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각하기
[+25] 그 쌤의 이중생활

우리의 이야기는 노래가 되고,
노래는 희망이 된다

진영대흥초등학교 박대현 & 호암초등학교 이가현 교사

공감보다 힘이 센 응원은 없다. 교사가 겪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위로는 무엇인지 동료 교사가 가장 잘 알기에, 그들이 건네는 위로는 서로에게 큰 힘이 된다. 박대현, 이가현 교사가 결성한 ‘수요일밴드’의 노래는 그래서 힘이 센 울림을 준다.
  • 글. 이성미
  • 사진. 김도형

Teacher & Musician 이가현 교사 박대현 교사
휴식과 위로가 되는 ‘수요일’ 같은 밴드

「아침부터 애 보내랴 고생 많으시죠, 어머님? 제가 드리고픈 이야기는 교통봉사 녹색 어머니 해주시면 안 될까요, 어머니?」
이 소리는 경상남도 함안군에서 교통 봉사할 녹색 어머니를 구하는 이가현 교사가 학부모와 통화하는 소리가 아니다. 수요일밴드가 올 3월 발표한 앨범 「어머님 전상서」의 타이틀곡 ‘어머님 전상서’의 노랫말이다.
수요일밴드는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이 겪는 다양한 상황들을 노래하고,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는 교사의, 교사를 위한, 교사에 의한 밴드다. 2013년 디지털 싱글 앨범 「혼자」를 발표한 이래 7년간 총 12장의 앨범과 19개 곡을 발표했으며,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박대현’이라는 이름을 치면 직함에 ‘교사’, ‘가수’가 나란히 적힐 만큼 밴드로서 입지를 굳혔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그의 소속은 소속사가 아니라 학교라는 것뿐이다.
“2013년 4월 1일 만우절 거짓말처럼 수요일밴드가 시작된 지 벌써 7년이 지났습니다. 수요일밴드를 처음 결성할 때 이가현 선생님과 ‘오래 음악을 하자’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운이 좋았는지 정말 지금까지 밴드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네요.”
지금은 떨어져 있지만, 7년 전 두 사람은 같은 학교인 경남 함안 칠서초등학교에 근무했었다. 서로를 소개하던 중 취미에 대해 묻게 되었고, “노래가 취미”라는 이가현 교사의 대답에 박대현 교사가 그녀를 밴드에 영입했다. 초창기 본래 4명으로 밴드를 결성했지만, 각자 사정으로 2명이 탈퇴하면서 박대현, 이가현 교사의 혼성듀엣 체제로 활동을 이어오게 되었다. ‘수요일밴드’라는 이름은 교사들에게 취미, 동아리 활동을 할 시간이 주어지는 수요일처럼, ‘우리를 뒤돌아보고 스스로를 위하는 음악을 하자’라는 의미에서 지어졌다. 그리고 지금 이가현 교사에게 밴드 활동은 삶의 일부분이 되었다.
“‘휴식이 되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수요일밴드의 의미는 그대로지만, 저에게 수요일밴드가 갖는 의미는 달라졌어요. 오랜 시간 함께해오면서 지금 수요일밴드는 삶의 일부분이라고 느낄 만큼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아요.”

밴드 활동은 두 사람을 교사로서도
한층 성장하게 했다. 밴드 활동을 통해 다져진 작곡, 연주, 보컬,
영상 제작, 댄스 실력도 수업 시간에 발휘된다. 박대현 교사는 음악 시간에 학생들이 쓴 글에 멜로디를
붙여 노래를 만들고 영상을 만드는 등의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창작 능력을 키워준다.
그리고 이가현 교사는 보컬 연습을 통해 얻은 발성 노하우를 학생들에게 전수한다.
세상의 모든 선생님들에게 보내는 전상서

