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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티처 & 티처

자녀의 마음,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부모들은 종종 자녀를 유심히 바라볼 때가 있다. 그럴 때 대견함과 아쉬움 등 수많은 생각이 다양한 감정과 함께 스쳐 지나간다. 결국, ‘너와 나는 많이 닮아 있구나’라는 것을 속으로 곱씹으면서 미소 짓게 되는 것이 부모들의 모습이다. 이처럼 자신과 똑 닮은 자녀. 그렇다면 부모들은 자녀의 마음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 글. 김동철(‘김동철심리케어’원장, 심리학 박사)

잔소리보다는 자녀 마음에 공감을

살다 보면 숱한 일과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지고 힘든 경우가 많다. 그것이 업무든, 사람 간의 문제든, 개인의 상황이든…. 수많은 일이 하루도 빠짐없이 삶 속에 파고들어 우리를 가만히 두질 않는 게 현실이다. 그렇기에 현대인들의 모습을 두고 어떤 이는 ‘지쳐 한숨 쉬는 중년의 그림자’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부모는 그 흔한 몇 마디 말로도 자녀에게 위안 받거나, 존중을 받으면 며칠 혹은 몇 주 동안 활력 에너지가 발산된다.
이렇듯 부모는 자녀에게 큰 바람보다는 작은 위안과 존경, 존중을 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실은 서로를 배려하는 대화보다는 자녀에게 눈치를 주며 잔소리가 앞서거나, 자녀는 그저 잔소리가 싫어서 ‘했어요’, ‘할 거예요’, ‘내가 알아서 해요’라는 말이 늘어난다. 그러다 보면 어딘가 모를 허전함과 화남, 아픔이 동시에 밀려온다.
그렇다고 해서 매번 자녀를 어르고 달랜다 한들 부모를 이해하거나, 알아서 척척 해주는 자식은 없기에 부모는 때론 자녀를 보면 쓸쓸함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아이들의 생활을 들여다보면 코로나19로 인해 취업이든, 공부든, 진로든 어떻게 해도 명쾌한 답을 찾을 수 없는 요즘 시기에 용케도 잘 버텨주는 것에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간혹 부모를 부를 때나, 갑작스레 안겨 달려들 때면 짠하게도 느껴져 울컥해진 마음과 미안함에 눈물을 삼킬 때도 있다. 그리고 나면 서로가 조금씩 공감하며, 여유롭게 지켜보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공감의 감성으로 자녀를 신뢰하자

가족은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며 함께 웃거나 우는 일이 많다. 생활과 감성이 다르지 않고, 공동의 환경과 습관이 비슷한 방식으로 돌아가다 보니 부모와 자녀는 환경적 유사함으로 만들어진 닮은꼴 상태가 된다.
더불어 유전적 계승으로 이어진 생물학적 관계다 보니 먹는 습관, 쓰는 습관, 행동하는 습관까지 닮지 않을 수 없다. 부모가 계절성 비염이 있다면 자녀 누군가 한 명은 환절기마다 부모처럼 재채기를 하는 것이 이상한 일도 아니다. 그렇기에 부모와 자녀는 다르지 않다는 것을 생활로 체득하고, 유전적 본능으로 느끼며 생활한다. 또한 감성 취향까지 같아서 슬픈 드라마를 보며 함께 눈물 흘리는 자녀와 부모를 보면 역시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처럼 부모와 자녀는 서로 많이 닮았기에 부모는 자신의 단점이 자녀에게는 없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고, 자녀는 본인의 단점을 스스로 고치고 싶지만 강제로 억압하듯이 애써 고치려는 부모를 보면서 고통이 생기기 마련이다. 사람은 누구나 타인이 자신의 모습을 임의대로 바꾸려 한다면 반발심리가 작용되어 적대감을 가지고 반항하게 된다. 하물며 그 대상자가 부모라면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해 주지 못한 부모에 대한 감정에 더욱 날이 설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기에 부모가 자녀를 강제로 고치려 들면 언제나 큰 부작용과 후유증이 따른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무작정 개선에 몰입하기보다 공감의 감성을 앞세워 서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다. 이후 합리적인 설명을 내세워 자녀가 갖고 있던 불안한 심리와 부정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어야 한다.
더불어 자녀가 갖고 있던 강력한 강점이 제대로 발현되지 못했거나 스스로가 알지 못하고 있다면, 부모의 현실적인 경험 사례를 들어 일깨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의 경험 사례는 자녀에게 동질성 심리가 발동되어 실행 의지가 더 강력하게 발현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이러한 부모의 성공 사례는 곧 자신의 성공 사례가 되기 때문에 자녀의 자존감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인내와 소통으로 마음을 들여다보자

부모들이 자녀에게 핀잔을 줄 때 자녀는 간혹 부모에게 안 좋은 품행을 보일 때가 있는데, 이것은 부모의 말에 반(反)하는 행동을 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성급하게 달려드는 부모의 부정적인 말과 행동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자녀의 순간적 위축이나 회피 심리에서 생겨나는 태도인 셈이다. 자녀의 문제 행동을 빠르게 해결하고자 하는 부모의 마음은 짐작되지만, 전략적으로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자녀를 이해시켜 나간다면 서로가 통(通)하는 사이로 발전될 수 있다.
애를 쓰는데도 자녀를 상처받게 한다면 서로에게 득이 될 일은 없다. 급하게 설득하고 고치려 하는 것을 잠시 뒤로 하고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리면서 차분히 자녀를 이해하고 긍정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좋다. 상황에 따라 참지 못하는 일이 종종 생기기도 하겠지만, 자녀는 부모의 감성적이며 합리적 사고를 넘어설 수 없는 닮은꼴이므로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바라보는 게 좋다.
또한 자녀에 대한 이해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 보다 적극적인 소통과 자녀의 마음을 알아봐 주는 활동을 시작해 보자. 부모 판단으로 자녀의 마음을 잣대질하지 말고, 우선 물어보는 것이다. “요즘 힘들어 보여서 많이 걱정되는데 괜찮니?” 등의 대화법을 통해 부모로서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을 전달하는 게 무엇보다 최우선이다.
자녀는 부모를 닮고 싶지 않아도 닮았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안다. 그리고 부모 역시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부모는 자녀가 더 나은 방향으로 자랐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그렇다면 자녀의 지금 모습이 더 나은 모습이 될 수 있도록 마음을 더 살피고 보듬어 주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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