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각하기
[+25] 그 쌤의 이중생활

자르고붙여‘좋은’것들만!

충청북도 옥동초등학교 박경인 교사

백 마디 말보다 한 장의 사진이, 그보다는 짧은 영상이 훨씬 많은 이야기를 담아낸다.
거기에 센스 있는 편집까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 지나면 잊힐 게 뻔한 순간이 기억할 만한 별것으로 창조되는 순간이다. 보는 걸 넘어 직접 콘텐츠를 생산해 공유하는 시대. 옥동초등학교 박경인 교사의 3학년 교실에서 영상은 공기처럼 소비된다. 당연히, 미세먼지 하나 없는 맑고 깨끗한 공기다.
  • 글. 정은주
  • 사진. 권대홍

오랜 취미, 흥미로운 기회로 업그레이드

오늘을 기록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글, 사진, 영상, 혹은 다른 그 무엇. 방식이야 어떻건 각자의 감상과 가치관이 그곳에 함께 담긴다는 사실은 명명백백하다. 그러므로 엄밀히 따지자면 그건 단순한 기록 그 이상이다. 지난 기록물을 보며 우리가 온갖 것들을 기억해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 당시의 기분이나 주변의 분위기, 심지어 공기의 감촉이나 향기 같은 것들까지 불현듯 현재로 소환되곤 한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일기를 쓰고, 시도 때도 없이 사진을 찍으며, 동영상 레코딩 버튼을 누르기도 한다. 유튜브상에서 ‘빠르크’로 통하는 박경인 교사도 마찬가지다. 일상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게 습관처럼 몸에 뱄다. 한발 더 나아가 그는 촬영한 영상을 편집해 차곡차곡 저장해두곤 하는데, 대학교 재학 시절 다큐멘터리 제작 동아리 활동을 할 때부터 공부해온 편집 실력이 수준급이다. 관련 책도 여러 권 냈을 정도. ‘프로’라는 타이틀이 충분히 잘 어울린다.
사실 유튜브에서는 이미 유명한 그다. ‘빠르크의 파이널 컷프로 3분 강좌’ 채널을 통해 영상 편집 강좌를 올리는 터. 구독자 수가 1만 5천여 명이나 된다.
“처음에는 제가 만든 영상을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또 저장하는 용도 정도로 유튜브를 활용했어요. 그러다 알고 있는 지식을 타인과 나누고 싶어 공부한 내용을 알기 쉽게 설명해 올리기 시작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조회 수도, 구독자도 늘더라고요. 사람들이 관심 있게 보는구나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기초부터 단계별로 영상 편집 강좌를 올렸고, 3년째 지속하고 있어요.”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해요.
본업을 지켜야 하기에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만 집중하고,
유튜브 작업은 새벽 시간을 활용합니다.
일찍 일어나 공부도 하고, 정리한 내용으로
영상 콘텐츠도 만들고요. 좋아하는 일이라
가능한 거겠죠. 제게 영상 편집은 좋아하는 공부이자 오랜 취미거든요.
잘 활용하면, 이보다 좋은 게 있을까

유튜브에서 그의 이름 혹은 닉네임을 검색하면 영상 편집 강좌 말고도 흥미로운 영상들이 여럿 발견된다. 학기 초 ‘학부모님께 드리는 담임 영상 인사’라던가, 반 아이들의 설문 글을 편집해 만든 ‘박경인 선생님 사용 설명서’ 같은 것들. 아이들이 대본 작성부터 촬영까지 손수 해낸 ‘뉴스’, 수업의 일환으로 진행한 ‘독도 UCC’도 그중 하나다.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만들고 저는 약간의 편집 기술만 보탠 거예요. 초등학교 때는 이처럼 미디어를 직접 제작해보고 나누기도 하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의 학창 시절을 돌이켜 보아도 그렇습니다. 6학년 때 방송반 활동을 했는데요. 사소한 듯해도 당시 경험이 지금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된 데 어느 정도는 영향을 준 것 같아요.”
그래서 수업 시간에도 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환경을 공부할 때는 미세먼지 관련 영상을, 세계화를 공부할 때는 관련 뉴스를 보여주는 식이다. 직접 만든 자료부터 유튜브 콘텐츠까지, 범위나 형식에는 제한을 두지 않는다. 영상 미디어를 소비해 정보를 얻고 재미를 추구하는 세대다 보니 수업 효율은 두말할 것도 없다. 설명에 고개를 드느냐 마느냐가 달라질 정도다.
혹자들은 판단 능력이 부족한 아동기의 영상 노출을 우려하지만, 무조건 막고 피하기보다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미디어 리터러시(다양한 매체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 교육을 강화해 좋은 영상을 찾아볼 수 있는 힘을 길러 줄 생각이다.

