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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연구소

코로나 블루,
마음 면역 처방전

봄이 만개했다. 하지만 마음에는 아직 서늘한 긴장감이 감돈다. 코로나19로 인해 익숙하던 일상이 무너진 데다 누적된 심리적 피로감이 이유다. 급기야 ‘코로나 블루’라는 말까지 생겨난 요즘. 두 손 놓고 우울하게 보내기엔 이 계절이 너무 아깝다. 마음 면역을 올리고 코로나 블루를 이겨낼, 소소하지만 확실한 방법에 대하여.
  • 글. 편집실

약간의 우울감은 걱정 말고, 긍정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등장한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사람들은 때와 장소 구분 없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자주 드나들던 마트나 카페가 큰맘 먹고 가야 할 곳이 되었으며, 얼굴을 맞대는 모임이나 회의도 가급적 자제하는 분위기다. 게다가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 결정까지. 일상적으로 누리던 것들이 점점 특별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건 지난 1월 20일이다. 다음달 23일 방역대응 단계가 ‘심각’으로 올라갔으며, 자발적으로 실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도 차츰 확산됐다. 날짜를 되짚어 보면 가급적 밖으로 나가지 않는 생활을 한 지가 석달쯤 되는 셈인데, 그렇다 보니 최근 들어 심리적인 문제들이 부쩍 이슈화되고 있다. 일명 ‘코로나 블루’다. 이는 ‘코로나19’와 우울감을 뜻하는 영어 단어 ‘블루(Blue)’를 합친 말로, 자신이 정체불명의 전염병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극도의 불안과 우울감, 분노 등을 느끼는 증상이다. 사실 세계를 긴장케하는 재난 상황에서 불안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혹은 경고반응이라 하여, 일시적으로 의욕이 급상승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부정적으로 흐르는 감정 변화를 위기 상황에 대처하려는 인간의 본능으로 받아들이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다시 말해 스트레스를 대하는 시각을 달리 하라는 것.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것은 곧 현재의 상황에 잘 적응하며 대처하고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게다가 그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더 잘 실천하게 되고, 마스크 착용을 철저히 하게 되는 등 위험 요소를 줄이는 순기능도 존재하니,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전문가의 도움을

전문가들은 적당한 불안은 괜찮다고 조언한다. 물론 ‘적당히’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터.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증상이 심각하다면 ‘적당히’의 선을 넘었다고 볼 수 있으니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보통 감염성 질환과 관련한 심리는 첫 번째 단계로 ‘공포’, 두 번째 단계로 ‘분노’라는 전염 과정을 거친다. 극도의 불안감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거나 예민해지고, 급기야 평소보다 화와 짜증이 늘어나는 식.
이는 코로나 블루의 대표적인 증상이기도 한데, 이 외에도 기억력과 집중력 저하, 식욕부진 혹은 과식, 깊은 우울감, 무기력증, 좌절감, 두통, 소화불량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강박행동도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하루에도 수십 번씩 안부 전화를 하고, 엘리베이터 같이 밀폐된 공간에 타인과 함께 있는 데 공포를 느끼며, 옷이나 수건 등을 빨고 또 빨아도 불안한 느낌이 든다면 심각한 수준. 자신의 정신건강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싶다면 국가트라우마센터 홈페이지(https://nct.go.kr)에서 자가 진단도 해볼 수 있으니 참고하자.
국가트라우마센터는 만약 앞서 언급한 증상이 지속되거나, 정신건강이 위험 수준이라 판단된다면 망설이지 말고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할 것을 권고한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보건복지부는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02–2204–0001) 등과 함께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을 운영 중이며, 국민 누구나 각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심리지원 핫라인(1577–0199)도 열려있다. 또한 질병관리본부의 1339콜센터에서도 필요 시 한국심리학회와 연결해 전문 심리 상담을 제공한다.

지나친 정보 검색은 정신건강에 오히려 독

코로나19가 단기간에 종식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역시 한동안 계속될 전망. 지금 당장 문제가 없더라도 마음의 면역을 키우며 장기전에 대비해야 할 타이밍이다. 필수적이면서 간단한 방법 중 하나는 코로나19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되 정보에 매몰되지 않는 것이다. 봇물처럼 쏟아지는 관련 보도를 모두 섭렵하려 들지 말라는 얘기다. 너무 많은 정보를 검색하다 보면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고 소화할 틈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오히려 불안감을 증폭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따져 보건대, 꼭 알아야 할 정보가 몇 분 단위로 계속 업데이트 되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은 반복되어 기사화되고, 긴급한 정보는 문자메시지 등 SNS로 전달되기도 하니 하루에 한두 번 시간을 정해 체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단, ‘인포데믹’은 주의하자. ‘인포데믹’이란 잘못된 정보나 루머가 인터넷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는 현상을 뜻하는 말. 실제로 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코로나19 관련 정보가 과도하게 넘쳐 각종 유언비어와 괴담을 낳고 있다며 경종을 울린 바 있다.
이 같은 잘못된 정보는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판단력을 흐리게 해 우울감이 깊어지게 만들 수 있다. 코로나19 관련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http://ncov.mohw.go.kr) 등을 통해 정부의 발표를 우선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우울함을 잠재울 생활 실천 가이드
조용조용 마음을 위한 운동 - 요가와 명상

