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각하기
[+55] 인생 2모작

나는 죽는 날까지
청년이고 싶다

평생학습활동가 김희동 회원

퇴직 후 김희동 회원은 옷을 자주 갈아입는다. 어떤 날은 회색 조끼를 입고 시민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어떤 날은 빨간 조끼를 입고 현장 관리를, 어떤 날은 노란 조끼를 입고 분리배출 도우미 역할을 한다. 또 어떤 날은 말끔히 양복을 차려입고 고객 자문단 또는 평생학습활동가로 일한다. 일하는 옷차림은 다르지만, 목적은 항상 같다. 바로 ‘배움’과 ‘나눔’이다.
  • 글. 이성미
  • 사진. 김도형

사랑과 열정 넘치는 교육행정직 직원

퇴직한 지도 벌써 1년 가까이 되었다. 인생 1막은 내내 학생, 교사들과 함께했다. 퇴직 후 새로운 인생의 장막을 힘껏 젖혔는데, 거기에 코로나19가 있었다. 결국 인생 2막은 아직 코로나19와 함께하고 있다. 그 덕에 퇴직 후 해외여행이나 사적 모임은 엄두도 못 냈다. 하지만 김희동 회원은 단 하루도 심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바빴다. 패널, 행정사, 평생학습활동가 등으로 이름과 활동복을 바꿔가며, 그는 매일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찾아가고 있다. 그는 그냥 시니어가 아닌, ‘액티브(active) 시니어’이기 때문이다.
김희동 회원은 지난해 6월 대구 경원고등학교를 끝으로 교육행정직 업무를 마무리했다. 38년 10개월의 세월 동안 학생들을 직접 대면하며 추억을 쌓진 않았지만, 교육행정직 직원으로서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학교와 학생을 사랑했다. 학교 구석구석을 살피며 개선할 점을 찾았고, 지자체와 교육청을 찾아다니며 해결책을 모색했다. 학습 환경을 개선할수록 학생들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것이 느껴졌다.
이러한 자부심이 그를 끊임없이 움직이게 했다. 밤이든 주말이든 가리지 않고 몸을 불살랐다. 몸을 돌보지 않고 업무에 매진한 탓에 허리가 망가지고, 퇴직할 즈음에는 거동이 불편해질 정도였다. 그러나 퇴직 후 후회 없이 교문을 나섰다. 진심을 다해 환경을 바꾸면 사람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그는 평생에 걸쳐 배웠다. 그래서 퇴직 후에는 세상을 바꿔볼 생각이었다.
“본래 저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야 하는 성격이에요. 퇴직 후에는 나 스스로 내가 필요한 곳을 찾고 봉사하기로 마음을 먹었죠. 아내가 좀 쉬라고 하지만, 놀면 뭐 합니까?”

