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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티처 & 티처

부모 역할이 달라지면
자녀의 미래가 바뀐다

많은 부모의 심리적인 특징 중 하나가 사회적 성취를 이룬 부모는 자식이 그렇게 되지 못할까 봐 불안해하고, 실패한 부모는 자식의 성공에서 새로운 보상을 얻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많은 부모가 자녀에게 지나친 기대를 하고 있으며 자녀들이 과중한 스트레스를 풀지 못해 자녀와 부모 간 갈등으로 불거지고 있다. 이러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먼저 자녀의 모습을 수용하고 공감해주는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 글. 박재원(사람과 교육연구소 부모연구소장)

자녀의 ‘공부 심정’을 느끼고 있나요?

안타깝게도 부모와 자녀 사이에는 공부를 둘러싼 크고 작은 갈등이 일상화되고 있는데, 부모의 마음에 사회적 불안이 투영되면 자식을 생각할 때 쉽게 낙오 공포에 사로잡힌다. 부모와 자녀 사이의 공부 갈등을 유발하는 스트레스 상태는 자녀 공부에 치명적이다. 자녀가 공부를 열심히 안 해서 갈등이 생기는 것처럼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일상에서의 잦은 갈등은 자녀의 두뇌 상태를 ‘비 학습 모드’로 몰아가 학습 부진을 낳는다. 쉽게 말해 부모와 자주 갈등하는 아이들은 공부의 필요성을 인식해도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상태에 쉽게 빠진다.

‘사교육 효과’보다 강력한 ‘부모 효과’

대부분의 사교육은 주로 부모 편을 든다. 갈등의 해소가 아니라 갈등 상태에 있는 자녀,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 자녀를 철저하게 관리하여 공부하도록 만들겠다는 약속에 부모들은 환호한다. 하지만 아이 편에서 공부를 방해하는 부모 요인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더 중요하다. 만약 부모 요인이 개선되어 자녀들이 일상에서 스트레스가 아닌 공부 의욕을 느끼게 된다면 사교육 효과는 ‘새 발의 피’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부모들이 먼저 자녀에게 공부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 마음에 공감하고 나서 부모로서 해야 할 일을 찾으면 대부분의 갈등이 해소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도와주는 부모와 갈등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 문제는 부모 요인의 개선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여 그것만이 옳다고 주장하며 가르치려 드는 생각이 자녀에 대한 공감을 방해한다. 변화가 없는 농경사회의 잔재인 ‘장유유서(오륜 중 하나로 어른과 어린이 사이에는 차례가 있다는 의미)’라는 전통은 ‘부모 말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말로 여전히 부모들의 의식에 살아있다.
아이보다 어른이, 자식보다 부모가 우월하다는 생각은 쉽게 권력의지로 변질된다.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리석은 자녀의 미래를 철저하게 기획하고 관리하지 않으면 사람 대접받지 못하고 비루하게 살 것 같은 불안감은 자녀의 일상을 지배하고 싶은 욕망을 낳는다. 문제는 그런 부모의 의도가 뇌에서 작동하면 역지사지가 잘 되지 않아 평소 자녀의 공부 심정에 공감할 수 없게 된다.

공감 연습이 승부수다!

갈수록 자녀와 갈등이 심해지는 것 같아 괴롭다면 공감 연습을 해보자. 첫 단계는 자녀의 표정에 집중하는 것인데,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인간에게 특히 발달한 공감 능력이 작동하는 과학적인 원리를 적용한 것이다. 상대방의 표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순간, 바라보는 사람의 안면 근육은 상대방의 표정을 복제하여 공감이 이루어진다.
다음은 자신이 아니라 상대방의 상황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자녀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하나 하나 파악하는 순간 부모의 감정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
자기 상황에만 고집스럽게 머물면 공감은커녕 갈등을 피할 길이 없다.
잘하고 싶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아 속상한 자녀의 심정이 공감되는 순간 부모 마음은 자연스럽게 변화된다. “우리 아이도 잘하고 싶었는데 그동안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다그치기만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자녀의 감정을 읽어주는 부모가 되자

부모가 먼저 자녀의 공부 심정을 공감하는 데 성공하면 자녀도 부모 마음을 이심전심으로 느끼기 시작한다. 그런데 부모가 낙오 공포에 사로잡히고, 부모 우월의식까지 첨가하면 자녀를 쥐 잡듯 잡게 된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부 갈등은 부모의 노력이 오히려 자녀의 공부 에너지를 소진하는 억울한 결과를 낳고 있다.
부모 말 좀 잘 들으라고 말하기 전에, 부모 말을 잘 듣고 싶은 마음부터 먼저 만들어야 하는 시대다. 자녀 표정과 행동에 집중하고, 자녀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열심히 하면, 부모 역할은 쉬워지고 자녀의 미래도 밝아진다. 한 마디의 말을 잘 들어 주는 것이 백 마디의 말로 타이르는 것보다 중요하듯, 자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부모의 따뜻한 말은 자녀를 든든히 받쳐주는 기반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또한 대화를 통해 좌절과 고통을 이겨 낼 수 있는 힘을 길러주며, 평범한 일상 속에서 자녀가 부모의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하도록 한다.
세심하게 자녀를 관찰하고, 자녀의 소망이나 감정에 귀를 기울이며 역지사지로 자녀의 감정을 읽어주는 부모의 작은 역할 변화가 자녀의 미래를 행복하게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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