴리의 맑은 날
  • 시그나기
메스티아 코룰디 호수
TIP
조지아 여행 팁!

• 아직 한국에서 조지아 직항은 없다. 카타르, 카자흐스탄, 터키를 경유하는 항공편을 이용해야 한다.

• 환전은 달러를 조지아 화폐인 라리로 바꾸는 것이 좋다.

• 조지아를 여행하기 좋은 시기는 쾌적한 날씨가 이어지는 4, 5월과 9월이다.

• 조지아 인사 한두 마디를 연습해서 먼저 “가마르조바!(안녕하세요?), 마들로바(감사합니다)”하고 인사해보자. 조금은 무뚝뚝한 인상으로 보이는 조지아 사람들의 환한 미소를 볼 수 있을 것이다.

services s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