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쉬어가기
더–쉼

행복지수가 플러스 되다,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한 달 살기’

한 달은 짧은 기간이 아니다. 하지만 익숙해질 때쯤 떠나야 하는 아쉬움이 남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머무는 동안 여러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치안부터 물가, 볼거리, 먹을거리 등등. 하루하루를 즐겁고 알차게 보낼 수 있는 곳이 바로 세계문화유산인 ‘앙코르와트’가 있는 ‘시엠립’이다.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로 The–K 매거진 독자들을 초대한다.
  • 글_사진. 황병욱(소설가, 「앙코르와트에서 한 달 살기」 저자)
「더–쉼」은 전 세계 각 도시의 한 달 살기 정보를 제공하고자 마련된 코너입니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한 달 살기는 어렵지만, 그간 「더–쉼」을 통해 힐링할 수 있어 좋았다는 많은 독자 의견들을 반영하여 이번 6월호에도 「더–쉼」 코너를 게재하게 되었습니다.

(오른쪽)쁘레아 칸 ‘신성한 검’의 뜻을 가진 이 사원은 자야바르만 7세가 아버지를 위해 지었다.
  • 앙코르 톰 앙코르 톰의 부조. 앙코르 톰은 불교 사원이지만 춤추는 무희 압사라를 부조로 새겨놓았다.
  • 니악 뽀안 연못 니악 뽀안 사원 입구에 있는 연못. ‘똬리를 튼 뱀’이란 뜻의 이 사원은 석가를 위해 지어졌다.
영국 BBC 선정,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

혼자 배낭 메고 돌아다닐 거라면 어느 곳이든 상관없겠지만 가족, 아이들과 함께 한 달 머물기를 한다면 세계문화유산인 ‘앙코르와트’가 있는 ‘시엠립’을 추천한다. 영국 BBC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선정할 만큼, 시엠립에는 앙코르와트 외에 더 많은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있다. 한 달 내내 숙소에서만 지내며 휴양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이왕이면 가족, 아이들과 함께 탐험과 모험, 역사, 액티비티 등등 다양한 문화체험을 해보는 것도 좋다.
한 달 계획을 세울 때 크게 콘셉트를 세 개로 나눠서 짜보면 좋다. 열흘은 유적 탐방, 열흘은 패키지에 없는 시티투어, 마지막 열흘은 말 그대로 휴양으로 나눠보자. 앙코르 유적지만 제대로 둘러보더라도 열흘은 더 걸린다. 이왕이면 도시락을 지참해서 자전거를 타고 유유히 고즈넉한 고대 유적지를 돌아보는 것을 권한다. 자전거를 타고 울창한 숲 사이로 난 길을 다니다 보면 어느새 마음은 평온해지고, 크메르 민족의 따뜻하면서 순박한 숨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유적지 탐방을 끝냈다면 시내 곳곳에 숨어 있는 소규모 박물관이나 공원, 재래시장 등을 돌아다녀 보자. 시내에는 작은 사찰을 비롯해서 민속촌, 국립박물관, 디우갤러리, 팀스갤러리, 사립박물관, 가죽 공방, 실크 공방 등이 곳곳에 숨어 있으며, 헬리콥터를 타고 공중에서 앙코르 유적지를 볼 수 있는 관광 상품과 짚라인, 카누체험(똔레삽 호수–동양 최대 호수), 세계무형문화재인 압사라 공연, 서커스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있다.
시내 투어까지 마쳤다면 남은 시간은 말 그대로 휴양을 해보자. 그럴싸한 숙소에 머물면서 마음껏 내 시간의 주인이 되자. 숙소 수영장에서 수영만 해도 되고, 가끔씩 시엠립 강가에 조성되어 있는 산책로를 느긋하게 산책하는 것도 좋다. 여유가 된다면 시엠립 외곽에 있는 초기 유적지인 끄발스피언이나 프놈꿀렌, 꼬께, 쁘레아 비히어를 다녀보는 것도 좋다. 단기 여행에서는 가기 어려운 곳이니 한 달 살기를 할 때가 기회다.