밴드 결성 이후 두 사람은 교사 생활을 하며 겪은 일들을 노랫말로 만들었다. 학생들에게 우유 좀 가져가라고 호소하는 ‘우유 가져가’, 중앙제어로 찜통이 된 교실에서 “에어컨 좀 틀어달라”고 호소하는 ‘에어컨 송’ 등이 대표적이다. 「창의적인 학급 운영하라 하는 게 만 원 주고 ‘치킨 두 마리, 콜라, 오징어 그리고 남는 돈으로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는 거지」라는 교육 현실의 뼈를 때리는 가사도 돋보인다.
“저희가 밴드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학교 이야기를 비롯해 일상적인 것들을 가사로 담는다는 게 매우 생소한 일이었어요. 그래서 박대현 선생님이 쓴 노랫말을 보며, ‘이런 이야기를 노래로 하면 사람들이 들을까?’ 싶기도 했죠. 그런데 생각과 달리 우리 노래를 듣고 크게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참 많더라고요. ‘아무도 하지 않았던 학교 이야기를 노래로 담는다는 게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구나’라고 느끼게 되면서부터는 더욱 즐겁게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교사가 공감하고 위로를 받은 덕분에 수요일밴드는 교육 관련 행사에 단골손님으로 초대됐다. 특히 ‘에어컨 송’은 2014년 인터넷 커뮤니티에 발표된 후 특유의 재미난 노랫말과 영상이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라디오 프로그램인 CBS 「김현정의 뉴스쇼」를 비롯해 주요 신문에 인터뷰가 실리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노래는 무엇일까? 사연 많고 추억 많은 여러 곡 중 이가현 교사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오늘의 나에게, 내일의 나에게'다.
“2018년 11월에 발표한 ‘오늘의 나에게, 내일의 나에게’라는 곡이 있어요. 학교 이야기는 아니지만 저희가 꼭 하고 싶었던, ‘오늘 행복은 오늘의 나에게 주고, 내일 걱정은 내일의 나에게 주자’는 이야기를 담아 만든 곡인데요. 워낙 가사가 좋고 흥을 돋우기에 좋은 노래이기도 하지만, 둘이 함께 만든 곡이라 더욱 의미 있게 느껴집니다. 꼭 들어보시길 추천합니다!”

노래는 나를 성장하게 하는 스승

수요일밴드의 노래는 교사들에게 때로는 피식 웃게 하는 즐거움을 주고, 때로는 무거운 어깨를 다독이는 위로가 된다. 또 수요일밴드의 두 사람에게도 힘이 되어 준다.
“예전에는 자존감이 낮았는데, 공연을 하면서 박수를 받고, ‘노래가 좋다’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존감이 높아졌어요. 또 밴드 활동을 하면서 얻는 즐거움과 에너지는 교사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얻은 에너지를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쓰는 것이죠.”
박대현 교사의 말처럼 밴드 활동은 두 사람을 교사로서도 한층 성장하게 했다. 밴드 활동을 통해 다져진 작곡, 연주, 보컬, 영상 제작, 댄스 실력도 수업 시간에 발휘된다. 박대현 교사는 음악 시간에 학생들이 쓴 글에 멜로디를 붙여 노래를 만들고 영상을 만드는 등의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창작 능력을 키워준다. 그리고 이가현 교사는 보컬 연습을 통해 얻은 발성 노하우를 학생들에게 전수한다. 두 사람이 작곡부터 뮤직비디오 제작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를 담당하는 탓에 점점 만능 가수이자 교사로 성장하게 되는 것. 그렇다면 앞으로 수요일밴드는 어떤 활동을 이어가게 될까?
“여태 해오던 것처럼 앞으로도 1년에 1~2곡 정도는 꾸준히 발표하려 해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재미있어 보이는 건 모두 도전해보고 싶고요. 밴드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처음 약속 그대로 오래오래 음악을 하는 거예요. 더 유명해지거나 많은 돈을 벌어도 좋겠지만, 오래오래 즐기면서 행복하게 음악을 하는 데에 더 무게를 두고 싶어요.”
앞으로의 바람 또한 여느 밴드가 가진 그것과 다르지 않은 두 사람. 그러나 오래도록 좋은 선생님으로도 남고 싶다는 점은 남들과 다르다. 그리고 두 사람은 그들처럼 많은 선생님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이루길 바란다.
“너무 늦지 않았나?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지 마세요. 해도 됩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하고 싶은 걸 도전하면서 인생을 즐기세요. 우리가 노래를 통해 여러분을 항상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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