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각하기
The–K 리포트

교사 개인만의 차별화된
수업 기술의 필요성

공교육에서 교실 수업의 변화는 중요한 화두이다. 학습을 포기하고 무기력하게 앉아 있는 아이들을 어떻게 수업에 끌어들일 수 있을까.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생님들은 다양한 수업 기술을 실험하고 있다. 하지만 가르치는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 선생님이 원하는 수업 기술이 아니라, 아이들이 원하는 수업이 필요하다.
  • 글. 윤재열(경기 천천고 수석교사)
<The–K 리포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교육 혁신을 위해 교육방향 설정 및 사례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일반화된 교수법 따라 하기는 교사의 전문성 위축시켜

최근 공교육에서 교실 수업의 변화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교사의 전문성 신장을 위한 워크숍 등 각종 연수에서 실무 중심의 수업 기술을 배우는 선생님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런 관심은 교실에서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현상과 깊은 관련이 있다. 갈수록 학생들의 호기심과 탐구심을 자극하여 학습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것이 어렵다. 따라서 교직 경력과 관계없이 모든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학생이 집중할 수 있고, 학습에 대한 흥미를 지속시키게 하는 수업 기술을 배우고 싶어 한다.
연수를 통해 배우는 토론(토의) 학습, 협동(협력) 수업, 거꾸로 수업, 하브루타 수업, 프로젝트 수업, 비주얼 싱킹 등의 교수법은 교사나 학생들에게 도움이 된다. 이들 수업 형태는 교사 중심에서 학생 중심 수업으로 변했다는 측면에서 시대적 가치를 담고 있다.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수행 과제에 참여하기 때문에 몰입도도 높게 나타나는 장점이 있다. 유행하는 수업 기술은 유용성이 검증된 수업 전략이기 때문에 얼마간의 도움은 된다. 하지만 이런 것에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것은 성찰이 필요하다. 유행하는 수업 기술 적용은 수업을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교수법 적용에 급급하면서 오히려 수업의 질이 떨어진다. 교사는 자기 개성 혹은 학급 환경의 고려 없이 표준화된 수업 형식만 신경 쓰다 보니 수업의 겉만 바꾸는 데 치중하게 된다. 이런 기술들은 무수한 변인들을 극복하고 만들어진 교수법이다. 학생들의 성향과 수준이 고려되지 않은 상태에서 화려한 모습만 보고 수업을 따라 하면 여전히 학생들은 수업의 바깥에서 머물게 되고, 수업에서 점점 소외당하는 경험만 한다.
교직의 전문화를 위해 실시하는 교수법 강의는 교사의 전문성 신장을 위축시킬 우려도 있다. 일반화된 교수법은 오랜 경험과 특별한 노력으로 교육과정을 체계화하고 수업을 효율화하면서 얻은 결과다. 이 결과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은 이론을 읽고 실천을 하는 격이다. 수업 전문가인 교사라면 자신의 실천을 구조화하고 이를 통해 이론의 합리성을 생성하고 터득해야 한다.

가장 좋은 수업 기술은 학생 성향을 고려하고 설계한 것

교육정책과 교수법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인 고려대학교 석좌교수, 조벽 교수는 유능한 교사의 핵심적 특성의 하나로 깊은 믿음, 학생들의 처지를 느낄 수 있는 감정이입, 학생들과의 유대감, 그리고 학생들에 대한 배려를 들었다. 마찬가지로 가장 좋은 수업 기술은 학생의 성향을 고려하고 설계한 것이다. 실제로 우리의 기억에도 수업 기술이 화려했던 선생님은 생각이 가물가물하다. 오히려 우리들을 이해해주고, 내면을 따뜻하게 감싸주시던 선생님이 마음속에 오래 머물러 있다. 학생들은 개인화가 중시되면 자기 주도성이 활성화되어 주체적, 능동적으로 학습에 참여하게 된다. 학습자의 연령, 흥미, 능력 등 일반적 특성부터 학습에 대한 탐구력을 고려하여 성공의 경험으로 연결할 수 있는 수업 기술이 필요하다. 따라서 일반화된 교수 학습의 과정을 지양하고, 학생의 다양성에 맞추어 개별화할 수 있는 수업 기술을 실천해야 한다. 물론 널리 알려진 교수법에 대해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 다른 교사들이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지 탐구하고, 이를 토대로 적절한 교수법을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문제는 교수법이 좋은 수업을 위한 수단이어야지 그것이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도구적 관점을 지니지 못하면 수업이 진행될수록 이론의 정교함에 압도되어 교사의 수업 역량은 성장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서 수업의 목적은 학생들을 배우게 하는 것인데, 이 중요한 목적이 수단에 가려지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방탄소년단(이하 방탄) 성공 과정을 자주 이야기하는데, 교사들도 교수법과 관련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방탄은 세계 진출에 필수로 여기는 외국인 멤버나 영어권 출신의 교포가 없다. 유명 기획사가 배출한 그룹도 아니다. 그런데도 세계에 이름을 떨쳤다. 이유는 간단하다. 방탄 고유의 색깔로 승부를 걸었다. 자신들의 진솔한 메시지로 노래를 했다.
모두가 지상파로 눈을 돌릴 때 유튜브와 SNS를 통해 자신들의 길을 개척했다. 지금은 학습지 등 수업 콘텐츠 제작도 특별히 고민할 필요가 없다. 교과서를 만든 출판사에서 제공하고 있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도 쉽게 도움을 받는다. 이런 마당에 내 것이 아닌 남의 수업 방식에만 얽매이는 것은 위험한 부분이 많다. 이런 습관이 반복되면 교사로서의 역동성과 충만성을 잃어버린다. 교사의 전문성은 물론 주체성, 자율성마저도 없는 비극적인 일이 발생한다. 외부에서 파생된 수업 기술을 따라다니다 보면, 결국 수업은 업무가 되고 지치게 된다.

‘내가 만든’ 수업, ‘내가 하고 싶은’ 수업을 해야

현장에 있어보니 교사들이 수업 기술이 부족하거나, 수업 진행 능력이 없어서 고민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학습 의욕이 없는 무기력한 아이들, 그리고 가끔은 거칠게 반응하는 아이들을 다독거리며 가야 하는 고민이 힘들게 하는 것이다. 수업 기술보다 아이들을 더 깊은 사랑과 관심으로 볼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선생님의 시선으로 아이들을 보고, 그들의 마음에 깊이 연결된 수업을 설계해야 한다.
교실 속에 있는 선생님은 수업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훌륭한 수업 기술보다 ‘내가 만든’ 수업, ‘내가 하고 싶은’ 수업을 해야 학생도 성장하고 선생님도 성장하는 경험을 한다. 선생님 ‘스스로’가 성장해야 ‘나’의 힘이 만들어진다. 학생들의 다양성과 교실의 복합성을 고찰하고 경험으로 배우는 교사가 돼야 한다. 거기에는 내 앞에 있는 아이들의 마음을 울리는 나만의 수업 기술을 갖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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