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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트렌드 경제

바이러스가 가져온 경제,
브이노믹스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 세계적으로 장기화하면서 소비 패턴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가운데, 산업별로 명암이 교차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 위한 전환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좀 더 세부적으로 보면, 이른바 언택트 트렌드가 새로운 전개를 보이면서 아날로그와 본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 모든 변화가 바이러스로 인한 새로운 경제, 즉 바이러스의 V가 몰고 온, 브이노믹스(V-nomics)다. 브이노믹스는 ‘바이러스(Virus)’의 V와 ‘경제(Economics)’를 합친 단어로 바이러스가 바꿔놓은, 그리고 바꾸게 될 경제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 글. 조영무(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똑똑! 트렌드 경제」는 경제전문가가 들려주는 알기 쉽고 유익한 경제 소식을 전하는 코너입니다.

조영무 연구위원은 연세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미국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으로서 지난 20년 동안 국내외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을 분석해 왔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 외교부 등 여러 정부 부처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KBS, MBC, SBS, YTN 등 주요 방송사의 뉴스, 대담, 토론에서 자주 볼 수 있다. 한국 경제가 직면한 위기와 기회에 대해 이야기하는 「제로이코노미」 라는 책을 지난해 말 발간했다.

극명하게 엇갈릴 V자형 회복

브이노믹스는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를 출간해 온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2021년 10대 트렌드’ 중 하나로 꼽은 것이다. 브이노믹스는 ‘다양한 V’를 담고 있는 함축적 의미로 쓰였다고 하는데, 우선 ‘첫 번째 V’는 코로나19를 유발한 ‘바이러스(virus)’로서, ‘바이러스가 바꿔놓은, 그리고 바꾸게 될 경제’라는 뜻이다.
‘두 번째 V’는 급격한 회복을 의미하는 ‘V자형 회복이 가능할지의 여부’다. V자형 회복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기대가 높아졌지만, 현재는 ‘K자형 회복’ 양상이 굳어지는 분위기다.
K자형 회복이란 빠르게 회복하는 부문과 그렇지 못한 부문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회복으로써, 이때 중요한 것은 어떤 쪽이 상승하고 어떤 쪽이 하강하는지 예측하는 것이다.
우선 직접 가서 보고 소비해야 하는 것들, 현장에 가야 소비할 수 있는 것들은 코로나19가 개선되면 V자 회복이 가능할 것이다. 뮤지컬, 오페라와 같은 공연들이 이에 해당한다.
반면, 비대면으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고 앞으로도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것들은 설령 코로나19가 개선되더라도 V자 회복이 어려울 것이다. 마켓컬리, 쿠팡 로켓배송 등으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는 오프라인 장보기, 쇼핑은 설령 코로나19가 개선되더라도 예전과 같은 활황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급격히 뜬 것들은 상황이 보다 개선되고 대면접촉이 가능해지면 오히려 위축되는 흐름을 보일 것이다. 줌(zoom, 화상회의 플랫폼) 등이 이에 해당한다.

대면과 비대면의 황금비율 찾기

‘세 번째 V’는 ‘어떤 변화(variation)를 나타낼까’ 하는 부분이다. 코로나19가 끝난다고 해서 무조건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일정 부분 변화의 황금비율을 찾아서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면으로 회귀하는 것도, 그렇다고 완전한 비대면으로 전환된 것도 아닌 대면과 비대면이 적절한 비율로 섞인 형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일하는 방식과 공부하는 방식에서 이러한 양상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코로나19는 비대면으로 일하고 공부하는 방식으로 전환되는 중요한 계기가 됐지만, 동시에 비대면으로 일하고 공부할 때의 문제점과 한계점을 드러내는 중요한 계기도 됐다. 집단의 사고, 참여, 토론이 필요한 경우에는 혼자 하는 것보다 대면이 훨씬 효율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은 코로나19가 진정되면 학교로의 복귀가 시도될 가능성이 높다.
수업은 줌으로 할 수 있지만 협동과 배려, 우정은 줌으로 쌓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도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 즉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가진 각각의 장점을 결합한 혼합형 학습 방식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 미리 온라인으로 학습하고, 나중에 대면으로 모여서 예습한 내용을 토대로 토론하는 방식이 그 예가 될 것이다.

‘밸류’와 ‘비전’이 중요해지는 시대

‘네 번째 V’는 ‘밸류(value)가 중요해진다’는 점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비용 대비 경제적인 가치, 본질이 매우 중요해진다는 의미다. 상대적으로 신상품보다는 신뢰를 갖춘 브랜드와 상품으로의 쏠림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가격 할인이나, 판촉보다는 상품과 서비스가 지닌 본질적 기능에 얼마나 충실하고 성과를 내는가가 중요해진다.
과대포장을 줄인 상품을 선호하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인 가게를 선호하고, 지구와 자연과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을 선호하는 경향도 더욱 강해질 것이다. 즉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경영이 최근 기업들 사이에서 화두인 것처럼,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 기업이 어떻게 반응하고 대응하는가를 소비자들은 점점 더 중시하게 된다.
‘다섯 번째 V’는 ‘비전(vision)이 중요해진다’는 점이다. 어떤 시각과 전망을 가지고 향후 다가올 다양한 경제적 문제를 헤쳐나가는가가 중요해진다는 의미다. 이미 우리 경제에서는 근로 소득뿐만 아니라 자산 소득에서 소득 상위 계층과 하위 계층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또 유례없는 활황을 맞고 있는 업종도 있지만, 어려운 업종들의 힘듦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도 백신 보급이 빠른 나라들은 빠른 경기 회복 양상을 나타내고 있지만, 백신 보급이 느린 나라들의 경기 회복은 점점 늦춰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는 1등만 성공하고 살아남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과거에는 잘 나가는 3등도 나름 괜찮았지만, 이제는 1등이 모든 것을 차지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온라인 강의의 활성화로 유명강사의 강연과 강의를 직접 들을 기회가 늘어남에 따라 일반 강사의 강연과 강의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 그 예가 될 것이다.
이제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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