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각하기
The–K 스페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육 혁신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 것인가? ②

코로나19로 인한
교육 격차를 극복하자

코로나19로 인한 교육 격차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교육 당국과 학교현장이 코로나19 상황에서 학생들의 학력 변화를 면밀히 분석해 교육 격차에 대한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코로나19로 왜 교육 격차가 생겼는지, 무엇 때문에 심해졌는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를 살펴본다.
글. 김지영(교육 혁신 전문가,
창의적·미래지향적 교육디자인연구소 ‘TLP교육디자인’ 대표)
김지영 박사는 서울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석사,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교육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리노이 주립대 교육 혁신 센터에서 다년간 교육전문가로 재직하고, 고려대학교 대학교육개발원 연구교수로 재직하면서 교수-학습 및 교육 혁신 전문가로 전문성을 쌓았다. 이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연구위원으로 재직하면서 우리나라 중등교육 과정 및 평가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고, 숭실대학교에서 베어드교양대학 교육학 전공 교수/교육개발센터 책임 교수로 재직하면서 교수-학습 및 교육 혁신 분야의 업무를 해왔다. 「The–K 스페셜」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지혜를 나누고자 마련된 코너입니다. 위기를 극복해 개혁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교육 혁신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코로나 발 교육 격차’라는 표현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많은 교육자들과 언론매체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심해진 교육 격차에 대한 우려를 표현하고 있다. 지난 2020년 9월에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에서 발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교사의 79%가 원격 수업 이후 학생 간 학습 격차가 커졌다고 응답했다. 교사뿐만 아니라 부모들이나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실제로 학습 결과 데이터 역시 중위권을 의미하는 학습 중간층이 얇아지면서, 성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학습 격차의 실상을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 발 교육 격차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습 과정에서 학생들의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정확한 진단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문제에 맞는 개입이나 지원을 통해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코로나 발 교육 격차, 왜 생겨났을까?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대면 수업이 원격 수업으로 바뀌게 되면서 학생들은 다양한 ‘전환’을 경험했는데, 우선 교육 격차의 원인을 이러한 갑작스러운 전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첫 번째 전환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이다.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서 학습해야 하는 방향으로 학습·교육의 상황이 갑자기 전환되었다.
이 과정에서 가정의 디지털 인프라 수준 및 부모들의 디지털 학습 지원 능력에 따라 학생들의 학습 질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갑작스레 오프라인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일방적인 콘텐츠 제공 방식, 빠른 내용 전달방식으로 만들어진 온라인 수업의 학습 내용을 이해하는 속도가 느리거나 혹은 이해에 어려움이 있는 부분에 대해 도움을 받기가 쉽지 않았다. 기초 학습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이나 온라인 학습이 자신의 학습 성향과 맞지 않은 학생들은 학습에 더욱더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교육 격차에 영향을 준 두 번째 전환은 ‘외부 시스템’에서 ‘셀프 시스템’으로의 전환이다. 오프라인 수업을 할 때는 학교라는 공간, 수업이라는 틀, 교실에 있는 선생님과 같이 학습을 도와주고 때로는 관리해주는 든든한 울타리가 외부에 존재했다. 그런데 원격 수업으로 학교 수업이 전환되자 학생들은 이러한 외부 시스템의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됐다. 갑작스레 시스템의 부재가 생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 학습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학생들이나 사교육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학생들은 크게 휘청거리지 않았지만, 자기주도 학습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이나 외부의 관리 지원을 받기 어려운 학생들은 학습에서 점차 손을 놓게 되어버렸다.
교육 격차를 논할 때 종종 ‘학습 능력’의 차이만을 이야기하는데, 그 격차보다 더 눈여겨보아야 할 격차는 ‘학습 동기’의 격차일지도 모른다. 교실에서 옆 친구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선생님의 격려를 받으면서 학습 동기를 유지했던 학생들이 끈끈한 학습 공동체의 부재로 학습에 대한 열의나 관심을 잃고 있다는 점도 큰 문제다.

교육 격차,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코로나 발 교육 격차의 문제가 드러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다양한 방안들이 발표되고 있다. 교육 격차를 야기하는 디지털 환경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각종 지자체들은 취약계층 학생들을 중심으로 노트북이나 태블릿PC를 지원해주는 노력을 했다.
그러나 인프라 측면뿐만 아니라 인적 자원의 측면에서도 디지털 격차가 존재한다. 집에 학생들의 원격 수업을 도와줄 수 있는 보호자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보호자들이 학생들의 원격 수업을 촉진해줄 수 있는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디지털 미디어 활용 능력으로 컴퓨터를 조작하여 원하는 작업을 하고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을 의미)’를 갖추지 못한 경우도 있다.
원격 수업 시간이 늘어나면서 집에서 자녀의 학습을 도와주고 관리해주어야하는 학부모의 책임도 늘어났지만, 학부모들은 어떻게 자녀의 온라인 수업이나 자기주도 학습을 도와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나 실제적인 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 원격 수업의 확대로 학부모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그들이 어떤 도움을 받고 싶어 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학부모들을 직접적으로 도울 수 있는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현재 많은 시·도 교육청에서는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의 경우 온라인 수업 확대에 따른 학력 격차와 기초학력 부진 등을 해소하기 위해 초등학교와 중학교 저학년의 기초학력을 보장할 수 있도록 ‘초2·중1 집중 학년제’를 운영하기로 했다. 그리고 초등학교 1·2학년과 중학교 1학년 전체 학급에 기초학력 협력 강사를 올해 신규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광역시교육청의 경우 학력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겨울방학을 이용해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기초학력 집중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대학생들을 멘토로 활용해서 방학 동안 학생들의 기초 학력을 높이기 위한 지원을 한다.
이처럼 기초 학력에 대한 지원도 중요하지만, 더욱더 중요한 것은 학습 동기가 약한 학생들이나 학습 능력이 다소 부족한 학생들도 참여할 수 있고, 즐거운 학습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원격 수업의 질을 제고하는 것이다. 원격 수업이 학습 이해력이 높은 학생들이나 학습 열의가 있는 학생들만 참여할 수 있게 설계되고 진행된다면 학습 격차는 더욱더 심화될 것이다. 원격 수업을 설계하면서 교사들은 학습자들의 다양한 수준, 서로 다른 학습 방법뿐만 아니라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에 대한 개별 지원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정확한 진단과 맞춤형 지원이 중요하다

교육 격차를 야기하는 문제에 대한 다양한 요인, 그리고 여러 가지의 지원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진단이다. 원격수업으로 학습 능력이 떨어진 학생 100명이 있을 때 그 학생들의 문제는 각자 다양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문제는 다양한 요인이 혼합되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학습 능력 하락’이라는 결과만 보고 똑같은 처방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시도이다. 코로나 발 교육 격차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습 과정에서 학생들의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정확한 진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문제에 맞는 개입이나 지원을 통해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부에서는 AI로 학습격차를 관리하겠다는 내용(예를 들어, 초등학교 국어 과목에서는 AI를 활용한 프로그램으로 한글 해독수준을 진단하고. 개인별 맞춤 학습콘텐츠 제공 등을 통해 학습 격차를 보정하겠다는 방안 등)을 발표한 바 있는데, 학생들의 학습 결손을 발견하거나 예측할 수 있도록 AI 활용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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