인체는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부신피질 호르몬의 일종인 코르티솔 수치가 증가하고 염증을 촉진하는 사이토킨을 방출하며, 피로감과 혈압 상승 같은 문제가 생긴다. 게다가 지나친 걱정이 더해져 마음까지 어지럽다면, 명상을 추천한다.
간혹 명상을 어렵고 거창한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마음을 위한 운동이라 여기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방법은 다양하다. 명상이 처음이라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면 배경음으로 자연의 소리나 백색소음을 켜두는 게 도움이 된다. 시간은 5~10분 정도로 짧게 하다 차츰 시간을 늘리도록 한다.
우울증을 잠재우는 데는 요가도 좋은 방법이다. 몸의 근육을 풀어주면서 마음의 긴장을 완화시켜주는 것은 물론, 운동할 때 분비되는 엔도르핀이 정신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명상이나 요가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가만히 앉아 심호흡이라도 해보자. 코로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후’하고 풍선을 불 듯 입으로 남은 숨을 끝까지 천천히 내쉬면 되는데, 가슴에서 숨이 빠져나가는 느낌에 집중하는 게 포인트다.

  • 자연에서 얻는 위로 - 반려 식물 가꾸기

    자연의 힘은 생각보다 크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초록빛은 뇌파를 안정되게 만들고, 편안함을 준다. 그래서 우울감 해소에도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요즘은 이 같은 이유로 반려식물을 들이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공간의 특성에 맞게 종류와 크기를 선택할 수 있는 데다, 들어가는 비용이나 수고도 크지 않다는 게 장점. 또한 식물을 키우면서 느끼는 소소한 기쁨이 일상의 활력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식물 키우기가 처음이라면 다육식물이나 아이비 등 관리가 쉬운 것을 택할 것. 백량금처럼 꽃이 피거나 열매가 열리는 것도 애착 형성에는 이점으로 작용한다. 혹은 공기정화 효과까지 누릴 수 있는 아래 카야자, 벤자민 고무나무, 몬스테라 등도 인기다.

  • 봄눈 녹듯 걱정이 사르르 - 반신욕

    무기력으로 축 처진 몸을 따뜻한 물에 담그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층 누그러진다. 하루 30분 정도의 반신욕이 우울증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는데, 이 경우 밤보다 낮에 하는 반신욕이 더 이롭다고 알려져 있다. 보통 생체리듬은 낮에 심부체온이 올라가고 밤에는 떨어지는 게 일반적. 하지만 우울증 환자들은 생체리듬이 깨져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낮 시간의 반신욕을 통해 심부 체온을 올려주고, 어긋나있는 생체리듬을 바로잡아주어야 한다.
    반신욕을 할 때 물 온도는 40℃가 적당하며, 우울증과 불면증 완화 등 신경계 피로해소에 효과적인 레몬그라스 에센셜 오일을 2~3방울 떨어뜨리면 도움이 된다. 만약 반신욕을 하기 어려운 여건이라면 10분 정도의 족욕 혹은 수욕으로 대체해도 괜찮다. 족욕을 할 때는 종아리까지 담가야 하며, 수욕은 손목까지 담근 채 손가락을 쥐었다 펴는 동작을 해주면 혈액순환이 더욱 원활해진다.

  • 엔도르핀을 돌게 하는 - 걷기

    신체적 건강은 정신적 건강과도 연결된다. 실제로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30%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걷기는 우울증 환자의 치료법으로 권장되기도 하는데, 하루에 30분 정도 온몸의 감각을 느끼며 목적 없이 걷다 보면 우울한 감정을 어느 정도 떨쳐버릴 수 있다. 이는 걷는 동안 신체 곳곳의 신경에 자극이 전해져 뇌에서 행복감을 주는 엔도르핀, 안정감을 주는 세로토닌 같은 호르몬이 분비되는 까닭. 게다가 야외를 걷는 동안 햇볕을 쬐게 되면 항우울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 기능이 향상되어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멜라토닌은 수면호르몬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수면이 부족하면 체내 면역을 담당하는 단백질 물질의 농도가 낮아지는 만큼 햇볕을 충분히 쬐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다만 요즘처럼 사회적 거리두기가 중요시되는 때는 사람이 붐비는 공간은 피해야 하며, 시간 역시 낮보다는 이른 아침이 적합하다.

  • 생체 리듬을 지켜줄 - 규칙적인 생활습관

    온라인 개학과 재택근무,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이전보다 가정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었다.
    실내생활 위주의 단조로운 일과가 무료하게 느껴진다면 일상 속 작은 습관을 하나쯤 더하는 것도 추천한다. 매일 아침 비타민을 챙겨 먹는다거나, 영어 단어 한두 개를 외운다거나, 짤막한 일기를 쓰는 식. 스스로 부담을 느끼지 않을 만한 것을 선택해야 꾸준히 할 수 있다. 특히 펜을 쥐고 글을 쓰거나 낙서를 하는 행위는 뒤엉킨 감정을 발산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주제나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자유롭게 끼적이면 되므로 어렵지도 않다.
    또한 실내에 오래 있으면서 생활이 불규칙해지는 경우도 많은데, 이처럼 생체리듬이 깨지면 신체의 면역력이 떨어지게 된다. 또한 감정 조절능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기상시간과 취침시간, 식사시간 등을 일정하게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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