(왼쪽)반띠 스레이 ‘여자의 성(城)’이라는 뜻의 이 사원은 ‘크메르 예술의 극치’이며 ‘크메르의 보석’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오른쪽)똔레삽 동양 최대의 호수인 이곳에는 아이들이 세숫대야를 타고 다닌다.
  • 앙코르 와트 ‘도시 사원’이란 뜻으로 수리야바르만 2세가 지은 사원이다. 건축학적, 미학적, 종교적 상징성이 세계에서 최고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 뜨라꼬 시엠립 근처에 있는 유원지. 휴일이면 가족 단위로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맑은 웃음이 유쾌한 크메르 민족의 매력

캄보디아는 세계 최대 빈민국 10위 안에 들지만, 행복지수는 세계 10위 안에 드는 곳이다. 돌아다니다 보면 나무로 얼기설기 지은 집에 화분 하나씩은 꼭 놓여 있다. 하루 10달러를 힘겹게 벌지만 사시사철 그들은 꽃을 키우고, 꽃을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다. 또 이들에게 최신 휴대폰이나 다른 신기한 것들을 자랑하면 그들의 반응은 하나다.
“우와~ 멋지다. 이런 게 있어서 좋겠다.” 그리고 끝이다. 이들은 ‘나는 그것 없이도 지금 잘 살고 있고,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들은 탐욕과 욕심, 이기적인 배타심이 자신들의 행복에 방해가 된다는 것을 이미 깨달은 건지 모르겠다.
한 달 동안 머무르면서 현지인들과 친구가 되었다면 그들과 함께 소풍을 떠나보는 것도 좋다. 웨스트바라이나 뜨라꼬 같은 유원지가 시엠립 근방에 있다. 휴일이 되면 그들은 가족 단위로 휴양지를 찾는다. 아이들은 튜브를 타며 수영을 즐기고, 어른들은 집에서 해온 맛깔스러운 음식에 맥주를 즐긴다. 이들과 소풍까지 갔다면 꽤 깊은 친분을 맺은 것이다. 이들이 집으로 식사 초대를 하면 거절하지 말자. 집으로의 초대는 그들에게 있어서 가족으로 인정하는 것과 같은 친분을 나타내기도 하며 손님에 대한 예의의 의미가 있기도 하다. 물론 빈손으로 가지 말고, 삼겹살 정도는 사가지고 가자. 집을 방문해보면 알겠지만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예의가 깍듯하며 항상 맑은 웃음을 잃지 않는다.

(왼쪽 위)디우갤러리 사진들 캄보디아의 매력에 빠져 30년 넘게 살고 있는 프랑스 사진작가 디우의 작품이다.
(왼쪽 아래)벵 밀리아 시엠립 외곽에 있는 사원으로 애니메이션 ‘천공의 섬 라퓨타’의 모티브가 된 곳이다.
(오른쪽)캄보디아 전쟁박물관 전시품 크메르 루즈 전쟁 때 사용한 무기와 참상을 볼 수 있다.
사계절 여행이 즐거운 곳

동남아는 한국보다 덥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주로 겨울철에 동남아를 많이 찾는다. 실제로 시엠립의 겨울 날씨는 영상 18~25도 사이다. 이들에게는 추운 날씨다. 어떤 사람은 패딩까지 입고 다닌다. 4월부터 10월까지는 우기라서 관광객이 적지만, 우기 때 방문해보는 것도 좋다. 건기 때처럼 해가 쨍쨍 나지 않고, 바람이 시원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모든 숙소가 비수기라 최대 10~30%까지 할인을 한다. 비는 5분, 10분 퍼붓다가 금세 그친다. 캄보디아 설날이 있는 4월에는 시내 곳곳에서 축제가 열리고, 11월은 똔레삽 호수에 침입한 참파국(베트남 중부지방의 말레이계의 구 참족이 세운 왕국)을 물리친 기념으로 ‘물 축제(Water Festival)’가 열린다. 사시사철 언제든 한 달 살기에 후회 없는 곳이다.

