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각하기
공간의 재구성

공간의 행복이 하늘까지 솟다,
공간의 자유로움이 숲처럼 깊다
서울하늘숲초등학교

지난 3월 개교한 서울하늘숲초등학교는 방문객이 매일매일 쉼 없이 이어지는 곳이다. 꼭 한번 보고 싶다는 교사들의 지인들부터 지방 학교의 관리자들, 언론매체들까지 이 색다르고 아름다운 초등학교를 보고자 줄을 지어 찾아오는 것이다. 공간 혁신이 교육계의 주요 화두인 지금, 무엇이 서울하늘숲초등학교를 이토록 매력적인 곳으로 만든 것일까? 그 현장을 함께 가보자.
  • 글. 이경희
  • 사진. 김도형

모두의 꿈이 담긴 학교

공간은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자신이 머무르는 곳이 어떤 곳이냐에 따라 생각이 달라지고 느낌이 달라지고 행동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물며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공간이란 생활하는 곳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지난 3월 개교한 서울하늘숲초등학교는 처음부터 교육 공간, 그 이상의 뜻을 품고 첫 삽을 뜬 학교다. 모두가 원하고, 만족할 수 있는 학교를 짓겠다는 열의가 모여 남다른 출발점을 지닌 이 학교는 건축 전문가와 학교 관계자가 TF팀을 구성하고 여러 번의 회의를 통해서 의견을 모아가며 최대한 이를 반영해 지었다. 서울하늘숲초등학교에 아직 재학생이 없었던 탓에 아이들 의견은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의 조언으로 받았다니 모두가 원하는 학교를 짓겠다는 ‘꿈을 담은 교실’로 향하는 열의는 그렇게나 뜨거운 것이었다.
심향순 교감을 만나 인사를 나눈 뒤 가장 먼저 안내받아 찾은 곳은 교무실 옆 카페 같은 휴게실이었다. 싱그러움이 짙은 식물들과 직접 커피를 내리고 마실 수 있는 테이블, 의자가 놓여 있는 이곳은 흔히 말하는 SNS용 사진을 찍어 올려도 손색이 없을 만큼 예쁘다. 학교를 찾는 손님들이나 학부모들이 주로 사용하며 교사들이 방문객을 맞을 때도 이용되는 곳이다.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이곳 하나로 서울하늘숲초등학교의 지향점이 명백히 보이는 느낌이었다. 학교지만 결코 학교 같지 않은 곳. 소통과 즐거움, 나눔의 장소로서 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 말이다.
“지난 3월에 학교가 개교를 하면서 저 역시 이곳에 처음 발을 내디뎠어요. 처음 느꼈던 점은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겠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겠다 하는 거였죠. 교육자로서는 아이들의 활동을 접목하기에 정말 좋은 공간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심향순 교감의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교사들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공간 안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교육과정 재구성에 몰입했고, 전학이 결정된 아이는 “전학 가기 싫다”고 입을 삐죽 내밀었다. 개교 직전까지 완성이 되겠냐, 새집증후군은 어쩌느냐 걱정이 많았던 학부모들 역시 아이들의 안전과 행복을 위한 학교의 적극적인 태도와 실행력에 온전히 안심하고 아이들을 맡기고 있다.

