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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진정한 자유를
꿈꾸는 이들의 낙원,
말레이시아

MALAYSIA 말레이시아는 오래전부터 유럽 사람들에게 좋은 휴양지로 널리 알려졌고, 1990년대에는 우리나라 신혼부부들이 많이 찾는 여행지로 관심을 끌기도 했다. 잠시 피지나 몰디브, 푸껫 등의 그늘에 가려 있었으나 최근 들어 다시 말레이시아를 찾는 여행자들의 발길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많은 명소 가운데서도 말레이시아 동쪽의 사바(Sabah) 주와 사라왁(Sarawak) 주가 대표적인 여행지로 손꼽힌다. 사바 주에는 크고 작은 휴양지들이 많고, 사라왁 주에는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곳들이 많다.
  • 글_사진. 송일봉(여행작가)
*송일봉 작가는 (사)한국여행작가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해외여행전문지 ‘코리안 트레블러’ 편집부장과 대한항공 기내지 ‘모닝캄’ 편집장을 지냈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주관하는 ‘길 위의 인문학’ 기획위원과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주관하는 ‘국립공원 대표경관 100경’ 선정위원 등을 지냈다. 현재 문화답사 프로그램 ‘송일봉의 감성여행’을 2년4째 진행하고 있으며, 매주 KBS, MBC, 교통방송 등에 출연하고 있다.

  • 1 코타키나발루 선착장
  • 2 마누칸 섬의 선착장
  • 3 리버 크루즈 명소인 클리아스 강(말레이시아관광청 제공)
깨끗하고 한적한 휴양지, ‘코타키나발루’

말레이시아는 크게 수도 쿠알라룸푸르가 있는 ‘서 말레이시아 (말레이반도)’와 보르네오 섬 북서부 지역인 ‘동 말레이시아’로 나눌 수 있다. 특히 동 말레이시아에 속한 사바 주의 ‘코타키나발루’는 신혼부부와 가족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인기 여행지다. 가장 큰 매력으로는 오염되지 않은 섬들이 많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코타키나발루의 권할만한 휴양지로는 사피 섬, 마누칸 섬, 마무틱 섬, 술럭 섬, 가야섬 등으로 이뤄진 ‘툰구 압둘라만 해양국립공원’을 꼽을 수 있다.
이른 아침이면 코타키나발루 선착장(사진 1)에 하나둘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인근 섬으로 피크닉을 떠나려는 사람들이다. 대다수의 사람이 찾아가는 사피 섬은 선착장에서 모터보트로 15분이면 찾아갈 수 있는 가까운 섬이다. 자연이 훼손되지 않고, 잘 보존되어 있는 사피 섬에서는 더욱 멋진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숙박시설은 물론 불필요한 위락시설도 없기 때문에 잠시나마 자연의 일부분이 되어 편히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이 섬에 서식하는 원숭이를 관찰하며 가벼운 트래킹을 하거나, 해변에서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다.
마누칸 섬(사진 2)은 사피 섬과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곳이다. 산장 형태의 숙박시설, 간이 축구장, 수영장 등과 같은 편의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다. 사피 섬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반면 마누칸 섬은 자연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친환경 리조트의 전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마누칸’이라는 이름은 남중국해에 서식하는 물고기인 ‘마누칸’에서 유래됐다. 좀더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다면 ‘클리아스 리버 크루즈’에 도전해 봐도 좋다. 코타키나발루에서 90km쯤 떨어져 있는 클리아스 강(사진 3)에서 진행되는 크루즈는 보통 오후 3시에 시작해 오후 8시쯤 끝난다. 보트를 타고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맹그로브 숲에 사는 긴코원숭이도 찾아보고, 해가 지면 반딧불이도 찾아보는 프로그램이다.