공부하고 가르치고, 또다시 공부하고

교사라는 본업과 유튜브 크리에이터라는 취미. 자기관리에 웬만큼 철저해서는 두 가지 모두를 잘 해내기가 버거울 테다. 그런데 그 어려운 걸 해내는 박경인 교사. 그는 해답을 ‘즐거움’에서 찾는다.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해요. 본업을 지켜야 하기에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만 집중하고, 유튜브 작업은 새벽 시간을 활용합니다. 일찍 일어나 공부도 하고, 정리한 내용으로 영상 콘텐츠도 만들고요. 좋아하는 일이라 가능한 거겠죠. 제게 영상 편집은 좋아하는 공부이자 오랜 취미거든요.”
혹여 지친다 싶을 때는 다른 일로 환기를 하면서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의식적으로 노력한다는 그. 너무나 빠르게 생겨나고 변화하는 관련 지식을 오롯이 머릿속에 담으려 노력한다. 날마다 연습하는 것은 기본, 이해가 잘 안 되는 내용은 해외 사이트를 참고하기도 한다. 완전히 내 것이 되었다 싶을 수준이 되어야 타인도 이해시킬 수 있는 까닭. 직접 강좌를 제작하는 것 외에 댓글로 올라온 질문에도 답하려면 정체되어 있을 시간이 없다.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게 많아요. 비슷한 관심사에서 콘텐츠를 찾은 분들이다 보니 질문 수준도 높거든요. 답하려면 저 역시 공부를 해야 해요. 가끔 댓글로 의견을 주는 분들도 있는데요. 다양한 피드백들 덕분에 콘텐츠 품질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의 성장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요.”

더 넓고 깊어진 시야, 다 유튜브 덕분

지식, 가치관, 인간관계, 인터넷 세상에서는 이 모든 게 무한하게 열려있다. 경계는 무의미하다. 박경인 교사가 유튜브 활동을 계기로 확장성이 더 넓어졌다 자평하는 것도 이 때문. 실제로 활동 전후를 비교했을 때, 차이는 확연하다. 일단 타 지역 교사들과 교류할 기회가 늘었다. 다른 직업군 그리고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접하고 일할 기회도 생겼다.
이러한 확장성은 그 개인적으로도 유의미하지만, 아이들을 대하고 가르치는 데도 이점으로 작용한다는 사실. 사회에 어떤 변화가 있고 또 그에 따른 필요는 무엇인지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게 됐으며, 이야기에도 보다 다양한 시각이 담기게 됐다.
“선생님들의 유튜브 활동에는 긍정적인 면이 많다고 생각해요. 노하우, 경험, 관심사들이 다 다를 텐데, 그런 요소들이 영상으로 공유된다면 다른 사람들도 각자 방식대로 적용이 가능할 거예요. 전체적으로는 윈윈이죠. 경험은 나눴을 때 시너지가 생기니까요.”
‘Everyone can create’. 그의 모토처럼 누구든 창작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나이나 성별을 떠나, 혹여 몸이 불편하더라도 창의성을 발휘해 얼마든지 표현할 수 있다. ‘무엇’을 표현할지 찾기만 한다면.
“좋아하는 걸 행할 때 눈빛은 살아나죠. 저는 아이들에게도 놀이하듯 즐길 수 있는 걸 찾게 해주고 싶어요. 초등학생 나이에 ‘잘’하는 건 한계가 있어요. 그러니 시험 점수 올리는 데 연연하기보다 뭐든 신나게 경험했으면 좋겠어요. 물론 저도 영상 편집이라는 취미에 즐겁게 몰두할 겁니다.”
인생은 즐거움 지수가 높을수록 행복해진다. 행복한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아이들이 무언의 배움을 얻을 거라는 것도 분명하다. 지금 이 순간이 훗날 모두에게 웃음 나는 기억으로 플레이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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