지금까지 이런 공간은 없었다

심향순 교감의 안내에 따라 서울하늘숲초등학교 곳곳을 탐험해 보기로 했다. 분명히 말하건대 방문이 아니라 ‘탐험’이다.
먼저 1학년 교실을 찾아갔다. 그런데 가는 도중에 자꾸만 발걸음이 멈춰진다. 아이들이 모여서 공연을 할 수 있는 작은 버스킹 공간, 복도 바닥에 그려진 그림, 곳곳에 보이는 알록달록 예쁜 컬러의 벽까지 호기심 가득한 공간들이 자꾸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복도란 뛰지 말고 조용히 걸어 다녀야 하는 곳인데 서울하늘숲초등학교에서는 교사들이 직접 테이핑으로 사방치기 선을 그어주어 아이들을 거기서 놀게 해준다니 그 발상이 참신하고 놀라웠다. 교실 복도 벽면을 따라 조르륵 놓인 신발장과 그 위에 놓인 쿠션도 이채로웠다. 이는 전 학년 아이들이 교실에서는 맨발로 생활한다는 원칙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아이들은 등교하면서 실내화로 갈아 신고 교실 앞에서 다시 실내화를 벗은 뒤 맨발로 교실에 들어간다. 여기가 바로 내 집인 양, 쉬는 시간이면 바닥에 엎드려 놀거나 공부를 하는 아이들의 편안함이나 자유로움이 잡힐 듯 눈앞에 그려진다.
교실 안의 모습 또한 특별하다. 정면에만 있던 보드 칠판이 교실 사면에 다 붙어있는 것. 2학년을 맡고 있는 임정묵 교사는 이를 두고 “교사가 여러 가지 수업을 생각했을 때 활용할 공간이 많으면 수고로움이 덜하다”며 교사의 영역에 상상력이 더해지면서 더욱 풍성한 수업이 가능하다고 이 새로운 교실의 특별함을 말해주기도 했다. 아이들이 집중력과 수업 참여도를 높이는 사면 칠판 외에도 칠판 아래에 맞춤으로 쏙 들어가 있는 바퀴 달린 작은 수납함은 교실 안에서의 자유로운 수업에 크게 일조한다. 어색하거나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아이들은 앉아서 발표하기도 하고, 교실 중간에 둥글게 자리를 만들어 다양한 교육 활동을 하기도 한다니 서울하늘숲초등학교의 교실은 말 그대로 교육과 체험, 놀이 공간이 한데 섞인 복합공간이었다.
운동장에서 바라보면 돌출된 외관으로 눈에 확 띄는 4학년 교실도 올라가 보았다. 네모반듯한 사각형 교실이 아니라, 다른 형태를 가진 ‘이형 교실’인 이곳은 방문객들이 가장 감탄하는 곳 중 하나이기도 하다. 돌출된 베란다 같은 느낌을 주는 색다른 공간이 포함된 이곳은 교실 바닥과 그보다 높게 올라와 있는 면적에 식물과 책, 스툴의자가 놓여 있어 교실이 주는 고정관념을 철저히 무너뜨린다. 이는 공부하는 장소, 그 이상의 다양한 의미를 아이들에게 선물하는 동시에 작지만 아늑한 이곳에서 친구들과 한데 어울리는 즐거움, 양보하고 배려하는 이타심을 배우기도 한다.

여기가 바로 내 집인 양,
쉬는 시간이면 바닥에 엎드려 놀거나
공부를 하는 아이들의 편안함이나 자유로움이
잡힐 듯 눈앞에 그려진다.
행복한 공간에서 커가는 행복한 아이

학교 중간에 위치하고 있는 놀이·쉼터·독서 공간은 아이들을 밝은 중앙으로 불러내는 일등 공신이다. 계단과 작은 미끄럼틀, 지붕까지 있는 이곳은 아이들이 지나다니는 통로인 동시에 놀고 쉬고 책까지 읽을 수 있는 곳으로 가장 사랑받는 공간으로도 꼽힌다.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는 도서관 또한 한번 발을 들이면 나오기 싫은 장소다. 아직 책이 온전히 들어차지는 않았지만, 이 와중에도 도토리 창고에 드나드는 다람쥐들처럼 아이들은 부지런히 드나들면서 바닥에 뒹굴며 책을 읽고 창가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는 것. 밝은 색감과 채광, 창밖으로 보이는 짙은 녹음이 이곳을 오래도록 머무르고 싶은 곳으로 만드니 역시나 이곳도 책을 보는 장소,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우리 선생님들의 꿈은 명확합니다. 서울하늘숲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행복한 사람이 되길 바라는 거지요. 이 공간에서 행복하길 바라고, 행복한 어른이 되어 다시 다음 세대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그런 인물로 자라나길 모두가 소망합니다.”
여기에 하나 더, 심향순 교감은 서울하늘숲초등학교가 아이들의 자부심이자 긍지가 되길 바란다는 소원도 덧붙였다. 그 자긍심이 아이들의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긍정적으로 세상을 살 수 있는 근간이 될 거라는 것이다.
2019년 2학기, 서울하늘숲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은 전체 모임 준비를 하고 있다. 정해진 절차와 규칙을 존중하면서 자발적으로 의견을 내고 모아 더 나은 학교, 더 행복한 자신이 되기 위한 준비를 스스로 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이 모든 것들을 규격화된 회색빛 사각형 틀이 아닌, 노랗고 빨갛고 파란 다양한 형태를 가진 이 공간에 맨발처럼 자유롭게 그리고 가볍게 담아가는 중이었다.

services s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