동 말레이시아 위치 동 말레이시아 서 말레이시아 남중국해 인도네시아 코타키나발루 키나발루 산 브루나이 사바 구눙물루국립공원 사라왁 쿠칭
  • 4 프칸 나발루 전망대에서 바라본 키나발루 산
  • 5 캐 노피 워크웨이에서 내려다 본 열대우림(말레이시아관광청 제공)
  • 6 코타키나발루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수상가옥
동남아시아의 최고봉, ‘키나발루 산’

코타키나발루에는 초보자로부터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쉽게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산들이 많다. 산악 등반은 말레이시아의 독특한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는 멋진 방법 가운데 하나다. 코타키나발루에서 가장 유명한 산은 해발 4,095m의 ‘키나발루 산’(사진 4)이다.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산인 키나발루 산 일대는 지난 2000년 유네스코에 의해 말레이시아 최초의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세계적인 동식물의 보고로 유명한 키나발루 산은 현재 말레이시아 정부에 의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다. 산이 워낙 높다 보니 고도에 따라 각기 다른 생태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낮은 지대는 열대우림지역을 이루고 있으며 중간 지대는 참나무, 무화과나무, 철쭉나무 등과 같은 온대성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높은 지대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고산식물들을 만날 수 있다.
키나발루 산이 높기는 하지만 준비를 잘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등산로가 안전하게 조성되어 있으며 가파른 암벽지대에는 로프도 마련돼있다. 키나발루 산의 본격적인 등반은 해발 1,564m 지점에 있는 관리사무소에서 부터 시작된다. 해발 2,000m 이상부터는 걷는 속도를 줄이며 고도에 적응하는 요령이 필요하다. 수시로 물을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다. 자신의 평소 체력만 믿고 방심하다 고산증세로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다.
첫째 날의 등반은 해발 3,272m 지점의 ‘라반 라타 레스트하우스’에서 마친다. 잠시 산장에서 휴식을 취한 후 새벽 3시쯤 일어나 서둘러 등반을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만 키나발루 산 정상에서 장엄한 일출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키나발루 산 등반이 힘들다면 인근의 포링온천 지역에 있는 캐노피 워크웨이(사진 5)를 다녀와도 좋다. 울창한 열대우림 한가운데 놓인 높이 41m, 길이 157m의 출렁다리를 건너는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키나발루 산 근처의 프칸 나발루 전망대에서 키나발루 산 전체를 감상할 수 있다. 코타키나발루에서 키나발루 산까지 가는 길에서는 말레이시아 특유의 수상 가옥(사진 6)들을 볼 수 있다.

07, 08 (왼쪽)사라왁 원시부족의 전통공연(말레이시아관광청 제공) (오른쪽)해적을 방어하기 위해 세운 요새인 포트 마르게리타
  • 09 호젓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다마이 비치
  • 10 다마이 비치의 아름다운 석양
영화 촬영지로 유명한 ‘사라왁’

사라왁은 말레이시아 원시 부족들의 문화가 잘 보존된 곳이다. 그들의 독특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 ‘사라왁 컬처럴 빌리지’다.
사라왁의 주도인 쿠칭에서 35km쯤 떨어져 있는 이 마을에는 실제로 말레이시아의 다양한 원주민들이 살고 있다. 이곳에서는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여러 부족의 전통공연(사진 7)이 펼쳐진다. 사라왁은 영국인 제임스 브룩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1841년 당시 사라왁은 브루나이의 영토였는데 제임스 브룩이 인근 해역에서 노략질을 일삼던 해적들을 소탕한 후 브루나이 술탄으로부터 영토를 받아 사라왁 왕국을 세웠다. 그 후 1888년에 영국의 보호령이 되었다가 지난 1963년에 말레이시아의 한 주로 편입되었다.
사라왁은 지난 2002년에 개봉한 영화 「슬리핑 딕셔너리」로 인해 또다시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영화 「슬리핑 딕셔너리」는 1930년대 사라왁을 배경으로 영국군 젊은 장교와 이반족 처녀의 사랑을 그린 영화다. 휴 댄시와 제시카 알바가 각각 남녀 주인공을 맡았으며 이반족 원주민 600여 명이 보조출연자로 얼굴을 비췄다. 사라왁의 관문인 쿠칭에는 곳곳에 아기자기한 명소들이 숨겨져 있다.
쿠칭의 관광명소인 고양이 박물관도 그 가운데 하나다. 고양이를 모델로 한 각종 스티커를 비롯해 고양이를 주제로 한 많은 서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쿠칭 시내를 가로지르는 사라왁 강 연안에는 해적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지은 요새인 ‘포트 마르게리타’(사진 8)가 있다.
사라왁에서 가장 유명한 휴양지인 ‘다마이 비치’(사진 9)는 말 그대로 ‘다마이(평화)’를 연상케 하는 자그마한 바닷가다. 많은 사람으로 붐비는 곳을 피해 자연 속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려는 여행자들에게 아주 제격인 명소다. 특히 해 질 무렵의 석양(사진 10)이 장관이다.

