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포 해변이 보이는 우리나라 대표 석호, 경포호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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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가분하게 떠나는
초여름 여행지, 강원 강릉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해서 대관령(해발 832m)을 넘으면 아름다운 고장 ‘강릉’이 나타난다. 강릉 사람들은 이 대관령을 가리켜서 ‘대굴령’이라고 부른다. 대관령은 강릉 사람들에게 있어서 오랜 옛날부터 바깥세상으로 통하는 중요한 통로 역할을 했다. 신사임당은 ‘대관령을 넘으면서’라는 한시를 남겼고, 매월당 김시습은 ‘대관령에서’라는 시를 남기기도 했다. 대관령 아래에 있는 강릉의 전통적인 명소로는 경포대, 오죽헌, 경포호 등이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뉴트로 여행지’인 명주동을 비롯한 강릉대도호부 관아, 선교장, 순포습지, 참소리박물관 등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강릉은 바다와 호수가 있어서 더욱더 낭만적이다. 떠나고 싶을 때 강릉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송일봉 작가는 (사)한국여행작가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해외여행전문지 ‘코리안 트레블러’ 편집부장과 대한항공 기내지 ‘모닝캄’ 편집장을 지냈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주관하는 ‘길 위의 인문학’ 기획위원과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주관하는 ‘국립공원 대표경관 100경’ 선정위원 등을 지냈다. 현재 문화답사 프로그램 ‘송일봉의 감성여행’을 25년째 진행하고 있으며, KBS 한민족방송에서 매일 ‘5분 여행기, 구석구석 코리아’를 진행하고 있다.
  • 글_사진. 송일봉(여행작가)

과거로의 시간 여행, 명주동&강릉대도호부 관아

강릉시 명주동은 최근 들어 ‘뉴트로(newtro)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는 동네다. 옛 모습을 간직한 방앗간, 창고, 골목길, 담벼락 등이 새로운 관광명소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복고풍으로 해석되는 ‘뉴트로’는 최근 우리나라의 젊은 세대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대중문화의 한 유형이다.
명주동의 명물 가운데 하나인 봉봉방앗간(사진 1)의 경우는 현재 그림 전시장을 겸한 카페로 활용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강릉 출신 임만혁 화가의 작품이 벽화(사진 2)로 그려진 임만혁 갤러리 로드도 조성되어 있다.
명주동에는 명주예술마당(옛 명주초등학교), 햇살박물관, 작은 공연장 등도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강릉 최초의 마을 박물관인 햇살박물관이다. 이곳에는 1910년대의 마을 사진과 함께 명주동 주민들이 직접 사용했던 생활용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명주동 전체가 문화공간으로 자리를 잡아가면서 주민들의 의식도 많이 변했다. 담장을 허물어 앞마당을 공개하는가 하면, 담장을 허물지 않은 집은 대문을 낮게 하거나, 밝은 색으로 페인트를 칠했다. 마을 곳곳에는 간이 안내판도 세워놓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잠깐 쉬었다 갈 수 있도록 집 앞에 나무의자를 내놓은 집도 있다.
명주동과 붙어있는 용강동에는 강릉대도호부 관아가 있다. 강릉대도호부에 딸려 있는 임영관(강릉대도호부 객사)은 고려 태조 때인 936년에 처음 지어졌다. 임영관의 중심 건물인 전대청에 걸려 있는 편액(사진 3)은 1366년에 고려 공민왕이 쓴 글씨다. 현재의 편액은 1970년에 새로 모사한 것이다. 전대청은 왕의 전패를 모셔 놓은 곳으로 매월 초하 루와 보름에 왕이 있는 궁궐을 향해 절을 하는 ‘향궐망배 (向闕望拜)’를 행하던 곳이다.
일명 객사문이라 불리기도 하는 임영관 삼문(국보 제51호)(사진 4)은 영천 거조암 영산전, 예산 수덕사 대웅전,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안동 봉정사 극락전 등과 함께 고려 시대를 대표하는 목조 건축물이다.