내가 필요한 곳은 어디든 달려간다

그는 바람대로 퇴직하자마자 바로 봉사 활동에 돌입했으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코로나19 영향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대면 봉사가 중단됐고, 행사도 줄줄이 취소됐다. 실망도 잠시, 김희동 회원은 생각을 전환했다. 단체에 의존하지 말고, 개인적으로 봉사할 곳을 찾아보자는 생각이었다.
곧장 1365자원봉사포털에 접속해 할 일을 찾았다. 다행히 코로나 시국에 맞춰 줌(zoom, 실시간 온라인 수업, 화상 회의 등에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활용한 봉사 교육과 비대면 봉사 활동이 있었다. 시·구에서도 자원 봉사자를 필요로 했다.
그리하여 그해 8월 대구도시문제발굴단 사회적약자분과에서 온라인 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달서주거복지아카데미에서 교육도 받았다. 몸이 고단하고, 옷에 검정 칠을 해야 하는 일도 마다치 않았다. 9월에는 한국환경공단 자원관리 도우미로서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을 홍보하고, 시민들이 분리배출하는 것을 도왔다. 10월에는 주말을 이용해 달서구에 위치한 주간보호센터에서 봉사 활동을, 11월에는 성서공단에서 낙엽 수거와 환경 정화 활동을 진행했다. 그렇게 7월부터 11월까지 4개월간 그는 25회에 걸쳐 63시간 봉사 활동을 했다. 주 1~2회는 꼭 봉사 활동을 한 셈이다.
김희동 회원은 평소에 컴퓨터, 스마트폰을 능숙하게 다루 기 때문에 할 일을 잘 찾아낸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시니어들도 디지털 교육을 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하면서 “디지털 배움터를 꼭 찾아보라”라고 추천한다.
“집 근처에서 누구나 편하게 디지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디지털 배움터’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SNS 활용법, 스마트폰 조작법 등을 배울 수 있죠. 스마트폰을 잘 다루게 되면,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집니다. 내게 필요한 교육이나 봉사활동을 찾기도 더욱더 쉬워지고요. 그러니 꼭 디지털 배움터에서 교육받으시길 추천합니다.”
최근 김희동 회원은 새로운 일자리를 얻었다. 대구시가 추진하고 대구평생학습진흥원이 위탁 수행하는 ‘2021 신중년 사회공헌활동 지원사업’에 참여해 평생학습활동가로서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그는 달성공원 인근의 가람평생교육원에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국어를 교육하고, 블로그를 통해 평생교육에 대해 홍보할 예정이다. 지난 4월부터 한국교직원공제회 문화복지서비스 온라인 회원 패널로도 새로운 활동을 시작했다.

“집 근처에서 누구나 편하게 디지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디지털 배움터’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SNS 활용법, 스마트폰 조작법 등을 배울 수 있죠.
스마트폰을 잘 다루게 되면,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집니다.
내게 필요한 교육이나 봉사활동을 찾기도 더욱더 쉬워지고요.
그러니 꼭 디지털 배움터에서 교육받으시길 추천합니다.”
액티브 시니어, 다른 말로는 ‘청년’입니다

봉사활동이 좋은 이유는 첫째, 몸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시켜서 하면 노동, 내 의지로 하면 운동이다. 내 의지로 나서서 몸을 움직이는 봉사활동은 좋은 운동법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도 좋다. 무엇보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뿌듯함이 있다.
“코로나19로 다들 힘들다고 해요. 외부로 다니기 불편하고 심심하니 더욱 힘들죠. 그렇다고 봉사하고 싶은 마음까지 접을 필요가 없어요. 시·구 정책과 관련한 각종 대면, 비대면 교육과 활동이 얼마든지 많습니다. 하루 4시간 정도로 짧게 근무하면서, 급여를 받을 수 있는 활동도 있고요. 퇴직 후 무료하게 보내고 있다면, 봉사활동을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김희동 회원이 배움과 봉사에 열심인 또 하나의 이유는 그가 ‘부모’라는 이름의 스승이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하든, 모든 부모는 집 안에서 똑같이 스승이라는 직업을 갖는다. 그는 자식들의 스승으로서 계속해서 도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
“예전에 평생교육원에서 교육을 받을 때 강사님이 말씀하셨어요. ‘죽는 날까지 청년이다’라고요. 그리고 내가 청년으로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첫째, 반드시 일하라. 둘째, 사랑하라. 셋째, 희망을 품어라’라고 하셨죠. 저도 평생 청년으로 살고 싶어요, 자식들에게도 청년과 같은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고요. 그러니 계속 일하고, 사랑하고, 희망을 품을 것입니다.”
앞서 말했듯, 봉사는 평생 직업으로 삼기 좋은 일이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내면 되기 때문이다. 거동이 불편한 김희동 회원도 잘 해내고 있다. 물론 언젠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때가 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때가 오더라도 김희동 회원은 변함없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정신적으로도 도움을 주려 한다.
“청소년, 노인, 장애인, 누구든 제가 도울 수 있는 사람을 도우며 살 것입니다. 몸이 안 되면 말과 마음으로라도요. 그렇게 계속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어요. 그것이 청년 김희동의 유일한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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