11, 12 (왼쪽)구눙물루국립공원을 찾은 관광객들(말레이시아관광청 제공) (오른쪽)이반족의 주거공간인 롱 하우스(말레이시아관광청 제공)
소중한 추억, ‘롱 하우스 홈스테이’

자연환경이 독특한 사라왁의 몇몇 지역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특별히 관리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곳이 지난 2000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구눙물루국립공원’(사진 11)이다. 이 세상의 기기묘묘한 동굴들을 모두 모아 놓은 듯한 이곳은 말 그대로 ‘동굴의 천국’이다.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동굴인 바람 동굴과 클리어워터 동굴은 그 길이가 무려 100km에 이른다. 구눙물루국립공원의 4개 동굴(사슴 동굴, 바람 동굴, 클리어워터 동굴, 랭 동굴)은 하루 일정으로도 탐사가 가능하다.
‘바코국립공원’은 1957년 사라왁에서 가장 먼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바코국립공원에서는 정글 트래킹을 하다 운이 좋으면 이 지역에 서식하는 긴코 원숭이를 만날 수도 있다. 사라왁의 원시종족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부족은 이반족이다. 이반족은 오랜 옛날부터 용맹스러운 부족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주로 밀림의 강변에다 ‘롱 하우스’(사진 12)라 불리는 긴 집을 지어 놓고 집단으로 거주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10가구 이상이 함께 생활한다. 롱 하우스의 크기는 대략 길이 100m, 폭 20m 정도이며 땅바닥에서 2~3m쯤 떨어져 있다. 열대우림에서 생활하기 편리한 주거 형태다.
사라왁에서는 원시 주거 형태를 이용한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어 큰 호응을 얻고 있기도 하다. 지난 199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롱 하우스 홈스테이’가 바로 그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여행자들은 사라왁의 밀림을 걸으며 자연의 소중함을 생각하고, 원주민들과 하룻밤을 보내며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게 된다.

tip 친환경적 여행 형태, 에코 투어리즘
무분별한 개발과 자원의 낭비로 인한 오존층의 파괴와 지구온난화 등은 지구촌 모든 사람들이 고민해야 할 새로운 문제로 등장했다.
이에 따라 에코 투어리즘(Eco-tourism)에 대한 관심도 그만큼 높아졌다. 에코 투어리즘은 ‘자연환경의 훼손을 최대한 줄이면서 숲이나, 바다, 산, 강, 동물 등을 관찰하는 친환경적 여행 형태’를 말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에서 시작되었으나 지난 1983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의해 ‘에코 투어리즘’이란 용어가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남미의 아마존이나 아프리카의 밀림, 호주의 열대우림 등이 좋은 여행지로 손꼽힌다.
말레이시아에도 에코 투어리즘 명소들이 많다. 특히 사라왁의 정글 트래킹 명소인 니아국립공원과 람비르힐스국립공원이 유명하다. 니아국립공원에는 그려진 지 1,000년이 넘은 벽화로 유명한 페인티드 동굴이 있다. 동굴을 구경하고 나서 밀림 속으로 더 들어가면 ‘부킷 카숫’과 ‘마두’라 불리는 오솔길이 나타난다. 이 근처에는 400m 높이의 석회암을 오르는 등산로와 동식물을 관찰하는 코스가 있다. 람비르힐스국립공원은 다양한 식물이 자생하는 곳이다. 저지대에서는 양치식물과 육생 난초, 고지대에서는 관목과 식충 식물들을 관찰할 수 있다. 사라왁에서 정글 트래킹을 하기에 좋은 시기는 대략 3월부터 10월까지다.
*2020년 2월, 말레이시아는 우리나라 중앙사고수습본부로부터 ‘코로나19’에 의한 ‘여행자제 권고지역’으로 분류되어 있다. 하지만 외교부에서 관리하는 여행경보단계(여행유의, 여행자제, 철수권고, 여행금지)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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