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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트렌드 경제

새로운 소비 권력층,
‘MZ세대’를 읽어라

자신만의 소비와 과감한 재테크를 특징으로 하는 ‘MZ세대’가 경제와 사회 전반의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여러 기업과 브랜드들이 경쟁적으로 MZ세대의 욕구를 읽고 그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 이들이 세상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소비와 투자의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MZ세대의 의미와 이들이 주도하고 있는 경제 전반의 변화들에 대해서 살펴본다.
  • 글. 조영무(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똑똑! 트렌드 경제」는 경제전문가가 들려주는 알기 쉽고 유익한 경제 소식을 전하는 코너입니다.

조영무 연구위원은 연세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미국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으로서 지난 20년 동안 국내외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을 분석해 왔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 외교부 등 여러 정부 부처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KBS, MBC, SBS, YTN 등 주요 방송사의 뉴스, 대담, 토론에서 자주 볼 수 있다. 한국 경제가 직면한 위기와 기회에 대해 이야기하는「 제로이코노미」라 는 책을 지난해 말 발간했다.

요즘 세대, MZ세대를 아시나요?

소위 ‘요즘의 젊은 세대’를 통칭하는 ‘MZ세대’는 ‘밀레니얼(Millenial) 세대’와 ‘Z세대(‘Z’는 알파벳의 마지막 글자로 ‘20세기에 태어난 마지막 세대’를 뜻함)’를 합쳐 부르는 용어다. 흔히 1980~1995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밀레니얼 세대, 1996~200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Z세대라고 구분하므로 ‘지금의 2·30대 세대’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들 MZ세대가 경제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우선 그 숫자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의 34% 가량을 차지하므로 인구 열 명 중 셋 이상이 MZ세대인 셈이다. 또한 이들은 제품과 서비스의 소비자임과 동시에 SNS를 기반으로 유통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계층이다.
MZ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디지털 원주민)’라 불릴 정도로 어릴 때부터 인터넷과 IT 기기를 써 왔다. TV나 컴퓨터보다는 스마트폰이 더 친숙하다. 글자보다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더 선호한다. 관심사를 공유하고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는 데 익숙하다. 동시에 이들은 만족시키기 어려운 계층이다. 최신 트렌드를 추구하면서도 소유보다는 공유를, 상품보다는 경험을 중시한다. 집단보다는 개인을 중시하면서도 사회적 가치도 중요하게 여겨 환경 보호와 같은 메시지가 담긴 물건을 구매하는 것으로 자신의 신념을 표출하기도 한다. 많은 기업과 브랜드들이 MZ세대를 이해하고, 이들의 욕구를 파악하려고 애쓰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MZ세대 언어는 기성세대가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초성체’라고 불리는 줄임말을 즐겨 사용하기 때문이다. ‘인정을 ‘ㅇㅈ’로, ‘감사’를 ‘ㄱㅅ’으로 표현하는 식이다. 모바일 메신저와 SNS는 이러한 간단하고 간결한 표현을 더욱 늘리는 요인이 되었다.
MZ세대는 부모님이나 상사가 봐도 뜻을 알 수 없는 표현을 쓰면서 보안성을 유지하며 또래 간 유대감을 즐긴다. 또래와 소통할 때 초성체를 쓰면 빠르고 간편할 뿐만 아니라 그들만의 결속력을 즐기려는 의미가 크다.

‘플렉스’ 하다가 ‘파이어족’으로 변화하고 있는 MZ세대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된 ‘플렉스(Flex)’는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고, 이를 통해 만족감을 추구하는 새로운 형태의 소비 트렌드를 말한다. 사실 이 말은 보디빌더들이 자신의 이두근을 자랑하기 위해 팔을 ‘플렉스(구부린다)’하는 것을 미국 래퍼들이 ‘자랑한다’는 의미로 사용하면서 지금의 플렉스가 됐다. “플렉스 해버렸지 뭐야”는 MZ세대의 대표적인 유행어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 익숙한 이들은 자신의 소비를 가감 없이 친구나 동료들에게 자랑하고 알리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거나 머뭇거리지 않는다. 일종의 ‘자기 과시’인 셈이다.
플렉스 문화가 확산되면서 명품을 사는 젊은 세대가 늘고있다. 한 일간지의 조사에 따르면, 20대 중후반인 Z세대의 명품 보유 비율은 68%나 된다. MZ세대가 명품 업계의 큰손으로 부상하면서 명품 브랜드들은 MZ세대를 위한 디자인 개편, 팝업스토어 오픈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MZ세대의 플렉스 소비에는 ‘부모보다 가난한 첫 번째 세대’라는 슬픈 배경이 자리잡고 있다. 부모 세대는 높은 경제성장률과 높은 금리 환경 하에서 은행 예·적금으로 돈을 모아 ‘내 집’을 조기에 장만하면 집값이 올라 부를 형성하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었다. 그러나 MZ세대는 저성장, 저금리 하에서 취업도 어렵고, 은행 예·적금을 해도 돈이 불지 않는다. 구입하기에는 집 값도 너무 올라버려 부모 세대의 자산 축적 공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그렇다 보니 막연한 미래를 위해 아끼기보다는 현재의 즐거움을 위한 소비를 중시하게 된 셈이다.
그러나 다소 과도해 보이는 이러한 소비 트렌드에 대한 비판들이 나오면서 최근에는 MZ세대 내에서도 ‘파이어(FIRE)족’과 같은 새로운 특징들이 나타나고 있다. 파이어족은 ‘경제적 독립을 달성하여 조기에 은퇴하는 것(FIRE :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연간 생활비의 25배를 벌어 놓아야만 조기 은퇴를 실현할 수 있다고 알려져 파이어족들은 극단적인 소비 억제와 저축이 특징이다. 보통 소득의 70% 이상을 저축한다고 한다.
이들은 동시에 주식투자와 같은 재테크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부터 2·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주린이’이라고 불리는 이들의 ‘동학개미운동’이라고 불리는 주식투자가 급증한 것도 이를 반영한 결과다. ‘주린이’는 주식과 어린이를 합친말로 ‘주식투자 초보자’를 뜻하는 용어다. ‘동학개미운동’은 지난해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기관투자자들과 외국인에 맞서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인 상황을 1894년 반외세 운동인 ‘동학농민운동’에 빗댄 용어다.
이러한 MZ세대의 소비와 투자 성향을 이해하는 것은 향후 우리 경제에서 어떤 제품과 서비스가 유행하고 더 많이 팔릴 것이며, 어떤 자산의 가격이 오르고 내릴지 예측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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