  • 1. 현재 카페로 활용되고 있는 봉봉방앗간
  • 2. 명주동 골목길에서 볼 수 있는 임만혁 화가의 작품
  • 3. 강릉대도호부의 전대청에 걸려 있는 임영관 편액
  • 4. 고려 시대의 목조 건축물인 임영관 삼문
조선 시대 사대부 저택, 선교장

강릉시 경포동에 있는 선교장(사진 5)은 조선 시대 사대부 저택의 전형을 잘 보여주는 건축물이다. 비교적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고,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집이다. 아담한 크기의 안채, 사랑채인 열화당, 인공연못과 붙어있는 정자인 활래정 등이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선교장(船橋莊)’이라는 이름은 이 지역의 옛 이름인 ‘배다리’에서 유래 되었다. 예전에는 경포호를 통해 선교장이 있는 마을 근처까지 배가 들어왔다고 한다.
선교장 사랑채인 열화당의 이름은 중국의 시인 도연명(365~427년)이 지은 ‘귀거래사’의 ‘열친척지정화(悅親戚之情話)’에서 따왔다. 이를 해석하면 ‘친척 이웃들과 즐거운 정담을 나눈다’라는 뜻이 된다. 열화당 앞마당에 있는 능소화(사진 6) 한 그루는 선교장에 머물렀던 충청도의 한 선비가 선물한 것이다.
활래정(사진 7)의 이름은 중국의 유학자 주자(1130~1200년)가 지은 ‘관서유감’의 ‘위유원두활수래(爲有源頭活水來)’에서 따왔다. 이를 해석하면 ‘샘이 있어 맑은 물이 흐르기 때문’ 이라는 뜻이 된다. 그래서일까? 활래정에는 근사한 다실도 딸려 있다. 이 다실에서는 지금도 수시로 다회(茶會)가 열린다. 활래정 앞에는 사각형의 인공연못이 있고, 그 안에는 역시 사각형의 인공섬이 있다.
활래정에는 유난히 편액이 많다. 무려 6개나 걸려 있다. 부채꼴 형태로 살짝 휘어진 편액도 눈길을 끈다. 이 가운데 흰색 바탕에 금색 행서체로 쓴 편액(사진 8)은 규원 정병조(1863~1945년)의 필체다. 규원 정병조는 특히 행서와 초서를 잘 썼다.

5. 주변 환경과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는 선교장
  • 6. 열화당 앞마당의 능소화
  • 7. 선교장에서 가장 운치있는 정자인 활래정
8. 규원 정병조가 쓴 활래정 편액
재미난 이야기가 담겨있는 ‘월하문’

활래정 옆에는 ‘월하문(月下門)’(사진 9)이라 불리는 작은 문이 있다. 예전에는 활래정으로 들어가는 출입문 역할을 했을 문이다. 월하문의 양쪽 기둥에는 ‘조숙지변수(鳥宿池邊樹, 새는 연못가의 나무에서 잠자고)’와 ‘승고월하문(僧敲月下門, 스님은 달 아래 문을 두드린다)’이라는 글씨가 쓰인 주련이 있다. 중국의 시인 가도(779~843년)가 지은 ‘제이응유거(題李凝幽居)’에서 따온 글귀다. 이 글귀가 유명한 것은 바로 ‘퇴고(推敲, 문장이나 단어를 여러 차례 고치는 일)’의 유래가 되었기 때문이다.
‘퇴고’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시인 가도는 어려서부터 매우 어렵게 살아온 인물이다. 그가 승려생활을 하던 시절에 ‘제이응유거’를 쓰게 되었는데, 마지막 장인 ‘승고월하문’에서 글이 막히고 말았다. ‘두드린다’는 뜻의 ‘고(敲)’와 ‘민다’는 뜻의 ‘퇴(推)’ 사이에서 적절한 글자를 선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가도는 길거리에서 대문장가인 한유(768~824년)를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가도는 한유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놨고, 한유로부터 ‘고(敲)’로 했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들었다. ‘퇴고’의 유래가 된 일화다.
선교장에서 4km쯤 떨어진 곳에는 경포 해변(사진 10)이 있다.
근처의 경포호에서 느끼지 못했던 또 다른 낭만과 추억거리가 경포 해변에는 한가득 담겨져 있다. 바닷가를 따라 끝없이 펼쳐진 백사장, 그리고 그 위에다 무수히 많은 발자국을 남기며 걷는 다정한 연인의 모습. 경포 해변에서는 누구라도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경포 해변에서 3km쯤 떨어진 곳에는 생태여행지인 순포습지(사진 11)가 있다. 환경부에서 7년(2011년~2017년)에 걸친 습지복원사업을 통해 2018년에 복원했다. ‘순포’라는 이름은 ‘순채(순나물)가 많이 나는 곳’이라는 데서 유래되었다.
예전에 흉년이 들면 이 나물로 연명을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하지만 아쉽게도 순포습지의 순채는 현재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 순채에 대한 복원 작업은 계속 이뤄지고 있다.

