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
지상 강의

행복한 일터를 가꾸는
일터학습자의 역량

우리가 학교 교육을 16년 받는다고 가정하면, 사회생활을 하는 기간은 그 배가 된다. 평균적으로 이 기간 동안 최대 15개의 일터와 직무의 변화를 겪게 된다. 그렇다면 일터 내 학습의 상황을 인지하고, 일터학습이 일어나도록 본인과 동료를 격려할 수 있도록 일터학습자가 갖춰야 하는 역량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 글. 이민영(현대경제연구원 전문교수)

일의 의미를 가치 있게 만들다

자신에게 있어 일이란 어떤 의미인가?
“일이 나를 지탱할 것이다.” 『실락원』의 저자인 영국의 소설가 존 밀턴의 말이다. 우리는 일이 있기에 아침에 일어나서, 단장하고 출근한다. 우리는 다음 날 일이 있기에 적당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고 노력한다. 우리는 일이 있기에 단정한 말을 사용하고 하루하루 성숙된 사람이 되려고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생각은 어떤가?
“아, 왜 평생 일을 해야 할까?” 영국의 시인, 알프레드 테니슨이 한 말이다. 일에 대한 의미는 개인마다 다르다. 만약 일을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생각한다면, 하루하루 견디기 힘든 나날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보수를 받지 않고 일을 하는 건 쉽지 않을 텐데, 40년 가까이 일을 하게 되는 동력을 어디서 끌어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앞선다. 바로 나의 일이 갖는 의미를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내 일에 대한 가치는 내가 정한다

우측 그림은 글로벌 기업 애플에 입사한 신입사원이 받게 되는 편지라고 한다. “여기에 끝장을 보기 위해 온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한 강한 프라이드가 느껴진다.
나의 일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한 프라이드, 내가 하는 일은 나만이 할 수 있다는 나에 대한 프라이드가 있을 때, 일의 성과도 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프라이드는 어떻게 나오는 것인가? 일을 통해 학습이 일어나고, 내가 성장했다고 느낄 때 나오게 되어 있다. 스스로 어려운 업무를 수행하면서 학습이 일어나고 성장했다고 느낄 때, 내가 하는 일이 가치롭게 여겨진다. ‘끝장’을 보기 위해서는 업무의 매 순간을 학습이라 인지하는 ‘일터학습자의 역량’이 필연적임을 강조하고 싶다.

세상에는 그냥 하는 일과, 일생을 걸고 하는 일이 있습니다. 당신의 손길이 곳곳에 스며든, 절대로 타협할 수 없는, 그리고 어느 주말이라도 기꺼이 희생할 수 있는 그런 일이죠. 애플에서는 그런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곳에 그저 무난하게 근무하러 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여기에 끝장을 보기 위해 옵니다. 그들의 일이 어떤 의미를 지니길 원하니까요. 어떤 거대한. 애플이 아닌 다른 곳에서는 일어날 수 조차 없는 그러한. 애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일을 학습의 기회로 보자

일터학습자는 모든 일, 업무의 순간을 학습의 기회로 보아야 한다. 당시에는 어렵고 고통스러웠지만, 한참 후에 돌아보면 학습이 발생했다고 생각되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필자의 경우 90년대 초반 학번 세대이다. 해외여행 자유화가 되면서 대학생의 배낭여행이 막 시작되던 시기였다.
유럽 배낭여행을 갈 목적에 돈이 필요했고, 아르바이트로 학생 과외 지도를 하게 되었다. 필자 또한 학생인지라, 학부모님들과의 상담이 늘 어려웠고, 학생들의 시험 일정이 우선이었기에 개인적인 약속을 하는 데에도 제약이 많았다.
대학원을 다니던 시기까지 몇 년간 학생들 과외 지도를 하면서 “알바해서 돈을 많이 벌었지”라는 생각보다는 매 순간을 학습 상황이라고 인지하게 했던 긍정적인 기억이 더욱더 많다. 영어 능력 향상, 시간 관리, 경제적 관념, 커뮤니케이션 능력, 어른들과의 대화 스킬, 다양한 사람들의 이해 능력 등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학습이 이어졌다. 마치 대학 입시나 취업을 위해 작성하는 자소서에 나의 경험을 녹여내는 것처럼, 나의 경험에서 무엇을 배웠는지를 찾아본다면, 지금 이 순간은 물론 매 순간이 학습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학생일 때와 직장인일 때에는 상황이 다르다. 스펙을 만들기 위해 경험을 하던 때에는 이력서 한 줄을 더 써야 한다는 생각에 학습을 유도했을지 모른다. 학습을 학생의 영역으로만 생각하지 말자.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우리는 일터학습자

필자의 50대 중반 지인은 조직에서 회계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고 하며, 엑셀 사용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엑셀 업무를 나이 어린 직원에게 부탁하며 하루하루를 지냈다.
필자는 선배에게 엑셀을 배우기 쉬운 인터넷 강의를 소개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차라리 일찍 퇴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릴 뿐이었다. 이처럼 새로운 프로그램을 배워야 할 때는 늘 어려움이 따른다.
필자 역시 대학 시절에는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엑셀이 뭐가 어렵다고?”라는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바로 우리가 일터학습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20~30대에서는 이러한 턴오버(어떤 것이 소실되고, 재생되는 속도)가 윗세대가 경험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더욱 많이 다가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엑셀은 우리의 일상생활에도 아주 유용한 프로그램이다. 엑셀을 잘 다루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유용함을 알지만, 그렇지 않다면 귀찮은 프로그램일 뿐이다. 동료의 일터 학습을 독려하기 위해 우리는 그 유용함을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우리는 자신의 일터 학습은 미래를 위한 준비과정이라 생각해야 한다. 이는 컴퓨터 능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모든 업무가 학습의 상황임을 인식하고, 학습을 유도하는 일터학습자로서의 역량을 채워보도록 하자.

services s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