  • 물 축제 물 축제는 캄보디아 전 국민이 즐기는 축제의 날이다. 먹을거리, 볼거리 등 다양한 행사가 거리에 펼쳐진다.
  • (왼쪽)아파트 시엠립 시내에 있는 아파트다. 한 달에 500$인데 내부에 수영장과 헬스장이 있다. (오른쪽)대박식당 배낭족들의 성지 같은 곳이다. 삼겹살 무제한 제공이 6$이다.
여행 콘셉트에 맞는 숙소 선택하기

여행 콘셉트를 나눴다면 거기에 맞는 위치에 머무르면서 열흘마다 이동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이득이다. 시엠립에는 수천 개의 숙소가 있다. 그만큼 숙소마다 다양하고, 가격 또한 천차만별이니 세밀하게 따져보고 골라야 한다.
가족 단위로 머무를 수 있는 조리가 가능한 펜션과 콘도, 아파트가 있고, 수영장에 놀이기구까지 있는 리조트 독채도 있다. 리조트에서는 가죽 공예 만들기부터 캄보디아 음식 만들기 등등 다양한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웬만한 곳은 다 수영장이 있으니 일반 숙소에 머물러도 상관없다. 유적지 탐방 때는 유적지 근처의 일반 숙소에 머무르되 자전거 대여가 되는 곳에 머무르자. 두 번째 숙소는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하고, 마지막에는 아이들과 마음껏 휴양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정해보자. 한 가지 주의할 점은 펍스트리트나 올드마켓 같은 시내 한복판은 피하자. 숙소가 다닥다닥 붙어 있어 답답하고, 관광객들이 많아 시끄러울 수 있다.

(왼쪽)수원식당 백반 수원식당 백반은 매일 메뉴가 바뀐다. 감자탕에서 보쌈까지 4$에 즐길 수 있다. (가운데)크메르 치즈 캄보디아식 치즈로 치즈 고유의 냄새가 강하다. (오른쪽)크메르 찹쌀떡 찹쌀떡 위에 코코넛을 잘게 썰어 주는데 엄청 달콤하다.
전 세계 음식이 한 곳에!

고수나 동남아 특유의 꿉꿉한 냄새를 버티지 못한다 하더라도 상관없다. 시엠립은 전 세계 관광객들이 매일 천 명 이상씩 드나드는 곳이다. 그만큼 전 세계 요리가 밀집해 있는 곳이고, 입맛에 따라 익숙한 음식을 찾아서 먹으면 된다.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전문 비건 레스토랑도 있고, 티본 스테이크를 단돈 16달러에 먹을 수 있는 곳도 있다. 그래도 현지 음식을 먹고 싶다면 야시장이 열리는 도로, 찡유에 방문하기를 권한다. 오후 5시에 장이 서고, 밤 10시면 문을 닫는다. 도깨비 시장처럼 다양한 잡화점과 음식점 천막들이 도로변에 길게 쭉 들어선다. 이곳에는 캄보디아 BBQ부터 생선요리, 다코야키 같은 튀김류 등 다양한 음식을 접할 수 있다. 한국 음식이 생각난다면 걱정하지 말자. 배낭족들을 위해 삼겹살을 무제한 제공하는 ‘대박식당’이 있고, 매일 메뉴가 바뀌는 ‘수원식당’의 백반은 4달러다. 김치는 한국 마트인 킴(KIM) 마트에서 사도 되고, 한인 식당에서 구입해도 된다. 식재료는 뉴앙코르마켓에서 구매하면 신선한 재료를 정가제로 구입할 수 있다. 한 달 살기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기 2~3일 전에 나 자신에게 엽서 쓰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한 달 동안 머무르면서 느낀 점도 좋고, 앞으로의 계획도 좋다. 그리고 우체국에 가서 한국으로 엽서를 보내자. 여행의 여운이 가실 때쯤 자신이 앙코르와트에서 보낸 엽서를 받은 아이들은 여행의 또 다른 의미를 되짚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tip 앙코르와트 여행 시 주의점
• 화폐는 US달러가 통용되고 있다. 단, 캄보디아 내에서는 2달러가 거의 통용되지 않으므로 2달러는 준비하지 말자. 또한 위조 지폐의 오해가 있는 헌돈이나 많이 구겨진 돈은 사용하지 말고 가급적 새 지폐를 준비해가자.
• 유적지 출입 시 민소매, 무릎 위 올라오는 치마, 반바지는 입장 금지가 되는 점을 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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