9. 멋진 편액이 걸려 있는 월하문
  • 10. 동해안 최고의 해수욕장인 경포 해변
  • 11. 강릉의 대표적인 생태여행지인 순포습지
볼거리 많은 이색 명소, 참소리박물관

참소리박물관(참소리축음기·에디슨박물관)은 선교장과 경포 해변 중간쯤인 호숫가(경포호)에 자리 잡고 있다. 대형 축음기를 연상케 하는 박물관 외관(사진 12)은 멀리서도 잘 보인다. 현재 참소리박물관에는 손성목 관장이 50년 넘게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수집한 진귀한 수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수집품의 대부분은 축음기(사진 13)나 에디슨과 관련된 것들이다.
참소리박물관에서 눈여겨 볼만한 소장품으로는 1877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축음기인 ‘틴 포일’, 1900년 뉴욕에서 6대가 만들어졌으나 지금은 한 대밖에 없는 ‘아메리칸 포노그래프’, 1879년 에디슨이 만든 세계 유일의 ‘벽면부착용 전구(스탠드의 원형)’ 등이 있다.
에디슨은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생활용품도 많이 발명했다. 참소리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는 에디슨의 대표적인 발명품(생활용품)으로는 말하는 인형, 커피포트, 와플기, 다리미, 선풍기 등을 꼽을 수 있다. 주제별로 나누어진 전시관들을 돌아본 후 음악감상실인 참소리방에서 듣는 명곡 감상은 참소리박물관 최고의 프로그램으로 인기가 높다.
참소리박물관 옆에 있는 손성목 영화박물관(사진 14)도 함께 둘러보면 좋다.

  • 12. 축음기 형태의 참소리박물관 외관
  • 13. 다양한 종류의 축음기
14. 손성목 영화박물관 앞 광장
강릉지도
주문진항 순포습지 경포해변 선교장 오죽헌 참소리박물관 커피거리 강릉대도호부관아 정동진 강릉 평창군 정선군 동해시
TIP
여행 정보

영동고속도로 강릉나들목에서 35번 국도를 따라 명주동을 찾아가면 된다. 강릉으로의 기차여행도 훨씬 수월해졌다. 서울역에서 강릉역까지 가는 KTX 경강선이 2017년 12월 22일에 개통했기 때문이다. 개통일에 맞춰 강릉역사(사진 15)도 현대식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KTX 경강선을 이용할 경우 서울역에서 강릉역까지는 약 2시간이 소요된다. 오전 5시 11분부터 오후 10시 11분까지 하루 14회 운행되고 있다. 강릉역에서 서울역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기차는 오후 10시 30분에 있다. 따라서 계획을 잘 세우면 시간도 절약하면서 알찬 강릉 여행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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